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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25. 2016

클래지콰이 프로젝트│Travellers

세 사람의 여행가가 담아내는 일상의 사색

CLAZZIQUAI PROJECT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 걱정남녀 (Speak of Love) M/V



음악가 : 클래지콰이 프로젝트(Clazziquai Project)

음반명 : Travellers

발매일 : 2016.9.20.

수록곡

1. Travellers (Inst.)

2. Dangerous

3. #궁금해

4. Sweet Life

5. 걱정남녀

6. Make Up Break Up

7. 야간비행

8. 잠 못드는 밤

9. Sweetie Fruity Jelly

10. Aurora




 음악 좀 듣는다는 분들 중에서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분은 없을 테죠. 일렉트로니카, 펑크(Funk), 프렌치 팝(French Pop) 등 다채로운 장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들의 음악은 시작부터 순조로웠습니다. 경향신문과 음악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공동 기획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첫 정규 음반 <Instant Pig>부터 시작해, 이후 발매된 5장의 음반들 모두가 범작 이상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니까요. 여타 음악가들과 비교했을 때 텀이 좀 길긴 합니다만, 음반도 꾸준히 발매해주고 있고 질 또한 크게 떨어지거나 하지 않으니 오랜만의 신보에 눈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Travellers>는 이전까지의 클래지콰이와 비교했을 때 새롭거나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트로격인 'Travellers (Inst.)'를 지나, 9월 상반기 신곡 리뷰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궁금해'까지 이르면 우리가 듣던 클래지콰이 식의 펑키한 사운드가 우리를 반깁니다. 그 중심에는 탄력 있는 베이스 라인과 속칭 '쨉쨉이'라고 불리는 기타 주법이 자리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사실은 두 트랙 사이에 위치한 'Dangerous'의 존재입니다. 신시사이저, 기타, 베이스 등의 악기가 총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곡은 결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음으로 진행되는 곡의 목적은 바로 노랫말에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흐트러져
유혹에 흔들려
Dangerous

돌아오지 않아
강한 자만 살아
다시 기횔 노려봐
You are hunter

- 'Dangerous' 中 -


 우리 머릿 속에 각인되어 있는 클래지콰이의 노랫말치고는 제법 강하고 단호한 어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Travellers>에서 클래지콰이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 곡에서 시작합니다. 인생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메시지가 말이죠. 이러한 경향은 '#궁금해'를 지나 'Sweet Life'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달콤한 뉘앙스의 제목과는 달리 곡의 시작에서부터 'Oh Mercy, Mercy / 오늘도 지나가네 / 전쟁 같은 하루 / 힘들었지 All good'라는 노랫말이 치고 들어옵니다. '힘들지만 힘을 내자'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곡을 이끌어가고 있지요. 달콤한 인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을 노래하고 있는 목소리가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이지만 마냥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걱정남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툭하면 건너뛰는 식사 / 더 뺄 살이 어디 있니?'라며 직접 청자에게 말을 거는 듯 친근한 노랫말로 시작되는 이 곡은 'Dangerous'가 처음으로 던진 물음의 매듭을 짓습니다. 경쾌한 리듬, 통통 튀는 건반 등이 어우러지며 음악가에게 '친구'라는 지위를 부여합니다.


 클래지콰이는 결코 어느 방면의 진리에 통달한 철학가가 되고 싶어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와 함께 일상 속에서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이 피곤에 찌들어 있는, 일상을 여행하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죠.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걱정남녀'는 단순한 음반의 완급조절 기능을 넘어서서 음반의 그러한 메시지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사색'. 진지하지만 결코 심각하지 않은 그 지점에 클래지콰이는 위치해 있습니다. <Travellers>가 바로 그 증명이지요. 항상 새로운 것, 항상 참신한 것만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한결 같은 이들의 음악이 심심한 위로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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