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저나무 Oct 13. 2016

스텔라장(Stella Jang)│Colors

상상력으로 색칠하는 스텔라장의 자유로운 캔버스

스텔라장 (Stella Jang) - 환승입니다 (Transfer) MV



음악가 : 스텔라장(Stella Jang)

음반명 : Colors

발매일 : 2016.10.6.

수록곡

1. Colors

2. 소녀시대

3. 계륵

4. 어제 차이고

5. 환승입니다

6. It's Raining (Feat. 버벌진트)

7. 뒷모습

8. 소녀시대 (Inst.)

9. 계륵 (Inst.)

10. 환승입니다 (Inst.)




 "넌 남자/여자가 뭐 그렇게 하고 다니냐?" 세상은 넓고 오지라퍼는 참으로 많습니다. 내가 합의한 기억도 없는 '평범'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며 타인을 재단하죠. 치마를 입고 다니든 바지를 입고 다니든, 피어싱을 오른쪽 귀에 뚫건 말건 그들과 무슨 상관이길래 그러는 걸까요? 용기 있는 누군가는 당당하게 외칩니다. "바로 이게 나야!"라며 말이죠. 그리고 여기, 한 소녀가 있습니다. 여리거나 청순가련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소녀가 말이죠. 하지만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소녀답다'라고 불리는 누군가를 동경하지도 않습니다. 거울에 비친 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신의 색깔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지요. 스텔라장의 <Colors>입니다.


 스텔라장 본인의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 <Colors>란 음악가 본인의 정체성을 색에 빗대 표현한 제목입니다. 복수형으로 쓰인 제목만큼이나 다채로운 스텔라장의 색채가 7곡에 걸쳐 펼쳐집니다. 시작을 알리는 'Colors'는 스텔라장 본인의 목소리를 여러 번 녹음하여 완성된 아카펠라 곡입니다. 퍼커션의 경우 방에 있는 물건들을 적당히 활용해서 낸 소리들이라고 하니, 제대로 된 악기는 그의 목소리밖에 없는 셈이지요. 바로 그 점이 'Colors'로 하여금 음반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부여합니다. '난 빨강도, 노랑도, 파랑도, 내가 원하는 그 어떤 색이든 될 수 있어'라는 명확한 주제의식이 온전한 스텔라장의 목소리 만으로 세워지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소녀시대는 그러한 주제의식을 이어받는 곡으로, 청순가련만이 소녀다운 것인 줄 아는 세상의 시선에 시원한 한 방을 선사합니다. '현실에는 그런 거 없어'라며 단호히 말이죠. 그리고는 제 취향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하는 이들에게 말하죠. '(난) 그냥 소녀 소녀라네!'


 당당하기만 한 줄 알았던 진짜 소녀에게도 상처는 있습니다. '계륵'은 소위 말하는 어장관리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생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난 너를 좋아해
널 많이 좋아해
하지만 너와 나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는 말자

- '계륵' 中 - 


 좋아하는 건 아니면서 남 주기는 아까워하는 그대는 대체 어떤 마음인 걸까요? 앞으로도, 뒤로도 내딛지 못하는 화자의 답답한 마음이 여린 보컬을 통해 전해집니다. 그 여린 목소리로 '계륵'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끊임없이 굴려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계륵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말이죠.


 'It's Raining (Feat. 버벌진트)', '뒷모습' 등 후반부 수록곡이 다소 평이하긴 하지만 음반은 수작이라 불리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Colors>를 그려가는 스텔라장만의 힘, 상상력 덕분이죠. 그 자체로 소녀다움의 기준이 되어버린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를 재치 있게 활용한 '소녀시대',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한자성어를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계륵', '갈아탔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 노랫말을 써내려 간 '환승입니다'까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인 만큼 음악의 언어로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어색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솔한 화자의 태도, 재치 있는 노랫말이 어려운 소재를 자연스레 음악에 녹아들게 하니까요. 이렇게 재능, 아니, 재치 있는 음악가의 출발점에 청자로서 함께하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5/5.0

매거진의 이전글 박효신│I am A Dream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