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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케 Oct 04. 2023

모든 장발이 기타를  잘 치는 건 아니야

<9월 리뷰> 달에 대한 리뷰⑤ _ 기타를 시작했다

 기타를 구매한 건 작년 가을 정도였다. 사놓고 몇 번 튕기다가 손가락이 아파서, 소리가 안 나서 등등 핑계를 대며 조치원에서 서울로 올 때까지 기타에 먼지만 쌓이게 했다. 그동안 외로웠을 기타를 위해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시점 즈음부터 거의 매일 연습하기 시작했다. 굳은살이 생기기 전에는 조금 어려웠는데 굳은살이 조금씩 생기면서 연습은 수월하게 하는 중이다. 잘 치게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기타 연습을 위해 유튜브를 뒤적거리며 '왕초보'라던가 '초보들도 쉽게 칠 수 있는'이라던가 '입문자를 위한' 이런 수식어가 붙은 제목들을 굉장히 많이 봤다. 보통 이런데 들어가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타라는 악기의 기본적인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x밥인 부분은 참을 수 있어도 통증은 못 참는 유형의 사람이라 빠르게 포기했었지만 기타를 치면서 길고 긴 초보 시절을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해 보면 처음 어떤 분야에 발을 딛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전문적이지 못하거나 초보적인 것들은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생각보다 금기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뭔가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 하는 단계들 중에서 실패도 하고 많은 시도를 하면서 가장 넓고 튼튼하게 키워나가야 하는 단계들을 부끄러워하거나 그런 노력들의 가치를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이러한 노력을 해서 원하는 성과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었다. 근데 뭐 내가 기타리스트 할 것도 아닌데 뭐 그런 것까지 걱정하나 싶어서 그냥 바로 시작해 버렸다. 최근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뇌피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난 고민과 번뇌가 정말 많은 사람이라 시작을 잘 못하고 시작하는 것에도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막상 시작을 해보면 내 뇌피셜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전혀 새로운 결과들로 다가온다. 그래서 누군가 노력의 가치를 낮춰서 보든, 누가 날 x밥으로 생각하든 일단 시작하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다. 행동을 해야 방향성이 생기고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관성이 생긴다. 이 관성에 대해 가속도가 붙을 때 꾸준히 해오던 일들에 대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일들에 있어서 재능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은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재능 없는 사람들의 도전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먼저 누군가가 자신의 재능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 꾸준히 하거나 되지 않아도 밀고 나가는 것 또한 재능일 수 있을뿐더러 끝까지 가거나 어떤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일들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일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있는 반복적인 일들이 취미가 됐든, 일이 됐든 수많은 반복들 사이에서 자신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만이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어떤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이 일의 가치를 찾아내지 못해도 스스로가 이 일의 가치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살면서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거나 행동에 대한 의미나 이유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복과 꾸준함은 여전히 의미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구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나 이유를 대신 찾아주지는 않는다. 반복이라는 것은 계속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거나 똑같은 일은 수없이 복제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나만 감지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스스로 그 디테일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적어도 가치라던가 의미라던가 하는 일은 그 발견이 얼마나 퍼져 나가느냐에 있지 않다. 그 발견 자체에서 언제까지고 우리를 기다리면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적어도 원하는 가요들을 그럴싸하게 노래하면서 칠 때까지 간단한 곡들을 작곡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기타를 쳐보려고 한다. 처음이라는 단어의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작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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