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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는 절대적 답 없어, 글로 전하는 힐링에 최선

스카이 데일리의 '人스토리' 코너에 실린 인터뷰 내용입니다. (11.4. 금요일 발행)
< '맛에는 절대적 답 없어, 글로 전하는 힐링에 최선'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 이주현(사진) 푸드 칼럼니스트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위로와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여러 사건 사고로 우울함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힐링 푸드’를 권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요리에 담긴 의미를 좋아해요. 식재료가 주는 의미, 맛이 주는 느낌, 그 요리를 둘러싼 분위기와 추억,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그 자체를 사랑합니다. 전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요리를 평론하거나 스스로를 엄격한 미식가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황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미식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절대적인 답이 없기에 맛을 평가하는 개념은 반갑지 않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음식 세계관은 어릴 때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각박해진 세상에 글로서 한 줄기 힐링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현실이 각박할 때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위로받고 싶어 져요. 이것저것 먹어도 허한 기분이 들 때면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 생각나죠. 보글보글하게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 얼큰한 김치찌개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마치 어머니가 따뜻한 손길로 고생했다며 위로해주는 느낌이 나거든요. 아무리 화려한 음식을 먹어도 그때뿐인 일회성 맛보다 가슴에 더 와닿는 음식들을 다루고 싶어요.”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해봤다면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과 소주 한 잔에 그날의 스트레스까지 담아 꿀꺽 삼켜본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우리는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먹는 게 아닐까요.”



요리와 글쓰기는 나의 정체성

이 작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SPC매거진, KSPO매거진(국민체육진흥공단), 강남구청 <강남 라이프>, 광주시청 <레시피 광주> 등 다수의 매체에 푸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한 달에 평균 10편 정도의 칼럼과 요리 콘텐츠를 제작한다.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개 영양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같은 전공 친구들과는 달리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들어가 직장 생활도 하고 푸드 크리에이터로 쿠킹클래스와 글과 영상으로 요리 콘텐츠를 만드는 등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교내 구내식당에서 영양사 현장 실습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게 영양사 업무 전부인 줄 알고 영양사는 안 하겠다며 지레 선을 그어버렸어요. 4년 학부를 마치고 나면 영양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부모님께 말도 안 하고 시험 신청을 안 했어요. 나중에 부모님이 아시고 기절초풍을 하셨죠.(웃음) 1년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시험이었거든요.”


“졸업하는 해에 저는 다른 동기들처럼 영양사 공부를 안 하고 일반 취업 준비를 해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기획팀에 인턴으로 입사를 했죠. 지금 보면 정말 중요한 갈림길이었네요. 졸업 후 곧바로 영양사로 대기업에 들어갔으면 지금까지도 계속 그 안에 있었을 것 같아요. 훗날 회사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영양사를 따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그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 작가는 대학 졸업 후부터,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사실 자부심이라기보다는 전공을 살려 일을 할 때 메리트가 굉장히 많음을 깨닫게 됐어요. 직접 일을 해보면서 학부에서 몇 년이라도 수업을 들어 풍월을 읊을 수 있는 것과 아님은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도 깨달았고요. 이를 깨달은 이후로는 전공자로서 더 당당할 수 있도록 졸업 후에도 전공 분야를 더 파고들어 공부해왔어요. 오히려 학생 때부터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한 달에 10편 넘는 칼럼을 쓰고 있지만 일이 즐겁기만 하다는 그에게 ‘워크홀릭(일 중독)’이 아닌지 물었다. 그는 자신을 프리랜서이자 사업가로 규정했다.


“프리랜서이자 사업가라면 ‘워크홀릭’이라는 단어는 잊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일과 쉼이 분리되지 않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거나 철저하게 분리하는 훈련이 필요하죠. 저는 전자를 선택했어요. 워낙 이 일을 사랑하고 이 일이 제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죠.”


▲  이 작가는 친구의 권유로 외국계 회사에서 쿠킹클래스를 처음 해본 뒤 적성에 맞아 요리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진행한 ‘요리, 영화와 만나다’ 쿠킹클래스 모습. [사진=이주현 칼럼니스트 제공]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힐링 푸드 추구

요즘 이 작가는 글 작업을 하는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요리연구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활발하게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이후 곧바로 쿠킹클래스를 개설했다. 명함을 보니 ‘무드 앤 쿡(mood&cook)’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가 진행하는 쿠킹클래스 수업 이름이라고 한다. 감성과 요리를 함께 다루고 싶어 ‘무드 앤 쿡’이란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의 개인 블로그(무드 앤 쿡)엔 과거 진행했던 요리 프로그램들의 흔적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한다.


“일반 요리 수업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요리, 영화와 만나다’라는 주제를 잡아 쿠킹클래스를 기획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를 직접 배워보고 만들어 보는 수업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았어요. 요리에 스토리가 더해지니 반응이 뜨거웠죠. 처음엔 혼자서 소모임처럼 작게 시작했는데 수강생이 너무 많이 와서 2달 만에 신세계 아카데미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어요. 훗날 무드 앤 쿡의 초석이 된 모임이었죠. 그 후로 각종 아카데미, 문화센터, 식품 브랜드 측과 함께 쿠킹클래스를 수없이 진행해왔어요.”


▲ 이주현 칼럼니스트가 추천한 영화 <줄리앤 줄리아>에서 나왔던 대표적인 요리 2가지. 사진은 그가 직접 만든 양송이버섯을 듬뿍 넣은 크림소스에 로스트 치킨을 넣은 크림치킨 스튜(왼쪽)와 신선함이 가득한 토마토 바질 부루스케따. ⓒ이주현



“이후로 국내 식품기업인 오뚜기로부터 협찬을 받아 쿠킹클래스가 더욱 풍성해졌어요, 수강생분들이 커플이 돼 결혼한 경우도 있었고, 요리 강의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 요리 수업 후기 포스팅을 블로그에 모두 남겨놨기 때문에 나중에 단편 시리즈로 글을 써볼 생각이에요.”

 

이 작가는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요리 강의가 줄어들면서 푸드 크리에이터로서 주로 글을 쓰고, 만든 요리를 사진 촬영하는 일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푸드 칼럼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 시간을 회고했다.

 

“코로나 사태 때 강의도 못 하고, 외출도 못 하고 답답한 마음에 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분노의 일기로 시작했는데(웃음) 글쓰기가 엄청난 치유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어요. 공공기관의 블로그 전문기자단으로 사진과 짤막한 글을 쓰는 콘텐츠를 만들어 오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 후 바위에 계란 부딪히는 격으로 작은 출판사나 식품 언론 매체에 제가 먼저 글을 쓰고 싶다고 메일로 제안을 했어요. 처음에는 제 글이 출판사에 업로드 되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무척 재미있게 활동했어요. 그 뒤로 원고료도 많이 올라가고, 버킷리스트였던 외식 업체나 공공기관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죠.”

 

▲ 이주현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음식 세계관이 어릴 적 미각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음식에 의미를 부여해줄 때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 진다고 생각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작가는 푸드 칼럼을 쓸 때 음식과 인문학을 합친 소재를 주로 선택하고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걸 목표로 한다. 아울러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똑같은 식재료라도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 등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성이 살아있는 글을 추구한다. 자신의 글이 음식을 접하는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떠올려진다면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글쓰기의 매력은 ‘인생의 성장’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인생을 잘 살려고 노력하다보면 글도 잘 쓰게 되고, 글을 잘 쓰려고 여러 훈련과 공부를 거치면 인생도 저절로 잘 살게 되거든요. 평생 동안 글 쓰는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죠.”


그는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 사진 촬영도 직접 한다. 처음엔 여러 작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실력이 쌓이면서 능숙하게 되자 멀티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강점이 됐다. 그 점이 독보적인 강점이 되는지 물었다.


“독보적인 것까지는 모르겠고 차별화된 점은 맞아요. 처음에는 ‘요리’와 ‘글’ 두 분야 다 이도 저도 아닌 실력에 하나를 선택해 집중을 해야 하나 자책했거든요. 시간이 쌓이니깐 점차 두 분야 모두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요리 분야 크리에이터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갖게 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저보다 요리를 잘하는 5성급 호텔 셰프들도 많고,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많지만, 요리를 하면서 저만의 감성을 담아낸 글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그렇기에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끝으로 국내외를 통틀어 인상 깊었던 음식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자 이 작가는 잠시 생각하더니 엄마가 만들어 준 ‘계란 볶음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게 된 뒤로 ‘뇌 활동’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탄수화물 음식을 양껏 먹는다고 덧붙였다. 효과가 있냐고 묻자 그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저의 모든 음식 세계관은 어릴 때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돼요. 아무리 화려한 음식을 먹어도 그때뿐인 일회성 맛에 비하여, 예전부터 엄마가 만들어 준 계란 볶음밥은 가끔 먹는 단순한 요리지만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배불러지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그는 최근에 아리랑tv 등에 요리 자문가로 방송 출연을 하며, 잡지 및 신문사에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인터뷰를 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매체와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 쿠킹클래스를 통해 음식이 선사하는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7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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