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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Oct 20. 2016

오페스│Sorceress

고고한 짐승이 꾸며놓은 현혹의 마법

OPETH - The Wilde Flowers (OFFICIAL LYRIC VIDEO)



음악가 : Opeth(오페스)

음반명 : Sorceress

발매일 : 2016.9.30.

수록곡

1. Persephone

2. Sorceress

3. The Wilde Flowers

4. Will O the Wisp

5. Chrysalis

6. Sorceress 2

7. The Seventh Sojourn

8. Strange Brew

9. A Fleeting Glance

10. Era

11. Persephone (Slight Return)




*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묻는다면 첫째도 메탈, 둘째도 메탈, 셋째는 레드 벨벳일 것이다. 메탈 중에서도 특유의 야만성을 위시한 데스 메탈은 풋내기 메럴 파오후였던 호저나무의 마음에 파도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거센 파도 속에서 오페스라는 이름의 그룹은 남달랐다. 분명 그로울링(growling; 짐승 소리를 흉내낸 강한 록, 메탈 특유의 창법), 강력한 드라이브 톤의 기타 등이 전면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이 써내려가는 음악은 데스 메탈보다는 프로그레시브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열매임이 틀림 없었다. 그로울링 보컬과 클린 보컬, 야만성과 서정성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다채로운 곡 구성은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때문에 10번째 스튜디오 음반 <Heritage>부터 오페스가 프로그레시브화(化)의 행보를 보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에게 영향을 준 팀으로 항상 캐멀(Camel)을 꼽던 그들이 아닌가. 물론 결과물이 그리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Heritage>는 지나치게 소리의 공백을 강조했고 <Pale Communion>은 키보드에 무게를 둔 나머지 다른 악기가 단조로워졌다. 차례차례 시도가 빗나가자 불안감이 엄습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그리고 2016년, 12번째 음반 <Sorceress>의 발매 소식이 전해져왔다. 결과물에는 다행이도, 그들의 뚝심에 보답하듯 훌륭한 음악이 담겨있다.


 인트로 격인 'Persephone'를 지나 맞이하게 되는 첫 번째 곡, 'Sorceress'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전작에 비해 리듬 라인이 탄탄해졌다는 점이다. 저음부를 강조한 변칙 튜닝의 기타와 베이스의 묵직한 리프가 미들 템포의 드럼과 만나 둔기로 고막을 때리는 듯한 충격을 선사한다. 거기다 창법이라기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보컬 미카엘 아커펠트(Mikael Akerfeldt)의 후렴이 신(新) 오페스식 헤비니스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The Wilde Flowers'는 초·중기 오페스와 후기 오페스의 모습이 고루 나타나는 곡이다. 공격적인 전반부와 기타와 건반이 잔잔하게 이끌어가는 중반부의 구성은 과거 이들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던 모습이다. 거기다 전작 <Pale Communion>의 'Cusp Of Eternity'에서도 보였던 테크니컬한 기타 솔로가 다시금 펼쳐지니, 신구(新舊)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들의 3번째 트랙이 그러했듯, 'Will O The Wisp' 또한 어쿠스틱 중심의 진행을 보인다(인트로는 제외하자).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음반의 백미는 'Chrysalis'다.  밴드 오페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본 곡은 어느 악기 하나 소홀히 다뤄지는 법이 없다. 특히 아트록 스타일의 키보드와 기타가 합을 겨루며 진행되는 솔로는 숙련된 무인들이 자웅을 겨루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격정적인 솔로를 지나 정적으로 향하는 곡은 'Sorceress 2'와 만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입부로 시작되는 'The Seventh Sojourn'은 음반의 아트워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현악기, 퍼커션 등과 함께 어쿠스틱한 구성으로 만들어내는 선율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모던한 분위기의 리프가 매력적인 'Strange Brew', 후반부의 절정으로 수렴하는 구성이 일품인 'A Fleeting Glance', 그리고 선율의 흡인력이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마치 팝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Era'까지. 아웃트로인 'Persephone (Slight Return)'이 끝나는 약 60분의 시간 동안, 청자는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때로는 흉포한 야수처럼, 때로는 고고한 공작처럼 변화하는 이들에게 현혹되어 버릴 테니 말이다. 마법사(Sorceress)라니, 이 얼마나 교만한 이름인가!



4.0/5.0




OPETH - Sorceress (OFFICIAL LYRIC VIDEO)


OPETH - Will O The Wisp (OFFICIAL LYR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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