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이자 편지] 5살 딸아이에게

아직도 잘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리고 항상,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by 이포롱

딸아이가 커가는 속도는 무섭도록 빠르게 자란다

그냥 지나온 시간이 무척이나 짧은 거 같은데, 어느새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5살 되고 나서는 가끔 삐진다.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도 했지만, 어느새 삐진 모습마저 귀엽다.

그런데 삐진 게 안 풀릴 땐 안 귀엽다.


그리고 밥을 겁나게 안 먹는다. 아니 유치원에서는 잘만 먹고 와놓고, 집에서는 입에 음식을 잔뜩 넣고 씹지도 않고 노느라 바쁘다. 이 녀석. 다람쥐처럼 겨울잠이라도 자려고 볼에 식량을 축적해 두나. 얼마나 긴 잠을 자서 미녀가 되려고.


그런데 젠장. 치열을 아빠 닮는 다더니, 나중에 크면 치아교정을 해야 할 거 같다. 별거 다 닮는다. 설소대 긴 것 마저 닮았는데, 태어나자마자 통증을 크게 느낄 새도 없이 짤랐다. 덕분에 너는 영어발음 좋을꺼다. 아빠는 영어 발음할 때 여전히 힘들어. 근데 AI 때문에 너가 영어를 말할 일이 있으려나 알아서 통역될지 모르는데. 한글부터 잘하자 영어 욕심은 없다.


근데 너는 10분만 자도, 체력 회복이 왜이리 잘되는 거냐, 나는 못 따라잡겠다. 너의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다 너무 운동을 잘해서 그런가. 쉬지도 않고 빠르게 뛰는 거는 참 대견한데. 아빠 생각도 좀 해줘라.


그리고 너는 춤꾼은 아닌 거 같다. 그놈이 엉덩이 춤은.. 어디서 배워온 거냐. 너무 놀랍다. 절대 그 실력으로는 춤은 안 되겠더라. 춤은 집에서만 추자. 너가 그렇게 춤을 춰도 아빠에겐 항상 최고니깐.


그런데 있잖아, 너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이렇게 하지만.

네 세상에서 엄마아빠가 최고인 순간이 좀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행복이 평생 효도라던데. 그 효도 좀 길게 해주라. 너가 자라서 친구가 더 중요하고, 애인이 더 중요하고, 네 남편이 더 중요하고, 네가 꾸린 그 가정이 더 중요한 순간이 오겠지만.

그래도 네가 아빠 손잡아주면서 사랑해~라고 해주는 그 행복은 너무 놓치기가 싫구나.

때 되면 다 하게 되겠지만, 아빠가 아직 덜 컸는지 투정을 부리고 싶네.


언제나 지금처럼 아빠를 보고 방긋 웃어주고, 또 건강하고, 밝고, 행복해주렴. 그러기 위해서 아빠도 진짜 노력 많이 할게.


너의 작은 손이, 세상을 일궈내는 손이 되기까지. 너도 아빠도 같이 성장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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