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저나무 Apr 23. 2017

존 메이어│The Search For Everythin

평범에서 보편으로 나아가는 젊은 거장의 이야기

John Mayer│The Search For Everything│Columbia, 2017.

음악가 : John Mayer(존 메이어)

음반명 : The Search For Everything

발매일 : 2017.04.14.

수록곡

1. Still Feel Like Your Man

2. Emoji of a Wave

3. Helpless

4. Love on the Weekend

5. In the Blood

6. Changing

7. Theme from "The Search for Everything"

8. Moving On and Getting Over

9. Never on the Day You Leave

10. Rosie

11. Roll It on Home

12. You're Gonna Live Forever in Me


John Mayer - Still Feel Like Your Man
She says come over, I'd like to get to know you
But I just don't think I can
그녀는 가까이 오라 말해요. 나도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죠.
하지만 그러진 못할 것 같군요.

 4년 만의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젊은 거장의 첫마디는 의외로 소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Grateful Dead(그레이트풀 데드)의 노장들과 함께 Dead & Company(데드 앤 컴퍼니)라는 영광스러운 활동을 이어오지 않았던가. 당혹감을 선사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슬로 핸드 주니어란 이름을 계승한 신성(新星)을 빛내던 기타 대신 영롱한 건반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를 지금의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든든한 지원군을 뒤로하고, 무엇에 의지해 발을 내디딜 것인가? 포크? 블루스? 아니면 컨트리? 존 메이어는 그러한 물음에 장르론으로 답하지 않는다. 그가 대신 택한 것은 이야기다. 한 때 자신의 전부였던 사랑에 대한 '인간 존 메이어'의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


John Mayer - Helpless (Audio)

 음반의 포문을 여는 "Still Feel Like Your Man"은 그 이야기의 서장이다. 연인과의 기억이 배어있는 샴푸, 편지 등의 소품이 화자에게 허전함을 안긴다. 거기에 '아직도 당신의 남자인 것만 같아요'라는 속삭임이 역설적으로 그의 비극성을 부각하니, 청자는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Emoji of a Wave"를 기점으로 청자는 화자의 과거를 바라본다. 행복으로 가득하던 나날들, 두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언젠가 지나갈 물결에 지나지 않는다며 버티려 했지만 불협음은 균열로 번지고 말았다. "Helpless"에서 단출한 구성과 함께 기타를 전면에 세운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공간감은 줄이고 질감을 살린 기타 톤은 어여쁜 건반이 장식하던 트랙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심리를 보여준다.


 다시금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Love on the Weekend"를 지나 다다른 포크 넘버 "In the Blood"부터는 화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지나간 과거의 사랑이 아닌 앞으로의 자신을 그려본다. 이어지는 "Changing"은 일종의 선언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 그것이 널 찢어발길 때까지'라는 시간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리라. 선명한 기타 솔로와 함께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다.


John Mayer - Moving On and Getting Over (Audio)

 2분이 채 안 되는 연주곡 "Theme for "The Search for Everything""은 이야기의 전환점이다. 사랑이 전부였던 화자가 찾아갈 새로운 그 무엇이 변화하였음을 알리는 바로 그 지점 말이다. <Continuum>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미디엄 템포의 "Moving On and Getting Over", 경쾌한 컨트리 넘버 "Roll it on Home"에서는 여로에 오른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중압감을 잔뜩 짊어지기보다 초연하게 느껴지는 태도가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때로는 술에 취해 과거의 연인을 애타게 부르고("Rosie"), 때로는 '내가 떠난다면, 영원토록 날 저주해'라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Never on the Day You Leave"). 존 메이어는 이러한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가 본작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 남성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그린 <The Search For Everything>은 평범하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감동의 드라마가 아닌, 누구나 살면서 겪어봤을 이야기이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음악가의 노련함과 만나, 평범함은 보편성으로 변모한다.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 이 음반이 아름다운 이유다.



3.5/5.0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의 플레이리스트 - 4월 넷째 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