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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눈 감추듯 먹는 가을 바다 별미‘가을 꽃게’

* 강남구청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강남 라이프>에 정기 연재중인 9월호 칼럼입니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angnam.go.kr/gangnamlife/view.html?code=2_5&bdm_bbs_key=694







< 푸드 앤 컬처 >   

게 눈 감추듯 먹는 가을 바다 별미

가을 꽃게’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 요리 연구가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무드앤쿡’ 쿠킹클래스 운영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왠지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면 바다 속 해산물이 더욱 맛있어 지는 계절이 돌아왔다는 소식이다. 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아 식탁 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꽃게’의 계절이다.


여름에 알을 낳은 꽃게 암컷은 가을에는 살도 없고 영양도 부족한 탓에 ‘뻥게’라고 불리며 선호되지 않는다. 대신 금어기인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잘 먹어서 살이 잔뜩 오른 수게가 제철을 맞는다. 가을 수게로 끓인 꽃게탕은 별다른 재료를 넣지 않아도 속이 확 풀리는 깊은 맛을 낸다. 꽃게의 달큰하고 진한 바다향은 그 어떤 인공 조미료로도 대체 불가한데, 이런 천연의 감칠맛을 내는 일등공신은 꽃게에 함유된 다양한 아미노산 덕분이다.  


꽃게에는 단맛을 내는 ‘글리신’ 성분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염’이 특히 풍부하다. 이런 아미노산이 내는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 덕분에 싱싱한 꽃게는 그대로 쪄서 먹으면 본연의 달큰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꽃게 하나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꽃게탕, 간장게장, 꽃게찜 요리 등은 손이 가기 마련이다. 반면에 깨끗하게 세척까지만 마친 꽃게를 찜기에 넣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거리를 늘리기 싫은 엄마가 꽃게를 사온 날이면 우리 집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찜기가 가스레인지 위에 올라갔다. 희뿌연 연기가 찜기 뚜껑 사이로 흩날리기 시작하면 차가운 가을 공기 사이로 달큰한 게 냄새가 풀풀 풍겨나갔다. 가을이 오면 꽃게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달큰하고 바다 향이 짙은 꽃게 냄새를 맡으면 차가운 가을이 떠오르는 기억의 원리는 바로 우리 집 부엌에서 꽃게찜을 만들던 엄마의 손길로부터 시작된 터.


대부분의 요리에 적용되는 원칙이지만, 특히 꽃게 요리는 무조건 원물이 좋아야 한다. 신선한 꽃게를 고르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다. 같은 크기라도 살이 꽉 차 있는 꽃게의 묵직함은 손으로 들어봤을 때 고스란히 그 차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배딱지가 단단하며 색이 하얗고 윤기 나는 것을 고르면 된다. 또한 가격이 조금 차이가 있더라도 당일 날 잡힌 것을 구매할수록 싱싱하다. 갑각류는 움직일 때마다 자가소비를 하며 살이 빠진다. 때문에 하루가 지나도 재고로 취급된다. 꽃게를 수족관이 아닌 톱밥에 넣어 유통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꽃게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가을은 여름처럼 길지 않고, 봄처럼 짧지는 않다. 하지만 맛과 영양이 물오른 가을 꽃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을 생각하니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울 뿐이다. 꽃게탕으로 먹든 간장게장으로 먹든 하나라도 더 맛있게 꽃게를 먹으며 깊어가는 이 가을을 음미하고 싶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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