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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Nov 11. 2016

마마무(MAMAMOO)│MEMORY

'재치'는 가고, '실력'만이 남은 음악

마마무 (MAMAMOO) - Décalcomanie (데칼코마니) MV



음악가 : 마마무(MAMAMOO)

음반명 : MEMORY

발매일 : 2016.11.07.

수록곡

1. 그리고 그리고 그려봐

2. Decalcomanie (데칼코마니)

3. NEW YORK

4. Moderato (Feat. Hash Swan)

5. Angel

6. DAB DAB

7. 놓지 않을게

8. 기대해도 좋은 날



*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합니다.


 마마무를 처음 접한 것은 군 복무 시절이었다. "Mr. 애매모호"라는 제목의 괴상한 이름의 뮤직 비디오가 최신 목록에 업데이트되었고, 위로받을 곳이라곤 TV 밖에 없던 군인들은 관성적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뭐야? 딴 거 틀어라." 누군가가 말했다. 우스운 사실은 그 말이 나왔을 땐 이미 음악이 끝난 후였다는 점이다. 예쁘지도, 섹시하지도 않은(물론 실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내세운 이미지가 말이다) 그룹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군인들을 사로잡은 까닭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력' 그리고 '재치'.


 첫 정규 음반 <Melting>은 그 두 가지 요소를 자연스레 녹여낸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그저 아이돌 그룹의 정규 음반 정도로 치부하기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Hey Mr. 애매모호 피아노 맨, 바로 너'라며 이전에 발표했던 곡을 이스터 에그로 활용한 "넌 is 뭔들" 뿐 아니라 키를 소재로 재치 있게 전개되는 "1cm의 자존심", 어릴 적 자랐던 지역에 대한 회상을 담은 자전적인 곡 "고향이"까지. 마마무는 실력파 걸그룹 이상의 의미,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아, 물론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이들이었기에 가능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에도 마마무의 실력은 여전하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법한 부드러운 재즈풍의 "그리고 그리고 그려봐", 복잡한 구성은 배제한 채 매혹적인 선율만으로 승부를 보려 한 "Decalcomanie (데칼코마니)", 마마무의 장기인 펑키(Funky) 사운드 "NEW YORK" 등이 초반부터 귀를 잡아끈다. 문제는 "Angel"부터 감지된다. 솔라 & 휘인의 감미로운 듀엣이 감성을 자극하고, 이어서 팬들의 사랑에 대한 답가인 "놓지 않을게"가 바통을 건네받는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대해도 좋은 날"까지. 여린 감성에서 펑키함까지 오고 가는 이번 음반을 지탱하는 축은 오직 '실력' 하나다. <MEMORY>가 아쉬운 것은 바로 마마무를 구성하는 한 축, '재치'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이해밖에 되지 않는다. 멤버 개개인이 메인 보컬로 손색없는 실력을 지닌 이들이 넷이나 모인 상태에서, 마마무가 보여줬던 재치는 음악의 무게중심으로 기능해왔다. 그런데 그게 빠진 상태의 <MEMORY>는 이전 음반과 비교했을 때 마마무라는 이름은 다소 희미해졌다는 인상이다. 실력이 되려 이들을 잡아먹고 있다고 해야 할까. 비록 "DAB DAB"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팬서비스 성격이 강하다는 점과 음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실력 어필은 충분하다. 다음에는 '실력 좋은 가수'가 아니라 '진짜 마마무'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3.0/5.0


마마무 (MAMAMOO) - NEW YORK MV
마마무 (MAMAMOO) - 놓지 않을게 (I love too)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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