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르뚜가 Feb 28. 2023

[23년 2월] 월간 취향 기록

#바리데기 #앙드레브라질리에 #10CM

2월, 마음에 남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지 시각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 큰 지진이 있었다. 지금도 여진이 발생하고 있고 누적 사망자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뉴스를 통해 바라 본 지진의 참상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지 계신 분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이지만 유니세프를 통해 소액의 성금을 전달했다. 


#2월의책

| 황석영 ≪바리데기≫, '기부'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던 책 

고등학생 때 오빠가 선물해줘서 읽었던 책이다. 당시에 '기부'라고 하면 기업이나 재벌들이나 하는 대단한 일인줄 알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부는 기껏해야 연말 달뜬 기분에 구세군 냄비에 용돈 몇 푼 넣는게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나도 언젠가 월급을 받게 되면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기부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이 장편소설은 바리공주 설화를 모티브로, 청진에서 태어난 소녀 '바리'가 전쟁 한 가운데 격변의 시대를 지나는 여정을 담아냈다.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든 작품이라 굉장히 현실감 넘치고 생생하게 그려진 한 편, 주인공 '바리'가 귀신이나 동물과 대화할 수 있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영매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이 소설의 강력한 흡인력을 더해준다. 튀르키예·시리아 뉴스를 보면서 문득 이 책이 떠올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아래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부에 대한 다짐을 하게 만들어 준 구절이다. 



부령까지 가면서 나는 밤마다 들판과 마을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헛것들과 부딪쳤다. 그들의 휘적이며 빈 마을길을 스쳐 지나갈 적마다 둥치 큰 나무들 사이로 무거운 바람이 지나가듯 우우우웅하는 나직하고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2월의전시

|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예술의 전당, 22.12.20 ~ 23.04.09) 

퇴사 후 백수인 상황이라 오픈된 전시를 얼리버드로 예매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이었다. 화가에 대한 기본 정보가 전혀 없었던지라 일부러 평일 도슨트 시간에 맞춰갔다. 결과적으로는 도슨트 듣기 너무 잘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1929년 출생, 현재도 활동중인 노화가다. 황금기 프랑스 미술 거장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마지막 화가로 평가받는 분이라고 한다.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한 점을 제외하고는 액자의 유리 보호막 없이 유화 물감의 질감과 붓자국 표현까지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그림은 따뜻하고 행복한 분위기, 다채로운 색감, 음악이나 감정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시각적 요소로 그것도 아주 환상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등 전체적으로 너무나 '아름답다'는게 인상적이었다. 그저 '아름답다'는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그런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게 된 속사정에는 이 분 역시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었던 아픔이 숨어있다. 마침 최근에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6.25 전쟁에 대해 다시금 떠올렸었는데, 앙드레 브라질리에 역시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독일 전쟁을 지나왔던 것이다. 너무 밝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면에 어두운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다는, 정우철 도슨트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전시는 끝나기 전에 기회가 되면 몇 번 더 가서 볼 예정이다. 그 만큼 마음에 꼭 꼭 담아두고 싶은 그림들이니까. 


#2월의음악

| 10CM <Remake 1.0> 

인디 뮤지션들의 곡을 리메이크한 10CM의 새 앨범. 2월엔 이 앨범을 참 많이 들었다. 10CM 좋아하지만, 이렇게 앨범을 통으로 반복해서 들게 된 건 이 앨범이 처음이다. 특히 수록곡 중에 <가끔 연락하던 애> 라는 곡의 가사가 참 마음을 후벼 팠더랬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으로써... 어쩌면 그 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고 담담하게 가사로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 지금도 반복 재생 중이다. 한 때 절절하게 짝사랑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상대에게 연인이 생겼다는걸 알게 되었을 때 한겨울 혼자 속초 바다를 갔던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속초 바다 한 귀퉁이에 앉아서 그렇게 김동률의 <답장>만 주야장천 듣고 왔는데, 이제는 이 곡도 그 청승맞은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사 중 이 부분이 가장 찌르르. 



나도 여기 멈춰 서지 않고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2월의여행

|급하게 출발했던 홀로 전주 1박 2일, 내 취향은 아니었던 걸로!

끝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2월의 기록 겸 기록해본다. 2월의 어느 날, 나는 와인 1병을 홀로 비우는 과음을 했고, 충동적으로 바로 다음 날 오전 10시 용산 발 전주행 기차표와 게스트하우스 1박을 결제했다. 다음 날 오전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후회했지만 이미 게스트하우스는 취소 시 100% 위약금 발생이었다. (당일 취소니까 당연히...) 그렇게 어제의 내가 저지른 여행 일정에 억지로 몸을 싣고 떠난 게 잘못이었을까. 

뭐랄까. 전주는 굉장히 젊고, 아기자기한 여행지였다. 전주의 메인 거리에는 알록달록 한복을 빌려 입은 20살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과 이제 막 100일이 된 커플들의 풋풋함이 가득했다. 그 사이 시커먼 가죽잠바를 입고 어두운 기운을 풍기며 지나는 30대 여성이라 왠지 미안한 마음마저 들 정도. 나의 국내 여행 DB에서는 경주 황리단길이 좀 비슷한 분위기같은데, 황리단길보다 좀 더 귀염뽀짝한 느낌이다. 아무튼 2월엔 전주로 충동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 여행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으로...! 


#정리하며 

3월에는 좀 더 다양한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문화 생활 열심히 해보자.

백수 라이프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오늘, 퇴사하고 싶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