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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Dec 29. 2016

지바노프│For The Few.

전자음 위로 녹여낸 감성의 무게

jeebanoff(지바노프)│For The Few.│Stay Ready Records, 2016.

음악가 : jeebanoff(지바노프)

음반명 : For The Few.

발매일 : 2016.12.22.

수록곡

1. How We Love: 시작과 끝에서.

2. About You (Feat. K.vsh & OLNL): 당연해진 상대에게.

3. Belief: 소수를 위하여 (For The Few).

4. Mur Mur: 낯선 장소.

5. Table (Feat. TAEK): 주변을 맴도는.

6. Deny: 익숙하지 않은.


 감동(感動)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것을 직역한 표현, '마음의 움직임'이라는 말을 말이다. 평소 차갑기만 하던 친구의 배려가, 추운 날씨에 퇴근길을 걸어가는 나를 마중 나온 애인의 온기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소한 일들로부터 오는 감동이야말로 인간이 낳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가치라는 믿음이 내게는 있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중 하나로서, 음악이야말로 감동이라는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인간의 창조물이라 여겨 왔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이란 것이 있듯이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 음악이 있었으니, 일렉트로니카가 내게는 그러했다. 기계의 속성을 차가운 금속성 또는 0과 1의 이진법으로 밖에 정의 내릴 수밖에 없는 비루한 지식의 문과생에게 일렉트로니카는 감동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수주의도 이런 국수주의가 없다.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면'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더 이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식 SNS 계정도 따로 없는 신예 음악가지만, 감동의 무게에 있어서 지바노프(jeebanoff)의 음악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묵직함보다는 여운을 한껏 살린 신스 사운드가 일렉트로니카의 캔버스를 펼치면, 여리지만 섬세한 보컬이 붓놀림을 시작한다. 절묘한 볼륨 조절을 통해 일그러진 공간감을 형성하는 "How We Love", 어느새 '당연해진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서사적인 트랙 "About You (Feat. K.vsh & OLNL)" 등이 느리지만 밀도 있게 청자의 몰입을 이끌어 낸다.


 음반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Belief"다. 통통 튀는 리듬 라인과 함께 중독성 있는 보컬 멜로디가 치고 올라오니, 헤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끈적한 매력의 "Table (Feat. TAEK)"와 함께 멜로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곡이다. 이어지는 "Mur Mur"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오토튠을 가해 왜곡시킨 목소리가 '웅얼거림'을 뜻하는 제목과 맞물려 중독성을 자아내는 것이 제법 흥미롭다.


 첫 번째 EP <so fed up> 이후 5개월이 지났다. 정규 음반이 아닌 EP로 돌아온 지바노프지만 음악의 밀도는 물론이거니와, 감동의 크기도 여느 정규 음반 못지 않다. 감동이란 메시지의 양이 아닌 질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은가. 음반을 접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 이 신예의 다음 결과물이 기대된다.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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