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연구가인 필자의 집에는 언제나 끊이지 않고 구비해두는 신선식재료가 있다. 바로 새빨간 토마토다. 맛과 향이 강하지 않은 토마토는 어떤 음식과 함께해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리는 친화력을 지녔다. 여기에 과육의 싱그럽고 부드러운 식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게다가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는 말이 있다. 필자 역시 이 말에 백 번 동의하며, 가족들 모두 토마토를 천연 보약처럼 여긴다.
지난 주 부엌 선반의 토마토가 바닥을 보일 때 즈음, 퇴촌 토마토를 한 박스 주문했다. 경기도 광주 퇴촌은 ‘토마토 마을’이라고 불릴 정도로 차별화 된 토마토 맛을 자랑한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5월이면 매년 경기도 광주의 대표 축제인 ‘퇴촌 토마토 축제’가 열린다. 농업인과 도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이 즐거운 축제가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무산되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퇴촌에 못 가는 대신에 부지런히 퇴촌 토마토가 사람들에게 달려가고 있나보다. 너도 나도 퇴촌 토마토를 주문했다는 지인들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고민 없이 주문하는 필자 역시 단번에 한 박스를 주문했다. 벌써부터 빨간 빛을 내는 단단한 겉껍질 속에 숨겨진 싱그러운 과육이 생각나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밭에서 나는 보약, 새빨간 토마토
토마토는 일조량이 많을수록 빨갛게 익어간다. 따라서 지금부터 햇빛이 내리쬐는 한 여름까지 토마토는 그 맛과 영양이 농익어간다. 토마토의 대표적인 영양성분으로 ‘리코펜’ 성분이 있다. 항산화물질인 리코펜은 암과 혈관질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물질이다. 리코펜은 토마토의 빨간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물질로서 세포의 산화를 방지하여 각종 암과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토마토에는 리코펜 외에도 눈에 좋은 영양분인 ‘루테인’ 등 다양한 카로티노이드 성분들이 존재한다.
이외에도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원인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는 뇌졸중, 심근경색을 예방하며 혈당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있다. 토마토 과육의 상큼하고 시큼한 맛을 내는 성분에는 구연산, 사과산 등의 유기산과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피로 회복에 좋다. 마지막으로 식이섬유가 듬뿍 들어있는 저칼로리 토마토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다. 토마토의 영양 효능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 과연 밭에서 나는 보약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차갑게 뜨겁게, 생으로 익혀서 얼려서, 밥으로 반찬으로 먹는 퇴촌 토마토
토마토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고 영양가가 넘치는 쉽고 착한 식재료다. 특히나 퇴촌 토마토처럼 과육이 상큼하고 싱싱하다면 요리연구가인 필자의 의욕이 샘솟아 난다. 가장 먼저, 요즘처럼 날씨가 후덥지근한 날에는 냉장고에 보관한 차가운 토마토를 도톰하게 썰어보자. 치즈도 무심하게 뚝뚝 떼어 토마토와 함께 그릇에 담는다. 올리브유를 한 바퀴 휙 두르고 발사믹 드레싱을 끼얹으면 초간단 ‘토마토 카프레제’가 완성된다. 심플한 재료의 조합이지만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신선한 채소나 올리브까지 얹는다면 근사한 손님용 샐러드가 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온 날에는 4등분하여 냉동실에 얼린 토마토를 믹서기에 윙 갈아 즉석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보자. 설탕 대신에 올리브유를 살짝 뿌리고 기호에 따라 소금을 소량 첨가하면 맛도 영양도 더욱 좋아진다.
생으로 먹는 토마토는 과육의 싱그러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익혀서 먹는 토마토는 부드럽고 푸근한 맛을 낸다. 기름을 두른 팬에서 다진 마늘과 계란을 볶다가 토마토를 숭덩숭덩 잘라 함께 볶으면 그 유명한 중국 요리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이 완성된다.
토마토는 열에 가열하면 라이코펜 성분의 영양 효능이 극대화 된다. 이 라이코펜 성분은 올리브유와 만나도 역시 영양 흡수율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토마토에 올리브유를 첨가하여 열에 익혀 먹는 게 가장 좋다.
시중에 판매하는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나 리조또를 만들 때, 생 토마토를 굵직하게 다져서 소스에 추가해보자. 씹는 식감이 살아나면서 깊은 맛이 난다. 카레에도 토마토를 다져 넣으면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토마토 카레’라는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카레와 토마토는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다.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와 싱그러운 토마토의 조합인 카프레제. 이 자체만으로도 건강식 메뉴지만, 혹시나 치즈의 칼로리를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이어트식 카프레제를 소개한다. 모짜렐라 치즈 대신에 연두부를 넣어 칼로리는 낮추고, 단백질 함량을 높인 영양식 레시피다. 두부와 잘 어울리는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였지만, 카프레제에 뿌리는 오리지널 드레싱인 발사믹 소스 또한 잘 어울린다.
■ 필요한 재료
토마토, 순두부, 바질잎(선택)
* 오리엔탈 드레싱 : 간장 1큰술, 올리브유 1.5큰술, 올리고당 1큰술, 레몬즙 1큰술, 통깨 약간
■ 만드는 과정
1. 토마토와 순두부는 일정한 두께로 썰어서 준비한다.
2. 분량의 오리엔탈 드레싱 재료를 잘 섞는다.
3. 토마토와 순두부를 차례대로 놓고, 바질잎과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려준다.
가지에 돌돌 말아 만드는 롤라드는 소탈한 가정식이라기에는 그 비주얼이 너무나 근사한 요리이다. 뜨끈한 토마토소스 열기에 가지 안에 있는 치즈가 녹아서 주욱 늘어난다. 롤라드는 식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이목을 잡아끄는 주인공이 된다. 토마토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면을 추가해 파스타로 즐겨도 좋고, 바게트 빵을 함께 곁들여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 필요한 재료
가지 1개, 모짜렐라 치즈
* 토마토 소스 : 양파 1/2개, 마늘 4개, 다진 소고기 100g, 토마토 1개, 토마토 페이스트 400ml(취향껏 가감), 채소 또는 닭고기 육수 200ml (물 200ml, 스톡 1개)
■ 만드는 과정
1. 다진 마늘, 양파를 기름을 두른 팬에서 볶는다.
2 양파가 투명해지면 다진 소고기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에 볶는다.
3. 깍둑썰기 한 토마토, 토마토 페이스트, 육수를 넣고 졸여서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
4. 가지를 길게 잘라 소금을 뿌리고 10분간 절여놓는다.
5. 수분을 제거한 가지를 팬에서 구운 뒤에 치즈를 넣고 돌돌 만다.
6. 그릇에 토마토 소스를 담고 가지를 얹어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치즈를 녹인다.
토마토를 넣은 싱그러운 솥밥을 소개한다. 보통 한국식 솥밥은 나물, 버섯, 콩나물 등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토마토 솥밥에는 토마토, 올리브, 바질, 마늘 등 지중해풍 식재료가 듬뿍 들어간다. 은은한 향과 함께 자극적이지 않은 맛 덕분에 먹으면 먹을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맛이 조금 심심하다면 밥이 완성되기 3분 전에 모짜렐라 치즈를 밥 위에 솔솔 뿌려보자. 뜨거운 열감에 치즈가 눅진하게 녹아 리조토와 같은 진한 맛을 낸다.
■ 필요한 재료
토마토 1개 반, 마늘 5개, 양파 1/3개, 다진 소고기 80g, 올리브 취향껏, 쌀 200g, 채소 또는 닭고기 육수 (물로 대체 가능)
■ 만드는 과정
1.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다진 양파, 다진 마늘, 고기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여 볶는다.
2 토마토 1/2 개를 굵게 다진 후에 올리브와 1의 팬에 넣고 볶는다.
3 불린 쌀과 2를 함께 섞은 뒤에 솥에 담는다.
4. 쌀 위에 꼭지 부분에 열십자로 칼집을 넣은 토마토, 올리브, 허브 등을 올린다.
5. 쌀 위로 2cm 높이까지 육수를 붓는다.
6.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한 번 끓어오를 때까지 익히다가, 약불에서 10분간 익혀 완성한다.
토마토는 서양식 요리 뿐만 아니라 한식에 접목시켜도 잘 어울린다. 배추 대신 토마토를 이용해 김치를 만들면 ‘토마토 김치’가 된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는 맛이 좋아 매니아가 존재한다. 이처럼 토마토는 어떻게 먹어도 본전은 챙길 수 있는 맛있는 채소이다. 필자 역시도 부엌에 놓인 퇴촌 토마토 한 박스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니 이제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즐거운 일만 남았다.
* '경기도 광주 퇴촌 토마토'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도 광주시에 특별 기고한 <[문화광광주] #요리광 : 뜨거운 햇살이 기다려지는 퇴촌 토마토, 제대로 즐기자! 토마토 이색 레시피 3> 칼럼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리, 사진, 글 = 이주현)
https://blog.naver.com/gjcityi/222368342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