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크록스를 샀다. 검정색 크록스만 신고 다니다가 핑크색을 보는 순간 두근두근했다. 랜덤으로 지비츠를 보내준다더니 귀여운 공룡 두 마리가 왔다. 처음으로 반값 택배로 거래를 마친 후라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지비츠를 어디에 꽂을까 눈누난나 고민하다가 잠시 두고 설거지를 하는데"엄마아 저 이거 하고 싶어요!"하고 아이가 외쳤다.
작다였다. 주황색 공룡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이의 크록스는 이미 풀방이었다. 며칠 전에 삼촌이 포켓몬 지비츠를 네 개나 사줬고 아빠도 하나 사줬다.
"크록스에 자리가 없어서 못 붙이겠는데?"
"파이리는 엄마가 해요!"
선심 쓰듯 포켓몬 지비츠 중에서 하나를 주겠단다.고민하지 말고 그냥 내 신발에 냅다 박았어야 했나 보다. 검정 크록스에는 막내가 버리듯이 달아준 것들만 잔뜩이라 새 크록스에는 새 지비츠를 달고 싶었는데 틀렸나 싶었다. 막내는 깨끗하게 닦았다며 친절하게검정 크록스에 손수 달아주었었더랬다.
"싫어. 꾸질꾸질해서 싫어."
변명이 아니라 정말 꾸질꾸질한 파이리였다.
그러자 작다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
".... 엄마 그런 말 어디서 배워써요?"
결국 핑크색 공룡을 아이의 크록스에 달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파이리는 아웃되었다. 잘 닦아서 현관 서랍장에 넣어두었다.내 신발에 안 달겠다는 의지였다.파이리가 슬퍼 보인건 기분 탓이겠지.
그리하야 공룡 두 마리를 사이좋게 나눠 달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핑크 부농부농 크록스에 파란 공룡만이 포인트가 되었다. 어쨌든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