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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Oct 10. 2016

박효신│I am A Dreamer

목소리라는 악기로 그려가는 그의 꿈

Park Hyo Shin 박효신_숨 (Breath)_Official Music Video



음악가 : 박효신

음반명 : I am A Dreamer

발매일 : 2016.10.3.

수록곡

1. Home

2. Shine your light

3. Wonderland

4. Beautiful Tomorrow

5. The Dreamer (I am A Dreamer)

6. 야생화

7. HAPPY TOGETHER

8. Li-La (리라)

9. 숨

10. I'm your friend

11. 꿈

12. 숨 (Inst.)




 록, 힙합, 일렉트로니카, 재즈 등 헤아리기도 어려우리만치 많은 것이 음악 장르입니다만, 발라드라 불리는 장르는 좀 특별합니다. 앞서 언급한 장르가 음악적인 형식(물론 대중음악의 장르 논쟁은 명확히 결론지어지지 않았습니다. 느낌적인 느낌만 갖고 있을 뿐이지요)에 따른 구분이라면, 발라드라는 장르 구분은 음악이 품고 있는 서정성의 측면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록 발라드' 같은 장르의 합성어가 사용될 수 있는 것도 록과 발라드라는 장르가 다른 기준을 바탕으로 나누어진 것이기 때문이지요.


 서정이라는 한정된 정서만으로 음악을 전개시켜야 하는 발라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40분에 달하는 음반이라는 작업 단위에서 우수에 찬 노래만으로 완급 조절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섣불리 다른 장르에 손을 댔다간 변절이라는 조롱을 받기 십상입니다. 그 결과 저 같은 어중이떠중이 청자들은 편견을 갖게 되었죠. "발라드에 명곡은 있어도 명반은 없다."라는. 그리고 그 편견이 하나의 음반에 의해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박효신의 7집 음반, <I am A Dreamer>입니다.


Park Hyo Shin 박효신_Home_Official Music Video


 영롱한 건반음과 함께 시작하는 'Home'은 박효신 식 웅장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곡의 진행에 따라 기타, 드럼, 현악기 등의 다양한 악기가 순차적으로 등장합니다. 거기다 마지막 후렴에서는 성가대에서나 느낄 수 있던 공간감을 강조한 코러스까지 등장하면서 흡사 관현악단의 공연을 연상케 하지요. 웅장함을 강조한 첫 곡을 지나 맞이하게 되는 곡은 선공개되었던 'Shine your light'입니다. 이전에 공개되었던 '야생화', 'HAPPY TOGETHER'에 비해 싱글로서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릅니다. 앨범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지요. 부드럽게 흘러가는 선율이 고막을 간질이는 것이 음반으로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합니다.


 마치 스팅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Wonderland'는 목소리 또한 하나의 악기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곡입니다. 팝 음악의 명확한 선율보다는 즉흥연주에 가까운 보컬 선율이 마치 악기가 된 것 마냥 자유롭게 노닙니다. 모범적인 발라드 넘버 'Beautiful Tomorrow', 목소리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야생화' 등을 지나 주목해야 할 곡은 마지막 트랙인 '꿈'입니다. 이 곡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발성 때문이지요. 명품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지난 곡들과 달리 '꿈'에서는 유독 자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웅얼거림처럼 말이죠. 이 웅얼거림은 건반이 이끄는 잔잔한 선율을 타고 한 편의 동화를 그려갑니다. 작은 별 하나가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이야기를 말이죠.


 아쉬움이 없는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의미한 영문 가사의 혼용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탓입니다. 'Home'의 'And I fly high / I'm in sky high / 너를 안고서'라는 후렴, 'Wonderland'의 후렴부에서 나타나는 'See 맘에 들면 나 키스해줄래 / Maybe 아주 달콤한 둘만의 secret / Sing 우린 사랑을 멈추지 않아' 등의 노랫말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노랫말은 음악의 전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발음을 위해 애써 삽입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번득이는 재치가 엿보이는 부분 또한 가사라는 점입니다. '숨'이 바로 그러한 곡이죠.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 '숨' 中 -


'쉬다'라는 동사를 이용해 '숨'과 '곳(장소)'라는 두 단어를 묶는 재치가 상당합니다. 작사가 혹은 공동 작사가로서 모든 곡에 박효신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발전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위로, 미련, 사랑 등의 복잡다단한 감정이 다채로운 사운드를 통해 구현되는 와중에도 유기성을 잃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목소리가 음반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한 때 소몰이 창법의 대표 주자로 명성을 떨쳤던 그가 지금, 담백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통해 발라드의 정수를 음반에 담아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악기란 사실을 <I am A Dreamer>가 우리에게 일깨워주었군요.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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