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식품/요리 분야 전문가 필진으로 매달 연재하는 푸드 컨텐츠 입니다. (요리, 사진, 글 = 이주현)
친숙한 감자가 근사한 일품요리가 되는 ‘지중해식 감자 샐러드’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6월 푸드 컨텐츠
감자만큼 모나지 않고 착한 음식이 또 있을까. 입 속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감자는 그 어떤 음식과 함께해도 조화로운 맛을 내며, 감자 단독으로만 요리해도 그 담백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이런 감자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하다. 덕분에 감자는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로서, 사시사철 식탁에 오르는 ‘국민 반찬’으로 사랑받고 있다.
감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제철이 따로 있을까싶다. 하지만 감자 역시 특정 시기에 그 맛과 영양이 더욱 좋아지는 제철이 있다. 바로 무더워지는 6월부터 시작하여 가을바람 선선해지는 10월까지이다. 이 시기 동안 감자는 제철을 맞아 거친 흙 속에서 화사한 노란빛을 띄며 영글어 간다.
땅 속의 사과 = 감자?!
다른 작물에 비하여 비타민C가 매우 풍부한 감자는 ‘땅 속의 사과’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이 높은 비타민C 함유량 덕분에 감자는 고혈압이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없애준다. 또한 감자에 함유된 비타민C가 특별한 이유는 열에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점 때문이다. 다른 채소들은 불을 사용해 조리를 하면 그 영양소들이 대부분 파괴되는데 반해, 감자의 비타민C는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주목할 감자의 영양분은 바로 칼륨이다. 칼륨은 체내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장류, 국물 위주의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감자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다는 수박, 사과보다도 4배나 많은 칼륨을 함유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감자에는 철분, 칼륨과 같은 중요한 무기성분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C, B1, B2, 나이아신과 같은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그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최고의 파트너
모나지 않은 맛과 향 덕분에 감자는 어떤 음식과 함께해도 균형 잡힌 맛을 낸다. 고기나 해산물 등의 메인 단백질 재료와 함께 볶거나 졸이면 양도 늘어나고 탄수화물로서 든든한 서포트 역할을 한다. 특히 매콤한 감자탕의 경우 뼈다귀가 있음에도 감자가 빠지면 이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감자를 얇게 썰어 감자채 볶음으로 먹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되지만, 여러 채소, 해산물과 함께 감자채전을 만들면 어른들 술안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버터와 섞는 매쉬드 포테이토는 그 자체로도 사랑받는 메뉴지만, 여기에 명란젓을 추가하거나 치즈를 듬뿍 얹어 구워내면 이색적인 요리가 탄생한다. 감자는 이처럼 단독으로만 요리해도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감자만큼 요리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한 식재료가 또 있을까.
예술 작품 같은 근사한 감자 요리 <지중해식 감자 샐러드>
평소 가정에서 감자를 요리할 때 화려한 메뉴보다는 반찬이나 국에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감자가 주인공이 되는 근사한 샐러드가 있다. 만들기도 쉽지만 요리 외관이 무척 화려하여 손님맞이용 메뉴로도 그만이다.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식단’의 메인재료인 문어, 올리브, 토마토 등이 들어간다. 일품요리처럼 플레이팅하면 근사한 한 그릇을 연출할 수 있으니 나만의 창의력을 발휘해보자.
3. 삶은 계란, 방울토마토, 올리브 등 샐러드 토핑으로 넣고 싶은 재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4. 기름을 두른 팬에 손질한 문어를 넣고 앞뒤로 구워준다.
5. 그릇에 1의 감자를 넓게 깔고 준비한 토핑 재료, 드레싱을 뿌려 샐러드를 완성한다.
감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날
속이 불편할 때는 감자와 브로콜리를 넣고 스프를 만들어 먹으면 부대끼던 속이 한결 편안해진다.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화상을 입었을 때도 생감자를 갈아 올리면 열기가 가라앉는다. 아직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은 아기의 이유식으로 감자는 언제나 환영받는 고마운 음식이다. 모두 다 영양가 높고 부드러운 감자의 매력 덕분이다.
요리연구가인 필자는 종종 이런 감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부드럽게 융화될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 혼자 있더라도 나만의 개성과 존재감을 잃지 않는 사람. 생각만으로도 감자 속살의 밝은 노란빛처럼 마음이 화사해진다. 제철을 맞아 더욱 맛있는 감자를 포슬포슬하게 삶아 먹으며 오늘도 세상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감자’같은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한다.
*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식품/요리 분야 전문가 필진으로 매달 연재하는 푸드 컨텐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