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SPC매거진/11월] 산타에게 선물 받고 싶은 음식

깜깜한 밤이 빠르게 시작되는 요즘, 겨울의 한 가운데에 와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여러 의미를 품고 있지요.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12월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아무리 크고 작은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설렘과 함께 우리 곁에 찾아옵니다.    

 

크리스마스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종교 행사라기보다는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나라별로 다양한 크리스마스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히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은 각 나라마다 뚜렷한 개성을 띠고 있어 더욱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함께 살펴볼까요.


크리스마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기념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 때 주로 먹는 메인 음식이 ‘칠면조 구이’입니다. 칠면조 구이는 크리스마스와 가까운 시기인 추수감사절에도 비슷하게 먹는 미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지요. 미국 영화를 보면 케이크를 비롯한 여러 음식이 풍성하게 채워진 식탁 위에 단연코 눈길을 잡아끄는 칠면조 구이를 한 번쯤을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미국의 크리스마스 대표 음식은 겨울 술 ‘에그노그(Eggnog)' 입니다.  에그노그는 달걀을 주재료로 만든 술입니다. 달걀노른자에 설탕, 생크림 등을 넣고 잘 섞은 뒤에 브랜디, 럼, 위스키 등의 술을 혼합한 칵테일이지요. 부드럽고 진한 맛과 계란의 풍부한 영양성분이 겨울에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데 제격입니다. 


다음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또 다른 나라 영국으로 떠나볼까요.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밤이면 각 가정에 찾아올 산타클로스를 위해 ‘민스파이와 셰리주 와인 한 잔’을 준비합니다. ‘민스파이(Mince Pie)'는 말린 과일로 속을 채운 패스트리 파이입니다. 예전에는 고기로 속을 채웠지만 지금은 달콤한 건과일을 많이 사용합니다. 앙증맞은 파이를 한 입 깨 물으면 안에는 럼주나 브랜디에 절인 건과일의 상큼한 속이 입 안을 가득 채워주는데요.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하여 12일 동안 매일 빠짐없이 이 민스파이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온다고 믿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풍경에서는 ‘부쉬 드 노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명 ‘통나무 케이크’라고 불리는 ‘부쉬 드 노엘’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로서, 스펀지 롤 케이크 위에 초콜렛, 버터크림을 통나무 모양으로 펴 발라 만듭니다. 최근에는 한국 제과점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통나무 모양의 케이크를 볼 수 있지요. 여러 모양 중에서도 왜 하필 통나무 모양을 선택했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설이 내려오는데요. 첫 번째로는 전년에 남은 나무 땔감을 모두 소진시켜 액운을 물리치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로는 가난했던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할 돈이 없자 장작을 건네주며 그 애틋한 마음까지 같이 전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한 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따듯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합니다.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정찬 마지막 코스에 ‘파네토네’란 디저트를 스파클링 와인과 곁들여 함께 즐기는 전통이 있습니다. ‘파네토네(Panettone)'는 이탈리아어로 ’조그만 빵‘을 뜻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입니다. 밀라노 시의 상징인 파네토네는 1600년경에 밀라노 지방에 사는 토니라는 제빵사가 사랑하는 여인은 위해 만든 빵이라고 합니다. 파네토네는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에 버터, 달걀, 설탕, 건포도, 브랜디에 절인 과일 등을 넣어 만들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또한 천연 효모 사워종으로 굽기 때문에 방부제를 따로 넣지 않아도 6~7개월간 장기 보존이 가능하여 오랫동안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독일에서는 12월부터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먹으며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념하는 디저트가 있습니다. 바로 ‘슈톨렌(Stollen)'이 그 주인공입니다. 말린 과일, 과일껍질, 아몬드 등을 넣고 구운 이 빵은 2~3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의 풍미가 배어들어 더욱 맛이 진해지는 것이 매력이지요.


하얀 슈가파우더로 뒤덮인 슈톨렌은 예수 그리스도가 갓난아기 때 사용했던 요람의 모양을 본 땄다는 설과 옛날 독일 수도사들이 걸쳤던 반원형의 옷 모양을 본 땄다는 설이 있습니다. 독일식 과자 케이크인 슈톨렌은 크리스마스에 먹는다고 하여 ’크리스트 슈톨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보고 싶던 사람들을 불러 직접 요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홈파티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신나는 분위기와 설렘을 담은 크리스마스 홈파티 요리의 관건은 단연코 화려한 요리 외관과 플레이팅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요리 초보자도 실패하지 않는 쉬운 요리 난이도라면 더욱 금상첨화이겠지요. 크리스마스를 더욱 빛내주는 홈파티 메뉴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모든 홈파티 요리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는 ‘파스타’가 아닐까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파스타의 무궁무진한 세계 속에서도 ‘라구 소스 파스타’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기를 주재료로 오랫동안 정성들여 맛을 내는 라구소스는 토마토 소스, 화이트 소스로 두 가지로 만들 수 있는데요. 라구소스는 특히 대용량으로 만들어 놓으면 여러 요리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라구 소스를 넣은 라자냐, 무사카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어 홈파티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인 ‘스테이크’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육즙이 폭발하는 스테이크야말로 식탁 위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손잡이처럼 길고 두툼한 갈비뼈가 붙어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열풍인데요. 절로 인증샷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하지요. 마지막에 버터로 풍미를 주는 것도 좋으며, 10분 동안 육즙을 가두는 레스팅 과정도 잊지 말아야 할 과정입니다. 여기에 알록달록한 색감의 가니쉬까지 곁들이면 근사한 레스토랑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홈파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날고 기는 메인 요리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 샐러드도 홈파티의 필수 메뉴 중 하나입니다. 초록색의 샐러드 채소와 알록달록한 색감의 토핑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데요. 특히 동그란 리스 모양을 본 딴 ‘리스 샐러드’는 홈파티에 그만인 샐러드랍니다. 채소를 풍성한 리스 모양으로 잡은 뒤에 훈제연어, 닭가슴살, 해산물 등의 토핑을 골고루 얹어보세요. 하얀 원형 그릇 위에 담긴 작은 크리스마스 리스가 연말 분위기를 한껏 살려줍니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로는 ‘새우 감바스’나 ‘바지락 술찜’이 어떨까요. 요리 초보자도 손쉽게 뚝딱 만들 수 있으며, 단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올리브오일에 새우, 마늘 등을 취향에 맞게 넣고 익힌 ‘새우 감바스’는 바게트와 함께 곁들이면 풍성한 식사로도 즐길 수 있지요. 꼭 새우뿐만 아니라 오징어, 문어 등 취향에 맞는 해산물을 넣어도 특색 있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새우와 마늘을 넉넉하게 준비했다면 반은 버터를 넣고 구워내는 새우구이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새우 감바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바지락 술찜’은 화이트 와인과 찰떡궁합을 자랑하지요. 버터, 마늘, 바지락, 파 등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순식간에 근사한 안주가 완성됩니다. 역시 바게트와 잘 어울리며, 남은 바지락 술찜은 파스타로도 만들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맛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시는 음료입니다. 오래 되거나 취향에 맞지 않은 와인이 있다면 입 안을 시원하게 깨워주는 ‘샹그리아’에 도전해보세요. 와인 그 자체로도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지만, 샹그리아는 와인을 더욱 풍부한 스타일로 싱그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와인에 사과, 레몬, 블루베리, 딸기, 오렌지 등 새콤달콤한 과일을 넣고 설탕과 탄산수를 첨가한 뒤에 숙성시키면 완성입니다. 샹그리아를 만들 때 레드와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이를 변형하여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니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개성 넘치는 샹그리아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시원한 샹그리아 한 모금은 다른 파티 요리들을 더욱 맛있게 빛내주는 톡톡한 감초 역할을 맡아줍니다.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여있을 선물 꾸러미에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이 저절로 떠지곤 했지요.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한데 나이가 들면서는 점차 감정이 무뎌지는 것 같아 어쩐지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지금, 스스로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 해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한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는 어릴 때 산타로부터 받은 선물 못지않은 행복한 시간이 될 겁니다. 올해의 나쁜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가올 새로운 일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 본 글은 SPC매거진에 정기 연재중인 11월 칼럼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https://www.spcmagazine.com/산타에게-선물-받고-싶은-음식/




작가의 이전글 연말을 맞아 표고버섯이 변신하면 생기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