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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Jan 06. 2017

악동뮤지션│사춘기 하(思春記 下)

아직은 우리들의 '악동'으로 남아주기를

악동뮤지션│사춘기 하(思春記 下)│YG Entertainment, 2017.

음악가 : 악동뮤지션

음반명 : 사춘기 하(思春記 下)

발매일 : 2017.01.03.

수록곡

1. 생방송

2. 리얼리티

3. 오랜 날 오랜 밤

4. 못생긴 척

5. CHOCOLADY

6. YOU KNOW ME

7. 집에 돌아오는 길

8. 그때 그 아이들은


 전작 <사춘기 상(思春記 上)>의 발매 이후 8개월 만이다. 악동뮤지션의 두 번째 사춘기 이야기가 세상의 빛을 본 시기는 공교롭게도 봄이 아닌 1월, 겨울이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누군가가 지나온 눈길을 담아낸 앨범 아트워크가 있는 이상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악동뮤지션의 계절은 항상 봄이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재치 있는 노랫말과 악곡에 녹여냄으로써 그들은 개성 있는 음악가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어디 영원한 것이 있던가. 동심 그 자체인 줄로만 알았던 악동뮤지션도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전조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춘기 상>의 "주변인"에서부터 아이는 이미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성장통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아이는 지금도 여전히 사춘기를 겪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른의 사춘기란 아이의 그것처럼 마냥 해맑지는 않다는 것. <사춘기 하(思春記 下)>의 계절이 겨울인 이유다.


AKMU – ‘사춘기 하(思春記 下)’ FULL ALBUM MEDLEY

 재즈풍의 건반과 함께 시작하는 "생방송"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상 빛을 보며 탯줄을 자르던 순간부터 노래 부르는 지금 이 순간까지,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해 갖게 된 애착을 '생방송'에 빗대고 있다. 이어지는 "리얼리티"에서는 우리가 알던 악동뮤지션의 매력인 재치가 고스란히 배어 있지만 주제의식에 있어서 남다르다. 아이일 때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에 대한 어른의 불만을 담은 곡의 주제는 그저 재치로 웃어 넘기기엔 제법 무겁다.


 앨범의 주제의식, 즉 '이야기'는 잘 갖춰졌다. 아쉬운 것은 재치를 한꺼풀 벗어던지고 진중해진 주제의 무게만큼 악곡이 주는 재미마저 반감되었다는 사실이다. 타이틀곡인 "오랜 날 오랜 밤"이 대중에게 친숙한 파헬벨의 캐논을 차용함으로써 평이한 발라드 구성에 양념을 더하지만 본 재료의 싱거운 맛은 쉽게 감추기 어렵다. "YOU KNOW ME"의 경우 '세상을 아는 게 너 같은 거라면 모르고 살래'라는 당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심심한 구성이 이를 흐리고 있다. 재치가 악동뮤지션의 음악에 있어서 노랫말의 구성요소일 뿐 아니라 악곡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었던 까닭이다.


 어른의 사춘기를 그려내고자 했던 음악가의 바람은 재치의 부재 속에서 평범함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었다. 화자의 성장이 음악적 성장과 100% 합치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분명 그 자체로 '괜찮은 앨범'임에 틀림없지만 앞길이 창창한 음악가가 그려갈 궤적 속에서 얼마나 빛을 발하게 될 지는 의문이다. 아직은 어른이 아닌, 우리들의 '악동'으로 남아주길 희망한다.


3.0/5.0


AKMU - '오랜 날 오랜 밤 (LAST GOODBY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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