마케팅의 매력
마케팅의 '마'도 몰랐던 내가, 마케팅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B2B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
그것도 3년씩이나.
마케팅을 하니 좋은 점이 있다.
1. 미워했던 회사를 사랑하게 된다.
3. 내가 조금이라도 개입된 업무는 무조건 잘되기를 바라게 된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봐줬으면 좋겠고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예쁘고 멋있게 보일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더 멋진 성과가 나올지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위기는 찾아왔다. 나의 마케팅 업무가 순수한 목적이 아닌 사내 정치와 광내기 용도로 쓰일 때다. 나의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승진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사결정자들의 납득이 안 되는 의사 결정 지연에 나는 추진력을 잃고 의욕을 상실했다.
3년 차가 되니 이제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1. 같은 업무가 반복되는 것 같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즐겁게 했던 것들이 익숙해지고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들을 보니 재미없고 허무하다.
2.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사장님은 임직원 모두는 자기의 업무의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점점 실감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역량을 뽐내기 어렵고 내 주도의 프로젝트나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얼마든지 마케터의 마인드로 일할 수 있다. 마케터에게도 전문성이란 것이 있을지, 마케팅도 '범위'나 '구획'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내가 이제 와서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 마케터가 될 것도 아니고, 마케팅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도록 지원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나만의 전문 역량을 찾아,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 위해 다시 떠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3. 무형의 B2B 서비스를 유형화하고 그걸 마케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점점 더 뜬구름 같다. 고리타분해 보이는 기술을 뜯어보고 무형의 서비스를 콘텐츠를 통해 유형화하고, 조금 더 새롭고 신선해 보이게 하면서, 마케팅 성과로 보일 수 있도록 억지로 마케팅 리드에 구겨 넣는 것이 보람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4. 내 활동범위와 접점이 점점 늘어나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과 일로 얽히는 것도 지친다. 쉬고 있을 때도 연락을 해오고 때로는 갑질을 해대면 더욱 지친다. 조용히 쉬고 싶다. 내성적인 내게는 안 맞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B2B 마케터 5년 차가 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그러나 B2B 마케터를 해본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마케팅을 왜 매력적으로 생각하는지는 알겠다.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다.
기발하고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진정성으로 다가가다 소위 말에 '터지면' 그 이상의 성과도 창출할 수 있으니 어쩌면 짜릿함을 안겨 줄 수도 있는 일이다.
매력을 찾고 또 매력을 알리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마케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