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죄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과하고 반성을 하는 것은 선후의 문제다
나는 아직 원고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201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강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가 서울구치소에 쓴 26페이지 분량의 자필 편지다. 지난해 말부터 범행 동기와 과정을 일기장 형태로 기록하였으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수사나 재판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장대호는 2019. 8. 8. 08:00경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 소재 모텔에서 마스터키로 객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던 피해자의 후두부를 둔기로 4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진짜 끔찍한 일은 그 다음이다. 장대호는 사흘 뒤 약 2시간에 걸쳐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했다. 그리고 절단한 사체들을 한강에 유기했다. 이름만으로도 끔찍한 '토막 살인', 정확히 말하면 살해 후 사체 절단이었다. 이후 장대호는 사체를 대용량 백팩, 가방 등에 담아 5차례에 걸쳐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후 한강에 버렸고, 사체 중 일부가 한강에서 발견된 후 장대호는 자수를 하여 검거되었다.
잔혹한 살해의 이유는 딱 두 가지
숙박비 4만 원, 그리고 반말
장대호는 자신이 쓴 편지에서 모텔 손님으로 온 피해자가 자신에게 "야 얼마야?" 라며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지 않아 살해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또한 유족에게 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전혀 미안하지 않다"라고 답했으며, "사형을 구형해도 상관없다"라는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까지 보였다. 더욱 경악할 일은 장대호는 구속 영장심사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고인을 향해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흉악범이 양아치를,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것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후 왜 자수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제 장대호가 한 대답이다. 이는 무슨 명언인 마냥 한 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했다. 장대호는 이어 얼굴이 공개됐는데 반성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유치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한 것이다"라며,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대호의 사건은 몇 가지 이유에서 국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1. 잔인한 토막살인, 그리고 자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잔인한 토막살인, 그리고 시체 유기. 하지만 범인은 숨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가기도 전에 먼저 자수를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2. 네티즌 수사대의 오판
최초 한강에서 토막사체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 후, 많은 사람들이 '조선족의 소행이다'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조선족인 한국인을 죽인 사건이 아닌, 한국인이 조선족을 죽인 사건이었다.
3. 당당함과 뻔뻔함이 일으킨 공분
장대호는 얼굴이 공개된 이후 기자들 앞에 섰을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다른 범죄자들처럼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의 잔인한 살해 수법만큼이나 보통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당당함과 뻔뻔함은 전 국민의 공분(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종종 범죄자들이 영웅화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는 소수의 의견인 경우가 많지만, 만장일치에 가깝게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범죄자가 있는가 하면, 종종 전혀 다른 시각에 의해 범죄자가 영웅화되기도 한다.
2003년 경북 경주시 성동동 시외버스 부근 승강장에서 사람을 납치하여 현금 277만 원과 신용카드 3장을 빼앗는 등 3차례의 강도 행각과 12차례의 절도 행각을 벌이고, 2004년 검거 당시까지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던 범죄자가 있다. 이 범죄자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고, 우리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얼짱 여강도' 이에 대해 범인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범죄자들 역시 영웅화된 사례들이 있다. 인질극을 벌인 뒤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 강도치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탈옥 후 장기간 도주 생활에도 잡히지 않았던 신창원, 잔혹한 성폭행 살인 뒤에도 짜장면을 배달해주자며 펜카페까지 생겼던 김길태…….
과거의 이들과 견주어 장대호는 아직까지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다. 바야흐로 자기 PR 시대다. 장대호는 이런 사회적 트렌드를 알고 그런 걸까? 이번에 공개된 자필 편지에서 장대호는 말도 안 되는 괘변으로 자신을 PR 했다.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여했지만 전범국가라 부르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적어도 내 상식에서는 그야말로 개 짖는 소리라는 말 조차 개에게 모욕적일 정도의 얼토당토 없는 소리다. 너무 어이가 없어 기사를 보다가 피식 웃던 중, 포털사이트 질문 코너에 한 순간에 웃음기를 사라지게 할 무서운 글을 보았다. 그 글은 흔히 보이는 관종끼 다분한 댓글들과는 달랐다. 물론 아이디는 비공개였으나 댓글이 아닌 작성자가 직접 작성한 게시글이었고, 모르긴 몰라도 사뭇 진지했다. 글의 맥락이나 어조로 봐서 나이가 어린, 추정컨데 중학생쯤 되는 학생이 남긴 글 같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우리의 미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 무서운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며 글을 마친다.
저는 왜 장대호가 살인마인지 모르겠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라고 하였습니다. 장대호는 전과 5범 조선족을 자신의 사형선고와 맞 바꿔 처리했습니다 이건 살인마라는 칭호를 붙이기엔 좀 나쁘다 생각이 드네요 안중근 의사도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으니 살인마인가요? 안중근 의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경하고 제 마음속에 머무는 위인이에요……<중략>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5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