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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01. 2023

엄마 지비츠가 하고 싶었던 아이

당근마켓에서 크록스를 샀다. 검정색 크록스만 신고 다니다가 핑크색을 보는 순간 두근두근했다. 랜덤으로 지비츠를 보내준다더니 귀여운 공룡 두 마리가 왔다. 처음으로 반값 택배로 거래를 마친 후라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지비츠를 어디에 꽂을까 눈누난나 고민하다가 잠시 설거지를 하는데 "엄마저 이거 하고 싶어요!"하고 아이가 외쳤다.


작다였다. 주황색 공룡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이의 크록스는 이미 풀방이었다. 며칠 전에 삼촌이 포켓몬 지비츠를 네 개나 사줬고 아빠도 하나 사줬다.

"크록스에 자리가 없어서 못 붙이겠는데?"

"파이리는 엄마해요!"

선심 쓰듯 포켓몬 지비츠 중에서 하나를 주겠단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내 신발에 냅다 박았어야 했나 보다. 크록스에는 막내가 버리듯이 달아준 것들만 잔뜩이라 새 크록스에는 새 지비츠를 달고 싶었는데 틀렸나 싶었다. 내는 깨끗하게 닦았다며 친절하게 검정 크록스에 손수 달아주었더랬다.


"싫어. 꾸질꾸질해서 싫어."

변명이 아니라 정말 꾸질꾸질한 파이리였다.

그러자 작다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

".... 엄마 그런 말 어디서 배워써요?"



결국 핑크색 공룡을 아이의 크록스에 달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파이리는 아웃되었다. 잘 닦아서 현관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내 신발에 안 달겠다는 의지였다. 파이리가 슬퍼 보인건 기분 탓이겠지.




그리하야 공룡 두 마리를 사이좋게 나눠 달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핑크 부농부농 크록스에 파란 공룡만이 포인트가 되었다. 어쨌든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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