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리뷰> 달에 대한 리뷰④ _ 여름이니까 덥지
여름은 덥다. 중고로 에어컨을 사놓고 설치를 할지 말지 두 달가량 고민하다가 다시 팔았다. 집이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돈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참 가난한 여름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되려 하나씩 내려놓고 있으니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출을 하고 집에 오면 바로 찬물로 샤워를 한다. 집에 제습기를 틀어놓고 선풍기를 두 대 정도 돌리면 생각보다 시원하다.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덥다는 생각은 안 하고 살았다. 애초에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집에 에어컨이 없었다. 그 이후는 집에서 나와서 살았기 때문에 언제나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였다. 이번에도 거의 설치하려고 마음을 먹고 설치 기사 아저씨와 날짜까지 잡아놨는데 이상하게 에어컨을 설치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자신이 기존의 관성으로 돌아가려는 것인지 혹은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설치 기사 아저씨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에어컨 설치를 취소한 뒤 당근에 에어컨을 올렸다. 정말 싸게 올렸는데 만원을 깎아 달라니.. 그래도 그냥 팔았다.
나는 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이건 기존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관성보다 남들과 달라지고 싶어 안달 난 모습에 가깝지 싶다. 그렇지만 사실 여름은 더운 게 맞다. 집이 조금만 움직여도 육수가 나오고 할 만큼 덥지는 않다. 여기에 에어컨을 들여놓는 건 확실히 사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조금 더 덜 인공적인 것에 대한 관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인간적인 평균으로 생각되는 것이 어떨 때는 극도로 인공적으로 느껴져서 이질감이 들 때가 있다. 모두가 해야 하는 것과 응당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가끔 날 이방인의 위치로 내몬다. 그렇게 나 스스로도 자신을 이방인으로 인식하게 되면 나를 판단하는 주체는 안갯속으로 사라진다. 숫자로 표현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들이 나를 정의하게 되고 누군가 각을 맞춰 재단해 놓은 틀 속에 스스로를 녹여 모양을 맞춘다.
다시 녹아야 한다. 그러한 인공적인 모양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덜 녹았다. 완전히 녹은 뒤에 내 모양을 찾아갈 때까지 그냥 흐물렁텅한 액체로 있더라도 흘러가고 싶은 느낌이 든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특히, 영화도 영화지만 '나'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스스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관성에서 벗어나 좀 더 원초적이고 감각들을 배우는 시간인 것 같다. 혹은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가 새로운 관성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기 좋은 글도 아니고 누군가 주목할만한 이야기들도 아니겠지만 나 자신에게 열리는 새로운 감각들이 좀 더 삶을 과감하게 살게 만들어 준다. 한 번 확실하게 녹으면서 비웃음도 실컷 당해보고 이상한 사람도 됐다가 멋진 척도 좀 해보고 그러면서 삶이 주는 영감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게 진짜 사람냄새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해 보니까 이탈리아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에잉 나약한 것들 ㅋ' 이러면서 시작한 일 같기도...
춤
나와 함께 발을 맞추자
우릴 비웃는 비웃음에 익숙해지자
우린 이 어색한 몸짓을 자랑스러워하자
춤을 추자
세상에 너와 나, 둘만 남아있을 때까지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