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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Dec 23. 2016

빅뱅│MADE

파격과 평범의 중간지대에서

빅뱅(BIGBANG)│MADE│YG Entertainment, 2016.

음악가 : 빅뱅(BIGBANG)

음반명 : MADE

발매일 : 2016.12.13.

수록곡

1. 에라 모르겠다

2. LAST DANCE

3. GIRLFRIEND

4.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5. LOSER

6. BAE BAE

7. 뱅뱅뱅 (BANG BANG BANG)

8. 맨정신

9. IF YOU

10. 쩔어 (GD & T.O.P)

11. WE LIKE 2 PARTY


 빅뱅이라는 그룹이 처음 세상 빛을 보던 시기를 기억한다. 2006년, 두발의 자유화를 부르짖으며 학년부장 선생님의 단속을 피해, 서로의 줄인 바지를 몰래 자랑하던 고등학생들은 YG의 새 보이 그룹을 향해 기대보다는 비웃음을 보냈다. 외모며, 옷이며… 세상에. 이러고도 가수를 한다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6년에 이르러, 모두가 빅뱅을 향해 비웃음 대신 기대의 시선을 보낸다. 지 드래곤과 탑의 헤어스타일도, 태양의 상의탈의도 이제는 그들만의 '스타일'이고 '개성'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가로서의 빅뱅을 지탱해온 큰 축 또한 '스타일'이란 점이다. 예측불허의 스타일로 매체에 노출될 때마다 충격을 선사한 그들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빅뱅의 음악은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 서정성을 내세운 팝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현실의 빅뱅이 보여주는 '파격'과 음악가 빅뱅이 보여주는 '(서정적인) 팝'이라는 두 요소는 그 자체로 정체성이 되었다.


BIGBANG - ‘에라 모르겠다(FXXK IT)’ M/V

 <MADE>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넘어서 (나름) 고참 그룹이 되었다지만 서정성이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 신스 사운드를 지지대 삼아 천천히 음반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에라 모르겠다",  밴드 구성에 의해 진행되는 "LAST DANCE"와 "GIRLFRIEND", 이미 공개된 바 있는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와 "LOSER"에 이르기까지 곡을 지배하는 주된 정서는 '사랑', 즉 서정이다. 그러나 단순히 스타일이 좋고, 서정성이 짙은 곡을 썼다고 해서 빅뱅이란 팀의 성공을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점에서 노랫말 속의 빅뱅이 펼쳐가는 서사에 주목할 필요가 생긴다.


 음악 속에서 빅뱅은 자신을 그저 사랑을 얻고자 하는 남성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위악적인 표현을 통해 캐릭터를 형성한다. "에라 모르겠다"의 '양아치 이제 끝 / 바람둥이 한 가닥'이라는 표현이나 "LOSER"에서 보여주는 '상처뿐인 머저리 / 더러운 쓰레기' 등으로 알 수 있듯, 음악 속 빅뱅은 '맵시 좋고 잘 나가는' 남성이 아니라 '한낱 양아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순은 청자에게 혼란보다는 일종의 쾌감을 전달한다. 마냥 잘 나가는 줄만 알았지만 내면 깊은 곳에 우울감을 품고 있는,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캐릭터가 주는 쾌감 말이다. 비참한 음악 속 빅뱅의 모습과 화려한 현실의 그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모순이 평범한 곡에 '(서사를) 읽는 재미'를 부여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개성 넘치는 스타일, 음악 속 서사 등 다른 팀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분명 이대로 가도 그들은 항상 사랑받을 테지만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탁월한 음악적 성취를 보여준다면 아이돌 그룹이라는 편견에 치명타를 날릴 신화를 쓸 수 있을 텐데. 데뷔 10년 차 그룹에게 바라기엔 너무나도 큰 숙제인 것일까. 발전보다 안주를 택했기에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3.0/5.0


BIGBANG - ‘LAST DANC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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