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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Dec 31. 2016

이동우│Walking

더 넓은 세상을 보는 음악가의 2016년 마지막 선물

이동우│Walking│S.M. Entertainment, 2016.

음악가 : 이동우

음반명 : Walking - The 2nd Album

발매일 : 2016.12.24.

수록곡

1. 사랑이 있었다 (Once There Was A Love)

2. 톡탁 (What A Wonderful Cane)

3. 커피나무 (Marry Me)

4. Sweet Island (Feat. 신연아)

5. 차가운 밤 (Lonely Night)

6. Smiling Face

7. Cheers To Nothing

8. Wanna Be Your Guitar

9. Step It Up

10. What A Wonderful Cane (English Ver.)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말만큼 올해를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과연 있을까 싶다. 곪을 대로 곪은 고름이 민낯을 드러냈고 분노한 민중은 촛불로 답했다. 인생사가 다 그런 것이라고 웃어 넘기기엔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어떠한 희망의 말로도 지친 영혼을 위로할 수 없을 때, 결국 남은 말은 "그래도 살아야지 어쩌겠니." 따위의 것이었다. 참으로 젠장 맞다. 2016년이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5천만 인구 모두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은 예외로 하자. 이번에 소개할 음반의 주인공 이동우의 이야기다.


 추억의 그 이름 틴틴파이브의 일원이었던 그는 2009년,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본인이 실명 위기에 놓여있음을 밝혔고 결국 이듬해인 2010년에 완전히 시력을 상실하고 만다. 두 눈 멀쩡히 뜨고도 불안하기만 한 세상 속에서 빛을 잃은 그는 어떤 마음일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있지는 않을까? 맹인 재즈 싱어 이동우는 이러한 '눈 뜬 맹인'들의 우려를 두 번째 정규 음반 <Walking>로 완전히 불식시킨다.


LEE DONG WOO 이동우_톡탁 (What A Wonderful Cane)_Music Video

 스트링과 함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트랙 "사랑이 있었다 (Once There Was A Love)"에서부터 확신이 든다.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건반 선율과 함께 이동우의 부드러운 중저음이 청자를 끌어당긴다. 재즈라는 본령(本領)을 지키면서도 물 흐르듯 편안하게 들어오는 멜로디는 음반의 성격을 알리는 첫 트랙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음반의 백미는 단연코 타이틀 곡이기도 한 "톡탁 (What A Wonderful Cane)"이다. 지팡이가 땅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곡에서는 맹인 음악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미난 상상력을 통해 그려낸다. 우리가 추잡한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는 동안, 그는 '눈 감고 상상하면 맘대로 그려지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광' 황정민과 '뭣이 중한디'의 김환희가 출연하고 유지태가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보는 재미까지 더하니 일석이조.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흐르는 고백의 노래 "커피나무 (Marry Me)", 사랑의 연을 맺은 신혼의 달콤함을 담은 "Sweet Island (Feat. 신연아)" 등을 지나 "Smiling Face"에서 음반의 서정미는 절정에 이른다. '까만 밤에 날아와 준 천사'와도 같은 존재가 딸이라는 노랫말이 그 어느 때보다 인상 깊다. 실명 이후 방송에서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 말했던 그이기에 사랑하는 딸에 대한 달콤한 속삭임은 더욱 애달프게 빛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우가 노래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다. 음반의 시작에서부터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듯이 음악가 이동우를 지탱하는 정서는 '사랑'이며 '긍정'이다. '할 일 없는 내일'을 위해 건배를 외치는 무한 긍정의 곡 "Cheers To Nothing"이 그 증거다. 그리고 그 긍정의 원동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앞서 언급한 "톡탁 (What A Wonderful Cane)"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극적인 악곡 전개로 희망찬 노랫말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Step It Up" 등은 음악가 이동우가 이동우 만의 방식으로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긍정의 메시지에 내성이 생긴 탓일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현실이기에 <Waking>은 더욱 빛난다. 고음부에서 다소 불안한 보컬은 매력적인 음색이 보완하고, 곡의 평이함은 위로의 보편성이라는 가치로 치환되어 음반의 전달력을 높인다. 한 사람의 음악가가 새로운 해를 맞이할 사람들에게 그 무엇보다 따뜻한 위로를 남기는 순간이다.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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