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기억을 씻어내는 눈물 위에
망각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그렇게 떨어진 눈물은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을
온통 흔들어 버린 뒤
파도가 되어 사라집니다
파도가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아직,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나 봅니다
내 눈가의 눈물은 멈췄지만
사라진 기억의 빈 공간 속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떨어지던 순간의 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첫 울림으로 나는
파도의 끝자락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아주 먼 미래가 되어서야
깊은 물 속의 고요에도
거친 파도의 펄럭임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눈물의 끝과 시작이
어찌 그리 닮아있는지
수만 번 훑어본 기억은
어찌 그리 닳아있는지
손때 묻은 잊혀짐이라는 단어가
파도가 되어 부딪히는 순간
깊은 고요 속의 내가
파도 위의 휘청거리는 내게
손을 내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