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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Nov 15. 2016

인 플레임즈│Battles

불안요소들의 끊임없는 동어반복(同語反復)

IN FLAMES - The End (OFFICIAL VIDEO)



음악가 : In Flames(인 플레임스)

음반명 : Battles

발매일 : 2016.11.11.

수록곡

1. Drained

2. The End

3. Like Sand

4. The Truth

5. In My Room

6. Before I Fall

7. Through My Eyes

8. Battles

9. Here Until Forever

10. Underneath My Skin

11. Wallflower

12. Save Me

13. Greatest Greed

14. Us Against The World



*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합니다.


 이것은 음반 리뷰가 아니다. 팬심으로 가득한 찬양의 글도 아니다. 오히려 비보(悲報)라 함이 옳을 것이다. 십여 년 전, 메탈이라곤 원소 기호 밖에 모르는 코찔찔이(심지어 문과라 외우지도 않았다)를 신세계로 인도한 그룹의 몰락을 몇 안 되는 국내 팬들에게 알려야 한다니, 비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똥반은 똥반인 것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명반도, 띵반도 아니다. 똥반이다. 90년대 중반, 멜로딕 데스 메탈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한 밴드의 몰락. 인 플레임스가 돌아왔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선봉장으로서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Drained"는 인트로부터 범상치 않다. 불길한 신시사이저 위로 거친 질감의 기타가 줄을 튕긴다. 이어지는 보컬 앤더스 프리덴(Anders Fridén)의 낮은 목소리. 그리고 오래지 않아 묵직한 리프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절규와 스크리밍(screaming; 그로울링과 마찬가지로 록/메탈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창법. 국내에서는 낮고 굵은 톤의 그로울링과 달리 높은 톤의 보컬을 가리킨다)의 경계에 있는 거친 목소리는 우리가 지금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인 플레임스임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문제는 두 번째 트랙 "The End"부터 발생한다. 절(節, verse)까지만 해도 "Drained"의 기조를 이어받나 했건만, 후렴에 가서는 클린 보컬을 남발하며 이전까지 쌓아왔던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다. 이마저도 선율이 빼어나다면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악재의 핵심이다. 소위 '떼창'이라 불리는 스타일의 코러스는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고자 끼워 넣은 것인 듯하나 결코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거기다 박진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허술한 기타 솔로는 절망 그 자체다.


 클린 보컬의 남발,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기타 리프와 맥락 없는 솔로,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 패턴까지, <Battles>는 불안요소들의 끊임없는 동어반복(同語反復)이다. 14곡이나 되는 수록곡 사이에서 어느 하나 정도는 보석이 있을 법도 하건만, 그 어떤 곡도 동어반복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The Truth"나 "Save Me"가 인상적인 선율로 반전을 노리나 했지만 결국 같은 선율만 주야장천 되풀이하는 후크송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그렇다면 헤비니스라는 토끼는 잡았는가? 이 또한 아니다. "Through My Eyes"와 "Us Against The World"에서 후기작 중 비교적 긍정적인 평을 이끌어낸 <Come Clarity>의 아우라가 느껴지는가 했더니 후렴에 가서는 결국 늘어지는 클린 보컬로 빠진다.


 마음이 편치 않다. 우스꽝스러운 표현들을 사용해가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려 했건만 쉽사리 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그룹이 아닌, 신세계를 알려준 팀이 퇴보하는 모습은 결코 유쾌한 광경은 아니다. 이 또한 애정을 쏟던 팀의 일부분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필자는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이들을 박제해 놓는 쪽을 택하련다.


1.5/5.0


IN FLAMES - Through My Eyes (OFFICIAL TRACK)


IN FLAMES - Save Me (OFFICIAL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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