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졌습니다. 이야기가요. 기사는 소설이, 소설은 통계를 가득 담은 기사가 됐습니다. 영화는 비교적 가벼운 문화로 여겨졌죠. 이제 사람들은 영화 보는 두 시간을 힘들어합니다. 영상이 계속 짧아지더니 단 몇 초로 줄었습니다. 서사도 맥락도 이야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런 시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이 책 한 권을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무엇, 어떤 식으로든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무엇을 책에 담고 싶었다.” (책 만들다 우는 밤, 홍지애, 꿈꾸는인생, 2023)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날이면, 아직 사람들이 찾지 않은 서가를 둘러봅니다. 전혀 모르는 작가의 에세이를 꺼냅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 중에 생소한 중국인이 쓴 책을 빼봅니다. 신간 코너에서 일반인에겐 전혀 쓸모없을 공공기관의 회계 관련 단행본을 발견하곤 집어 듭니다. 다 모두 아주 작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죽은 시대. 조금 과장을 하자면,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 도서관에 와서 다들 노트북을 하는 시대. 그 시대에 몹시 어렵게 작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이야기가 거기에 숨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맥락 없는 시대에 이야기를 붙들고 있는 당신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