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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Jan 07. 2017

AOA(에이오에이)│Angel's Knock

코스튬 플레이어는 진짜 '콘셉돌'이 될 수 있을까

AOA(에이오에이)│Angel's Knock│FNC 엔터테인먼트, 2017.

음악가 : AOA(에이오에이)

음반명 : Angel's Knock

발매일 : 2017.01.02.

수록곡

1. Excuse Me

2. 빙빙 (Bing Bing)

3. Three Out

4. 느낌이 오니 (Feeling)

5. 불면증 (Can't Sleep)

6. Lily (Feat. 로운 of SF9)

7. Melting Love

8. 너 때문에 (Help Me)

9. Oh Boy

10. With ELVIS


 AOA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소속사인 FNC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들을 평가하길, 'AOA는 '콘셉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번 개성 강한 콘셉트를 소화하며 그들만의 색을 보여왔다'고 한 것이다. 글쎄. 이 말을 듣고 여태까지 AOA라는 그룹이 과연 어떤 콘셉트를 보여줬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데뷔곡 "ELVIS"부터 시작해, AOA BLACK이라는 유닛을 통해 병행해왔던 밴드 포맷? "짧은 치마"의 붉은 미니스커트? 아니면 "사뿐사뿐"의 캣우먼? 어림 반푼 어치 없는 소리다.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것은 코스튬 플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성 팬 층을 끌어당기기 위해 그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이 바닥의 보편적인 방법론을 끌어온 양산형 그룹, 그것이 AOA였다.


[MV] AOA _ Excuse Me

 콘셉트의 개념 정립에서부터 삐걱대는 AOA의 첫 정규 음반은 역시나 불안하다. 첫 곡 "Excuse Me"는 제법 거창하게 '상대방에게 비밀스럽게 접근하는 탐정'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후렴에 가서 기껏 요구하는 것은 상대의 '전화번호' 정도다. 여기서는 탐정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재치 있는 서사를 담아낼 필요가 있었다. 이어지는 곡 또한 콘셉트에서 벗어나긴 마찬가지다. 더블 타이틀 곡인 "빙빙 (Bing Bing)"과 이어지는 "느낌이 오니 (Feeling)"는 "단발머리"나 "사뿐사뿐"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AOA 계보를 따르는 곡일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폭탄 중의 폭탄, "불면증 (Can't Sleep)" 앞에선 명곡이 된다. 본 음반에서 의도한 레트로라는 의미에 비교적 잘 부합하는 인트로가 청자를 반기는데, 곡은 40초 즈음에서 시작하는 마성의 메아리가 모든 걸 망친다. '불면증, 불면증, 불면증…'으로 반복되는 구절은 어감과 멜로디 간의 불협 만을 낳는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가 작사에 있어서 만큼은 함정 카드로 작동하고 말았다. 무난하기 그지 없는 여타 수록곡 사이에서 그나마 이 곡이 빛을 발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커리어 우먼, 스튜어디스, 캣 우먼 등 특정 집단의 취향을 건드리는 시도는 단기적 전략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그저 보기 좋은 코스튬 플레이가 아닌, 그룹 AOA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확고한 콘셉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설현 그룹', '초아 그룹' 정도로 남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1.0/5.0


[MV] AOA _ Bing Bing(빙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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