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Aug 24. 2022

하원에 비상이 걸렸다

이모님 코로나 걸리셨다 #1

"크다 엄마, 어쩌죠.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하원해주시는 이모님께 전화가 왔다. 밤새 아파서 한숨도 못 주무셨고 병원에 검사했더니 코로나 확진이라고 하셨다. 이모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괜찮으신지 여쭤봤다. 약을 먹고 조금 나아졌다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걱정 마시고 얼른 나으시라고 말씀드렸다. 많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나갔으면 좋겠는 말과 함께 말이다.


하원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들 등원은 남편이 출근 시간을 조정해서 하고 하원은 이모님 전담이었다. 적어도 주일못 오시게 되었으니 우린 제대로 비상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알렸다. 회의 중인지 제대로 통화가 되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전달했다. 마침 재택을 하던 중이라 일을 마무리하고 반차를 내야 했다. 이미 마이너스였지만 어쩔 수 없다.


같이 일하는 채김님께 말씀드렸다. 아이들과 함께 검사하러 가야 해서 반차를 써야겠다고 했다. 말은 알겠다고 하시면서 연이어 일 두 가지를 물으시며 어떻게 됐냐고 말씀하신다. 상황만 전달하면 되는 일 하나와 작성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일 하나였다. 부리나케 작성하고 퇴근했다. 쓰면서도 채김님이 조금은 원망스러웠지만 할 일은 해야지 싶어서 꾹 눌렀다. 채김님이 쓰셔도 되는 거였고 그다음 날에 출근해서 해도 되는 일이었다. 마음이 많이 급한데 브레이크가 걸려서 마음이 더 올라왔었나 보다.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다. 하원 준비를 부탁드렸다. 급하게 출발하면서 했던 전화였고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으셨다. 다시 전화가 왔다. 둘째 작다가 숲 체험을 갔는데 오늘 프로그램이 많아서 15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그랬더니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하셨다.


어린이집 옆에 주차를 했다. 작다가 홀로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데리러 갔던 일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는지 그 뒤로 한동안은 이렇게 물었었다.

"엄마가 작다 데리러 먼저 와있었죠?"


작다를 데리고 크다도 하원했다. 아이들은 이른 하원에 신이 난 듯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검사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얘기했다. 미안했다.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다니는 소아과는 하필 휴진이었다. 얼마 전에 크다가 코피가 줄줄이라서 갔던 이비인후과가 생각났다. 다를 차에 태우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검사를 하려면 병원 점심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했다. 겨우 시간을 맞췄다. 크다는 차 안에서 어디로 가는지 듣고는 전에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났나 보다.


저번에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아팠어.

작다 너도 가서 한 번 받아봐바.

안양역이 아픈지 여기가 아픈지 말해줘어.

근데 여기 하나도 안 아플걸?


동생을 안심시키는 모습이 많이 기특했다. 말하는 표정도 그저 해맑았다. 사실 지난번엔 크다가 매우 저항할 기미가 보여서 검사를 코가 아니라 입으로 했었다. 이번에는 아플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해, 크다야ㅠㅠㅠ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긴장하며 기다렸다. 다다가 정신없이 사부작거렸다. 궁금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아이들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그러다 금세 우리 이름이 불렸다. 간호사실로 갔다. 다다는 검사하고 울테고 달래줘야 하니 먼저 했다. 코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은 왜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움찔지만 아이들이 보고 있어서 애써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제 다다 차례가 됐다.


크다는 전이랑 다르게 코로 찔러서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생각보다 검사가 금방 끝나서 울 않았다. 작다 차례였다. 코를 찌르다가 움직이면 안 되니까 괜찮다고 말하며 그와는 상반되게 이마를 고정하고 꽉 붙잡았다. 작다는 예상대로 울음이 터졌다.


검사를 잘했으니 비타민을 가져오겠다며 간호사 선생님은 자리를 뜨셨다. 그 사이에 작다를 달랬다.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남편도 자가 키트로 확인했고 음성이라고 했다. 증상도 없고 괜찮다.


간호사 선생님이 비타민을 들고 오셨다. 얼핏 보니 3개여서 하나는 엄마꺼라고 다다에게 얘기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들꺼 두 개씩이라고 하셨다. 저는 왜 안 주시나요ㅠㅠㅠㅠㅠ




일주일 동안 하원 비상이었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재택을 했다. 내가 재택인 날은 남편이 야근이었다. 이모님이 코로나에 걸단 사실만으로 서운하고 서럽고 어이없고 너무하단 생각이 절로 난 상황이 생겼었다. 답답했던 그 마음도 곧 적 예정이다.


이모님은 격리 해제가 되었지만 아직은 조심하려고 한다. 여차하면 비상 나는 상황은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무탈하게 잘 지내서 감사하다. 건강하게만 지내자, 제발!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들려준 다다 에피소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