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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포롱 Dec 29. 2020

내 맘대로 국어사전

1. 퇴근길 A


[명사]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또는 그런 도중

 - 다음&네이버 백과사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저마다의 다양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낮에 일하고 저녁에 퇴근을 많이 하지만, 어떤 분들은 밤을 지새우고, 해가 뜨는 아침에 퇴근하기도 할 것이며,  어떤 분들은 밤늦게 까지 일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퇴근하기도 할 것이다.


  돌아가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고된 하루의 일과가 마쳤으니 얼른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가족들과 다 같이 따뜻한 밥 한상이 가장 그리울 순간이다. 얼굴 마주 보며,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얘기하고, 힘든 일은 위로해주고, 좋은 일에는 같이 기뻐하며, 때론 장난기 가득한 그 순간들이 기다려질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혼자 자취했던 나의 시간들에서 퇴근길은 그러한 따뜻함을 기대하기보다,


"오늘은 뭐 시켜먹지, 아님 편의점에 들려서 어떤 도시락을 사 갈까,  그거랑 뭘 보면서 먹지? 저번에 보던 건 생각보다 재미없던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마냥 맛있는 기름진 음식 시켜먹기 바빴다가, 어느샌가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건강이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고, 한번 불어난 몸무게는 쉽게 줄이기 어려웠다.


 조금씩 이대로는 안 되겠다 건강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하루의 일과에 지친 나에게, 건강을 챙기기 위한 부지런함은 오래가기 어려웠다. 운동은 1년 치를 끊고도 1달을 채 다니지 못했고, 샐러드를 해 먹겠다고 사놓은 샐러드 재료들은 냉장고에서 죽어갔으며, 닭가슴살은 얼려진 채로 다시 녹아내리지 못했다.


 무너진 것은 몸뿐이 아니었다. 나의 지친 하루를 공유하고 위로해줄 사람 없이 외로웠기에, 누군가의 말소리가 그리워 TV나 컴퓨터를 항상 켜 두었고, 전자파의 피로에 지칠 때쯤 항상 잠이 들었다. 퇴근 후의  정신은 언제나 전자파와 함께 였다.


 그렇게 심신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퇴근길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퇴근길 A

 [동사] 뭐 먹을지 고민해야 하고, 뭐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분명 즐거워야 할 길이어야 하나, 마냥 즐겁지 아니한 길. 또는 그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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