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드칼럼니스트이자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는 이주현입니다.
단국대학교 학보인
단대신문 교양코너인 '맛의 멋'에
푸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칼럼 주제는
"레트로 푸드" 입니다.
<단대신문 '맛의 멋'>
초록색 사각 접시에 떡볶이와 순대를 내오는 분식집, 커다란 하얀 그릇에 케첩 뿌린 양배추 샐러드와 함박스테이크를 주는 경양식 레스토랑, 흘러간 7080 팝송을 틀어주고 쌍화차를 판매하는 다방.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레트로 열풍을 반영한 가게들이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다시 유행으로 돌아온 것이 의문인 현상. 돌고 돌아 다시 유행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요즘, 레트로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레트로 현상은 부모님 세대를 훌쩍 넘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누던 문화와 음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즐기는 현상이다. ‘옛날 감성’ 혹은 ‘할미 입맛’ 등은 이제 고루한 의미가 아니라 최신 트렌드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유행 주기가 가장 짧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는 F&B 분야에서 레트로 현상은 여전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잠깐 떠오르고 사라지는 유행 현상이 아니라 아예 하나의 고유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 그 중 특히 디저트 업계에서 레트로 제품은 날개를 달고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한 때 ‘약겟팅(약과와 티케팅을 합친 말)’이 뜨거운 화두였다. 예매하기 어려운 콘서트 티켓팅에서 파생된 신종어다. 그만큼 약과를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넘쳐 온라인으로 약과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통음식 약과에 갑자기 금가루라도 뿌려진 걸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옛날 음식에 열광하는 걸까.
레트로 현상이 유행이 된 배경에는 옛날 음식을 신선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MZ세대가 존재한다. 이들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 자주 보던 음식들을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으로 여긴다. 음식도 하나의 놀이문화로 여기는 MZ세대에게 맛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흥미와 재미. 유행의 최첨단에는 이제 세련된 흐름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다운 옛 것에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 현상, 과거와 미래가 합쳐져 처음 보는 색깔을 내는 레트로 현상에 젊은층은 열광한다.
그렇다면 요즘 레트로 트렌드의 핵심은 무엇일까. 무조건 옛 것이면 되는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약과를 예를 들어보자. 명인이 만든 약과를 먹고 공유하기 위해 ‘약겟팅’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그러나 디저트 업계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많은 연구와 개발을 통해 약과를 활용한 각종 디저트들이 탄생하고 있다. 케이크부터 시작하여 쿠키, 아이스크림, 음료, 빵, 떡까지. 조금 과장해서 모든 제품군에 약과를 더한 퓨전 디저트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제 레트로 제품이 없는 디저트 업장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이를 보면 레트로 열풍의 핵심에는 ‘재해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복고 컨셉은 유지하면서도 맛, 플레이팅, 패키지 등에 현대적인 요소를 한 방울 섞는다. 촌스러운 느낌은 극히 일부분 일뿐. 그 밑바탕엔 트렌디한 감각으로 무장하여 유행에 기민한 젊은층의 구매 욕구를 이끌어내야 한다. 결국 레트로 현상의 핵심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알리는 MZ세대에게 얼마나 감각적으로 재해석하여 소비의 차별성을 드러내는지가 관건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지금은 우리가 최신 트렌드라고 여기는 새로운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옛 것이 된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게 ‘제 2의 약과’가 될 음식은 무엇일까. 스쳐 지나칠 법한 음식도 다시 한 번 미래의 시점으로 눈 여겨 볼 일이다. /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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