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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음식으로 살펴본 '식문화의 다양성'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따듯한 마음을 담은 한 그릇의 요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기획팀원, 한국외교협회 영양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무드앤쿡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요리 연구가로 방송, 강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 브랜드, 공기업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다.     






일상 속 음식으로 살펴본 ‘식문화의 다양성’

따스한 관심, 기발한 도전정신이 첫 걸음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세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상당 부분 완화되었지만 엄격한 거리두기의 여파일까. 집에 머무르는 것이 더 편안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새롭게 열린 온라인 비대면 세상은 사람들을 이곳저곳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동하는 범위는 전보다 더 좁아진 느낌이다. 집이 아닌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일도, 마스크 너머의 타인을 들여다보는 일도 낯설기만 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려워지다 보니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일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항아리 안에 가득 차 있던 넉넉한 이해심이 어쩐지 점차 바닥을 보이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려는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 분야를 막론하고 진정한 고수는 자신의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건 내 것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나의 문화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를 존중하고 포용할 때, 여러 색으로 층층이 이루어진 무지개 같은 스펙트럼을 기반 삼아 발전할 수 있다. 바로 이때, 식문화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오늘은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음식의 유형을 통해 식문화가 지닌 다양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일상에 무던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고 찬찬히 살펴보면,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음식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1. 새로운 영역간의 화학작용, 퓨전요리

각각 다른 영역의 음식이 만나면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하곤 한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했을 때, 우리가 예상 못했던 그 어떤 화학작용에 의해 새로운 것이‘툭’하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퓨전 요리’이다.     



1) 나라 + 나라 간의 퓨전, ‘불고기 파스타’

‘퓨전(fusion)’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식문화에서 퓨전이라 함은 나라와 나라 간의 조합을 상징했다. 대표적인 예로 ‘불고기 파스타’를 살펴보자. 이 요리는 한국의 전통 음식인 불고기와 이탈리아 대표 요리인 파스타를 합친 것이다. 쌀밥과 함께 먹거나 쌈채소에 싸서 먹던 불고기를 파스타면과 함께 먹는다니. 처음에는 이 둘의 조합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불고기 파스타는 이탈리아 요리의 느끼함은 줄여주면서, 익숙한 불고기 양념의 감칠맛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고춧가루를 추가하거나 크림을 더한 레시피 등이 추가적으로 계속 나오면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퓨전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나라 간의 음식을 조합한 퓨전 요리는 새로운 맛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음식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그리고 음식은 단순히 음식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한 국가의 역사, 문화, 철학, 종교, 경제 등 그 사회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렇듯 작은 음식 하나에 맛과 영양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숨겨져 있다니, 서로 다른 나라 간의 음식들이 만나면 식문화에 있어서 얼마나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겠는가. 식문화의 폭을 넓혀주는 다양성은 물론이고, 그 깊이까지 한 발자국 더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2) 맛 + 맛의 퓨전, ‘단짠단짠’

나라 간의 음식 조합이 과거의 대표적인 퓨전 현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맛과 맛의 조합이 눈에 띄고 있다. 그것도 함께 붙여 놓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상반되는 맛’의 퓨전이 유행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식문화에서 열풍을 불고 있는‘단짠단짠’조합이 있다. 달콤한 맛과 짠 맛을 동시에 먹거나 순차적으로 먹는 것이다. 이 조합은 얼핏 보면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의외로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요리 안에 비슷한 맛의 식재료를 넣거나, 상반된 맛을 넣더라도 전체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주 소량만 넣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상식을 깨고 아예 상반되는 맛의 조합을 통해 ‘단짠단짠’처럼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 뒤에는 SNS에서 맛과 음식을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공유하는 MZ세대가 있다. 맛을 하나의 콘텐츠로 삼아 공놀이하듯 이리 저리 갖고 놀다보니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획기적인 맛의 퓨전은 가히 혁명이라고 불릴만하다. 그리고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가 모르는 작은 혁명이 지금 이 순간도 조용히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3) 시간 + 시간 간의 퓨전, ‘레트로 음식’

퓨전의 흐름은 나라 간의 조합에서 더 나아가 상반된 맛끼리의 조합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면 최근 퓨전의 물살을 타고 있는 조합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의 조합이다. 과거와 현재를 조합한‘레트로 음식’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MZ세대를 휩쓸고 있는 레트로 열풍은 과거의 문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향유하는 문화이다. 그리고 이런 레트로 문화는 식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금 이 맘 때면 생각나는 겨울 대표 간식인 호빵 역시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젊은 층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호빵을 떠올리면 하얀 빵 안에 조밀하고 달콤한 단팥이 들어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여 민초(민트초코)맛, 불닭볶음맛 등의 개성 넘치는 호빵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 국한되어 있던 호빵 맛의 범위가 더 진화된 형태로 확대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호빵이 익숙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층을 포함한 MZ세대까지 호빵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재치 있는 레트로 음식의 등장은 식문화의 세계와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범주 또한 무궁무진하게 확장시키고 있다.     


새롭게 재해석 된 레트로 음식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특함을 만들어낸다. 결국 다양성이라는 건 세상에 딱 하나뿐인 고유함이 증가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별 생각 없이 먹고 있는 음식 하나가 과거의 음식이나 미래의 음식과 만나 색다른 음식으로 재탄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식문화가 다양해지는 것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기대되는 일인 것 같다.     




2. 맛의 다양성을 확장시켜주는 음식     


1) 터프한 ‘계란말이’와 요조숙녀 ‘계란말이’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퓨전과 달리, 같은 메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맛과 감성을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요리 스펙트럼 역시 식문화의 다양성을 넓혀준다.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계란말이’를 살펴보자. 계란을 갖고 만드는 이 심플한 요리는 나라별로 전혀 다른 색깔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먼저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계란말이는 어떨까. 여러 맛깔 나는 안주로 가득 찬 메뉴판에서 채택된 계란말이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동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테이블에 올라와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온 계란말이는 고운 노란색을 띄고 있지만 얌전한 요조숙녀 느낌보다는 터프하고 박력 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이에 비해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계란말이는 사뭇 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다. 저녁 식탁 위를 곱게 수놓아줄 일본식 계란말이는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완성한 일본식 계란말이는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맛을 자랑한다. 어여쁘게 치장을 마친 숙녀가 곱게 앉아있는 느낌이다. 빠른 시간 안에 터프하게 완성한 한국식 계란말이와는 전혀 다른 모양, 맛, 감성을 품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계란말이를 비교하면 결국 주재료인 계란을 제외하고는 맛, 시간, 가격, 먹는 사람 등 모든 것이 철저하게 반대인 셈이다.     



2) 단조로운 첫 인상과 달리 천의 얼굴을 가진 ‘면 요리’ 

우리가 평소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면 요리’에도 식문화의 다양성이 숨겨져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 면 요리인 자장면, 칼국수, 오일 파스타를 살펴보자. 외관은 전혀 다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요리들은 기다란 면을 하나는 춘장에, 하나는 멸치 육수에, 하나는 올리브 오일에 빠뜨린 것이다. 비록 소스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면을 주재료로 한 요리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맛부터 시작하여 가격까지 천차만별인걸까. 물론 면에 사용되는 밀가루의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각각의 면요리가 한국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자장면은 이사를 할 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다 같이 둘러 앉아 먹어야 제 맛이다. 또는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에 홀로 있는 싱글들이 새까맣게 탄 속을 시꺼먼 자장면을 먹으며 달래기도 한다. 칼국수는 시끌벅적한 시장에 가서 야외노상에 앉아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이 제 맛이다. 푸근한 시장 인심과 함께 비교적 저렴한 칼국수의 가격이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따듯하게 채워준다. 오일 파스타는 맛뿐만 아니라 요리를 둘러싼 기분까지 함께 즐기고 싶을 때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찾는다. 커다랗고 하얀 접시에 소량만 담겨 나오는 오일 파스타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먹을 가능성은 적다.


이렇게 쓰고 나니 자장면, 칼국수, 오일 파스타는 전혀 다른 고유의 영역에 존재하여 서로 간에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리 모두‘면 요리’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본토에서는 한국의 밥처럼 주식으로 먹는 평범한 음식이다. 이 일상적인 음식에 한국 문화의 감성이 덧입혀져 기존의 음식과는 차별화된 메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음식의 역사가 그러하듯, 음식은 향유하는 사람의 문화 조건에 맞게 재창조되기 마련이다. 결국 이 면 요리들은 한국에서 재창조된 이미지로 오랜 시간 뿌리를 내려왔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식문화의 다양성을 확대시켜 온 것이 아닐까.     




3. 통념을 깬 색다른 식재료 조합     


1) 공통점이라고는 빨간색 하나, ‘토마토 고추장’

재료나 조리법은 통념에서 한 뼘만 벗어나도 낯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긴 시간동안 다져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 간의 조합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 미각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난 고추장이 있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토마토 고추장’이 그 주인공이다.


토마토와 고추장의 공통점이라고는 빨간색 딱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두 재료가 과감하게 만난 것이다. 새빨간 색, 차진 느낌은 한국의 전통 고추장 그대로 이지만, 주인공은 엄연히 토마토이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식문화가 개성 있는 맛으로 거듭난 것이다.


토마토 발효청을 넣었기 때문에 나트륨과 탄수화물 함량이 쭉 내려간 것은 새로운 맛과 함께 따라온 덤이다. 의외의 식재료가 한국의 전통 고추장과 만난 덕분에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고추장의 나트륨 문제까지 개선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부담스럽지 않게 우리의 전통 음식인 고추장을 맛볼 수 있어졌다. 새로운 시도로 이끌어낸 식문화의 다양성이 맛의 포용력을 넓혔으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맛의 문턱까지 낮춘 셈이다.     



2) 친숙한 식재료의 낯선 변신, ‘고등어 파스타’

각각의 식재료에는 그 안에 담긴 고유의 정취가 있다. 서로 다른 감성을 지닌 식재료가 만나 아예 새로운 분위기의 음식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오묘한 맛과 새로운 분위기의 ‘고등어 파스타’를 들여다보자.


한국에서 고등어는 친숙한 국민반찬 중 하나이다. 지글지글 노릇하게 구워낸 고등어 자반구이, 새콤한 묵은지와 함께 푹 익혀낸 고등어찜은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메뉴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정서가 진하게 깃든 고등어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파스타로 변신했다면 어떨까.


으레‘하얀 쌀밥과 고등어 한 점’을 공식처럼 여기며 서툰 젓가락질에 진땀을 빼며 가시를 발라 먹었던 고등어를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 파스타로 먹는다니. 어쩐지 낯선 기분이 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거다.


고등어 파스타는 유명 셰프들이 혁신적으로 레시피를 개발하여 대중에게 알려졌다. 처음에는 고등어가 한식에 쓰이는 식재료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의외의 조합이 내는 고급스러운 맛에 고등어 파스타는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많은 요리 고수들이 집에서도 도전하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어지간한 요리 실력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난이도의 요리이자 고풍스러운 감성이 친숙한 식재료 고등어에 새롭게 더해진 것이다. 이전의 고등어 요리와는 먹는 수단과 가격뿐만 아니라 재료가 가진 정취 까지도 180도 변한 경우다.


이러한 사례는 통념을 깬 아이디어가 식문화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레시피의 다양화까지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등어 입장에서도 뚝배기와 가정용 접시에만 담기다가 파스타 그릇에 담겨 와인과 함께 먹으니 새롭지 않을까.     



3) 평범한 음식들의 특별한 힘, ‘소떡소떡’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존재하던 음식들이 함께 하니 지역 명물로 떠오른 조합이 있다. 바로 휴게소의 대표 음식‘소떡소떡’이 그 주인공이다. ‘소떡소떡’은 나무꼬챙이에 소시지와 떡을 순차적으로 끼워 넣은 뒤에 취향에 따라 케첩이나 머스터드소스를 주욱 뿌려 먹는 음식이다. 소시지와 떡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소떡소떡’은 그야말로 하나의 고유명사로 식문화계에 자리 잡게 되었다.


입 안에 넣으면 뽀득뽀득 터지는 소시지는 어릴 때 하나라도 더 먹고 싶어 엄마와 실랑이를 하곤 했지만, 왠지 어른이 되면서는 조금 멀어진 음식이었다. 이와 반대로 하얀 가래떡은 학생 때 떡볶이로 먹지 않는 이상 조금은 지루한 맛에 굳이 찾아 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두 가지 음식 모두 큰 관심도 의미도 없이 일상에 가끔씩 찾아오는 음식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둘이 함께하니 전에 없던 시너지 효과가 생기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왔다.


분홍색의 소시지와 흰 가래떡은 함께 하니 맛과 영양이 다채롭고 풍부해졌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입을 다물고 우물우물 먹느라 바쁘다. 평범한 것이 한 데 모이니 설명할 길 없는 특별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시선이 일상 속의 음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었고, 더 나아가 외식업계에 한 획은 긋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 한 스푼이 식문화의 다양성을 확장시킨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요리와 식재료로 식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살펴봤다. 결론은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따스한 시선임을 말하고 싶다.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낯선 음식도 맛있게 먹으며, 가끔은 엉뚱하고 기발한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요리법을 즐겨보자.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느끼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식문화 가치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속한 식문화를 이해하다 보면 분명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지닌 가치 또한 발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소중히 대하는 태도까지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속한 식문화의 바다를 깊이 있게 탐색하되, 끊임없이‘뭔가 다른 것’을 곁눈질하는 관심. 나의 바다에 조금 다른 물살이 들어와도 기꺼이 벽을 허물어 곁을 내주는 것. 그리하여 또 다른 바다를 창조해내는 것. 세계의 식문화는 그렇게 바닷물이 넘실거리며 이리저리 흘러갈 때 비로소 더 넓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전문가 칼럼 코너’에서는 충남문화재단의 입장과 생각이 아닌 소수문화에 대한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사업’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함으로서 다양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 본 칼럼은 충남문화재단 공식 뉴스레터 11월호 '문화다양성 사업' 섹션에 특별 연재한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cacf.or.kr/_kor/developer/m_mailing_de/m_board.php?m_mode=view&pds_no=2022110810173595225&Page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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