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참치 못할 정도로 바삭하게 튀겨낸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 내거나 튀긴 음식. 입 안에서 굴러다닐 때마다 튀긴 음식에 흠뻑 배어있는 고소한 기름이 쭉쭉 새어 나오는 맛. 기름옷이 코팅된 음식이 그 매력을 가감 없이 뽐내는 것을 느끼고 싶다.
말 그대로 몸이 기름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날 대부분은 치킨을 시켜 그 욕구를 충족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좀 더 건강하고 색다른 메뉴로 튀김 음식에 대한 갈망을 채우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날 ‘아보카도 연어 주먹밥 튀김’이 탄생했다.
그날따라 집에 자투리 재료들이 애매하게 남아 있었다. 그 주인공은 아보카도와 연어였다. 전 날 저녁, 집에서 분위기를 낸다며 아보카도 숙회에 연어를 곁들여 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인 터였다. 마치 도화지 같은 하얀색의 기다란 그릇은 아보카도와 연어의 예쁜 부분만 담아야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듯했다. 그 덕에 화려한 홈술 뒤에는 끝이 무너지거나 갈라진 아보카도와 연어 자투리들이 냉장고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애매한 식재료들을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한 데 뭉치기로 했다. 하얀 쌀밥에 식초, 설탕, 소금으로 간간하게 간을 했다. 이렇게 단촛물을 넣어 섞은 밥은 그냥 먹어도 새콤달콤하니 참 맛있다. 본격적으로 밥을 뭉치기 전, 꼭 입 안에 불룩하게 서너 입은 넣어 우물우물 먹으면서 요리를 시작한다.
간을 한 쌀밥에 다진 아보카도와 연어를 넣고 잘 섞어준다. 주황색의 연어와 연두색의 아보카도가 하얀 캔버스 같은 밥 위에 뜨문뜨문 위치하면 이제 주먹밥을 뭉쳐준다. 주먹밥의 크기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조그맣게 한 입 크기로 만들어 입 안에 앙 하고 예쁘게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먹밥은 뭉칠 때 양 손에 가득 찰 정도의 넉넉한 크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이렇게 뭉친 주먹밥은 이대로 먹어도 맛있다. 김가루를 잔뜩 묻히는 일명 ‘못난이 주먹밥’ 방법도 있으나, 강한 김의 향이 주먹밥 안의 재료 맛을 다 가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기름에 튀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먹밥 위에 밀가루를 얇게 바르고 달걀 푼 물에 적신다.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빈 곳이 없도록 균일하게 묻혀주면 되는데, 이 과정이 참 재미있다. 딱딱한 빵가루가 주먹밥에 잘 밀착되도록 양 손으로 토닥이면서 묻혀줘야 하는데, 마치 뽀송한 병아리를 다루는 것 같아 손길이 조심스러워진다고나 할까.
이제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서 튀기듯이 구워준다. 일본에서는 ‘야끼 오니기리’라고 하여 튀긴 오니기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굳이 일본말을 쓸 필요가 없기에 ‘주먹밥 튀김’이라고 하면 되겠다.
식어도 맛있는
아보카도 주먹밥 튀김
단촛물만 넣고 주먹밥을 뭉쳐도 맛있지만 특제 간장소스를 넣으면 더욱 감칠맛이 살아난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간장소스이니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여러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아보카도, 훈제 연어, 찬밥,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
*간장 소스 : 간장 2큰술, 미림 3큰술, 물 450ml, 설탕 1/2큰술, 양파 1/4개, 마늘 3쪽
1. 간장 소스 분량의 재료를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서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여준다. 체에 걸러 소스만 따로 보관한다.
* chef's tip - 짠맛과 단맛은 개인의 기호에 맞게 간장과 설탕을 가감하여 조절한다.
2. 사방1cm 크기로 썬 아보카도와 훈제연어를 밥, 간장과 함께 섞어 주먹밥으로 뭉친다. 이 때 파래가루, 김가루, 깨, 마요네즈 등 기호에 맞는 재료를 추가하여도 좋다.
3. 뭉친 주먹밥 위에 밀가루 - 달걀물 - 빵가루 순서로 튀김옷을 입힌다. 두툼한 튀김옷을 원한다면 위의 과정은 2번 반복한다.
4. 달군 기름에서 튀김옷이 노랗게 될 때까지 튀겨서 완성한다.
주먹밥을 뭉칠 때 미리 한입 먹어서 간을 맞추는데, 튀김옷이 두툼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간을 약간 쎈듯이 맞춰줘야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는다.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가 밥, 아보카도, 연어와 잘 어울려서 식은채로 먹어도 맛있다. 한 번 만들 때 넉넉한 양으로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다시 튀겨 먹거나 에어프라이기에 데워 먹으면 쉽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
바삭하게 튀겨내 기름의 은총을 입은 주먹밥은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주먹밥의 겉면은 따듯하게 익은 연어살과 부드러운 아보카도의 맛이 나고, 점차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생 연어와 싱그러운 아보카도의 또 다른 맛이 기다리고 있다.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한 입 한 입 설레는 마음으로 먹다보면 그 큰 주먹밥을 물림 없이 깨끗하게 해치울 수 있다.
꼭 연어와 아보카도가 아니더라도 냉장고에 있는 처치곤란 자투리 재료들을 넣고 주먹밥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간단하게 튀김옷을 입혀 황홀한 기름의 맛을 더해보자. 평범한 주먹밥이 입 안에서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며, 기름을 향한 갈망을 건강한 방식으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요리, 사진, 글 =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