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는 이주현입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발행하는
<FATI> 12호에 '과일 트렌드' 관련 칼럼을 기고하였습니다.
2023년을 휩쓴 과일 트렌드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반짝하고 떠오르는 유행과
유동적인 사회 현상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2023 과일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
#.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변화하는 과일 트렌드
인류의 생활 방식은 많은 것을 뒤바꾼다. 과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과일 종류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간편함”이다. 껍질을 깎아야 하거나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과일은 부담스럽다. 부피가 커서 항상 남게 되는 과일에도 손이 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한 입에 먹을 수 있고, 크기가 작아 보관이 용이한 과일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딸기와 포도의 매출이 증가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인 딸기는 이제 사계절 내내 냉장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도의 경우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샤인머스캣 품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의 경우, 망고 수박이나 애플 수박처럼 미니 사이즈의 수박 수요가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귀차니즘’을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솔루션이 되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과일을 현장에서 직접 손질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수박같이 부피가 큰 과일은 커팅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1인 가구의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에는 1인용 컵과일이 진열대를 채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코앞까지 먹기 좋게 손질된 과일을 대령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바로 ‘과일 구독’ 서비스이다. 흔히 먹기 어려운 이색 과일들을 큐레이션 하여 보내주거나, 사이즈가 큰 과일은 1인분만 먹기 좋게 손질하여 보내준다. 매일 아침 구독하는 신문이 배달되는 것처럼, 내가 구독한 ‘모둠 과일 세트’가 문 앞에 배달된다.
#. 과일, 트렌디한 고급 음식이 되다.
화려하지 않으면 주목 받지 못하는 시대에서 과일도 치열하게 생존중이다. 이제 과일은 하나의 문화 아이템으로 정착했다. 최근 젊은층의 소비 형태에서 눈에 띄는 것이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이다. 명품 소비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아이템에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다.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아이템을 추구하고, 물건 대신 가치를 소비하는 최근 mz세대에게 스몰 럭셔리 열풍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한 끼 식사 가격을 훨씬 웃도는 프리미엄 과일, 연예인이 먹으면서 화두가 된 과일에 이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비싼 값을 지불한다. 일명 ‘장원영 딸기’로 불리는 킹스베리, BTS그룹 멤버가 선물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두리향을 예로 들 수 있다. 명절 과일 선물도 이제 사과나 배 뿐만 아니라 샤인 머스캣, 애플망고, 멜론 등을 함께 담은 프리미엄 과일 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외에도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먹는 과일로 입소문을 타며 유럽에서 들여온 납작복숭아 등을 보면 과일은 이제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 아이템으로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음식은 현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존재이다. 개인의 다양한 기호가 존중받는 요즘, 모든 음식은 각자의 영역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과일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 문화 흐름에 따라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는 만큼, 2024년에는 또 어떤 기발한 트렌드로 우리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가득하다.
/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 요리 연구가
신문, 공공기관, 외식업체등 다양한 매체에 푸드 칼럼을 연재하며, 식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