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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볼빨간 사춘기│RED PLANET

편곡과 음악적 목적의 충돌

[M/V] 우주를 줄게 - 볼빨간 사춘기


음악가 : 볼빨간 사춘기
음반명 : RED PLANET
발매일 : 2016.8.29.
수록곡
1. 우주를 줄게
2. 싸운날
3. You(=I)
4. 심술
5. 나만 안되는 연애
6. 초콜릿
7. 프리지아
8. X Song
9. 반지
10. 사랑에 빠졌을 때




 음악의 발매 형태 중 '싱글'과 '앨범(음반)'의 차이를 아시나요? 저는 편의상 상단의 설명에서 양쪽 모두 '음반'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만 둘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싱글은 타이틀 곡 하나를 중심으로 발매된 형태로, 3~4분 내외의 흡인력 있는 곡을 통해 음악가의 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앨범은 이와 달리 리 10곡에서 많게는 30곡도 넘는 곡을 담고 있는 음반의 단위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의 경우) 평가 기준에 수록곡 간의 유기성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반면 싱글의 경우는 발매 전략부터가 다르다보니 타이틀곡 하나의 완성도에 집중을 하죠. 즉, 곡 하나하나가 히트 싱글이 될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해도 유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음반으로서의 점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들 간 유기성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되는 것이죠. 애초에 음반의 '목적'과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 목적과 관계가 있습니다. 볼빨간 사춘기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의 팀이 내놓은 첫 번째 음반이 '목적'을 잃은 채 싱글과 앨범, 그 사이 어딘가를 표류 중이기 때문이지요. 타이틀 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우주를 줄게'부터 달콤한 선율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전자드럼 위로 건반이 깔아놓은 길을 보컬이 매끄럽습니다. 안지영 특유의 음색과 꾸밈음 덕에 선율이 한층 화사해진 느낌입니다.


Cause I'm your pilot 네 곁에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
My Galaxy
- '우주를 줄게' 中 -

 거기다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라는 고전적 문구는 볼빨간 사춘기라는 이름이 주는 캐릭터와 맞물려, 상투적인 느낌보다는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할 법한 귀여운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이후의 곡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력적인 보컬, 귀여운 상상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낳습니다. 그렇습니다. '개별 곡'에서만 말이죠.

 음색, 작곡, 정체성(이미지) 모두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편곡입니다. 10곡의 수록곡 모두가 일관된 편곡 스타일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반을 중심으로 한 밴드 구성의 그것 말이죠. 심지어 템포도 비슷합니다. 건반 중심의 '나만 안되는 연애', 현악 사운드가 등장하는 'X Song' 등이 예외로 존재하지만 일관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성이 문단 서두에 언급한 3요소(음색, 작곡, 정체성)과 만나는 순간 긍정적 시너지가 부정적으로 반전됩니다. "이 곡이 저 곡이고 저 곡이 요 곡이고..."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한결 같은 편곡이 앨범의 일관성을 지루함으로 바꿔버리고 말았습니다(공교롭게도 '프리지아'를 제외하곤 모두 같은 편곡자입니다).

 여러모로 유감스럽습니다. 앨범으로 놓고 보자면 다소 지루한 작품이지만 개별 곡을 들어보면 너무나도 매력적인 곡들이거든요. 차라리 나눠서 차례차례 싱글로 발매됐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내놓은 건 '앨범'인데 말이죠. 앨범으로서의 목적이 어긋난 지금은, 훌륭한 캐릭터의 팀을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욱 좋은 음반으로 돌아올 그들을 기대하면서요.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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