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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케 Dec 01. 2024

고요로부터

#13

기억을 씻어내는 눈물 위에

망각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그렇게 떨어진 눈물은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을

온통 흔들어 버린 뒤

파도가 되어 사라집니다


파도가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아직,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나 봅니다


내 눈가의 눈물은 멈췄지만

사라진 기억의 빈 공간 속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떨어지던 순간의 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첫 울림으로 나는

파도의 끝자락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아주 먼 미래가 되어서야

깊은 물 속의 고요에도

거친 파도의 펄럭임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눈물의 끝과 시작이

어찌 그리 닮아있는지

수만 번 훑어본 기억은

어찌 그리 닳아있는지


손때 묻은 잊혀짐이라는 단어가 

파도가 되어 부딪히는 순간

깊은 고요 속의 내가

파도 위의 휘청거리는 내게

손을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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