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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Jan 16. 2017

페인 오브 샐베이션│In The Passing...

자의식 과잉이 불러온 어느 진보적 그룹의 퇴보

Pain Of Salvation│In The Passing Light Day│InsideOut, 2017.

음악가 : Pain Of Salvation(페인 오브 샐베이션)

음반명 : In The Passing Light Day

발매일 : 2017.01.13.

수록곡

1. On A Tuesday

2. Tongue Of God

3. Meaningless

4. Silent Gold

5. Full Throttle Tribe

6. Reasons

7. Angels Of Broken Things

8. The Taming Of A Beast

9. If This Is The End

10. The Passing Light Of Day


브런치야 글 제목 숫자 제한 좀 풀어라


 '믿고 듣는 ~'라는 말이 증명하듯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 록/메탈 리스너인 나에게 있어서 믿고 듣는 보증 수표는 헤비메탈의 발원지 영국도 아니요, 대중음악의 최대 시장인 미국도 아닌 북유럽의 스웨덴이었다. 전설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팝 그룹 아바(ABBA), 속주 기타리스트의 로망과도 같았던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현재는 미국 국적), 2G폰 시절 싸이언을 사용했다면 모닝콜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기상 노래의 주인공 더 리얼 그룹(The Real Group) 등 그저 복지 혜택 많은 나라 정도로 넘기기엔 그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그 외에도 앳 더 게이츠(At The Gates), 인 플레임스(In Flames), 다크 트랭퀼리티(Dark Tranquillity) 등 소위 말하는 '예테보리 사운드'로 대표되는 메탈 그룹들이 있지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복잡하고 베베 꼬인 음악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이들의 이름을 권한다. 페인 오브 샐베이션(Pain Of Salvation). 보컬 및 기타를 맡은 밴드의 브레인 다니엘 길덴로우(Daniel Gildenlöw)의 지휘 아래 전쟁의 참상,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 등의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인간 존재의 근원까지 제법 무거운 주제들을 매력적인 서사를 통해 음악에 녹여냈다. 때로는 음악 자체가 아닌 메시지에 경도된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평단의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이들 만큼 '사색'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그룹도 흔치 않았다.


Pain Of Salvation - Meaningless

 그들의 통산 10번째 정규 음반은 한마디로 자의식 과잉이다. 3년 전 다니엘 길덴로우의 투병 생활에서 비롯된 개인적 사색을 담아낸 <In The Passing Light Of Day>에는 이들의 강점이었던 구성미, 빼어난 멜로디 중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감은 첫 트랙 "On A Tuesday"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알던 그 그룹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묵직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곡은 죽음이라는 운명과 마주했던 화자의 고뇌를 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 즉 곡 구성이다. 묵직하고 힘 있게 느껴졌던 리프 위주의 진행은 단조로운 반복으로 인해 건조함을 띄고 말았다. 이렇다 할 변주도 없는 상황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은 청자에게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이어지는 트랙들도 마찬가지. "Tongue Of God"는 이들이 '메탈' 쪽에 힘을 줬음을 확실히 보여주지만 앞서 발견됐던 문제를 고스란히 답보한다. 뮤직 비디오로 공개된 "Meaningless"에서는 오토튠과 신시사이저 등을 끌어들여 곡에 다채로움을 더하려 했으나 변칙적 시도로 그치고 말았다. '묵직함으로 밀어붙인다'는 음반의 기조가 전혀 바뀌지 않은 탓이다. 본 음반을 자의식 과잉이라 평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밴드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고뇌에 지나치게 무게를 둔 나머지, 곡 자체의 완성도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시국에 대한 통찰 뿐 아니라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서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매체에 담긴 이상 설득력의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음악의 서사에서 설득력을 확보하게끔 하는 열쇠는 무엇인가? 기본 중의 기본, 곡의 완성도다. 빼어난 구성과 멜로디가 음악의 서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런데 본작에 담긴 건조하기 짝이 없는 기타 사운드, 주야장천 크러쉬를 두들기는 드럼 등 소리의 만듦새는 데뷔 20년을 넘어선 그룹의 것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다. 드림 씨어터라는 거목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바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이들이건만, 어느새 '진보'라는 이름에서 가장 멀어지고 말았다.


1.0/5.0


Pain Of Salvation - R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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