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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르뚜가 Apr 16. 2023

[23년 3월] 월간 취향 기록

#통영국제음악제 #오이대왕 #앙드레브라질리에 

3월 취향 기록이 조금 늦어버렸다. 

늦었지만 빠뜨리지 말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업데이트..!


#3월의 음악

| 통영국제음악제 (23.03.31 ~ 23.04.09)

3월로 분류하기엔 너무나 31일에 관람한 것이지만, 최근에 가슴 벅차게 감동적이었던 이벤트는 단연 '통영국제음악제'다. 통영국제음악제에는 이번까지 세 번 간 것 같은데, 가능하다면 앞으로 매년 가고 싶다. 통영은 국제 음악제가 열리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고, 예쁜 마을이 있으니 그야말로 내 취향을 모두 담고 있는 최고의 여행지다. 


#찬란하게 빛나는 통영의 봄

벚꽃이 피는 봄에 통영은 정말 아름답다. 잔잔한 통영 바다를 앞에 두고 나지막한 집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골목에 굽이굽이 들어서 있고, 벚꽃이 그 빈틈마다 활짝 만개해 있는 '봄의 통영'.  딱 음악제가 개최되는 시즌에 통영에 가면 터져 나오는 봄의 생동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올봄에는 '이순신 공원'을 새로 방문했는데, 몰리는 인파 없이 벚꽃 구경하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아래 사진 중 마지막 사진) 


#하이 퀄리티에 합리적인 티켓, 갓성비 최고 <통영국제음악제> 

(부제를 좀 더 단정한 단어들로 구성하고 싶었는데 표현력의 한계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2013년에는 지금의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장 로비와 테라스에서는 남해 바다를 넓게 조망할 수 있는데, 이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인정할 만큼 뛰어난 음향 시설 역시 갖추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공연장에 가면 마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 같다. 딱 그런 기분을 이전 베를린 여행에서 갔던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처음 느껴 보았는데, 통영국제음악당 음향도 비슷한 정도로 좋은 편이다.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니! 매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고 이 장르에 조예가 깊은 편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곡은 자주 듣고 공연도 종종 관람하는 편이다. 그저 즐길 줄만 아는 막귀인 나조차 알아챌 만큼 이 음악제의 수준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무래도 '음악제'이다 보니, 단건 공연의 짧은 호흡이 아니라 열흘간의 축제 기간에 맞추어 전체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구성된다. 나처럼 듣는 곡만 계속 듣는 편식쟁이에게는 이런 음악제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편협한 취향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신선했던 프로그램은 '노이에 보칼솔리스텐 슈투트가르트 (neue vocal solisten stuttgart)' 파트였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공연은 갔을 때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 가기 전에 미리 프로그램을 들어보고 가는 편인데, 이 파트는 예습(?)을 하지 못 한 채 듣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와 중창단의 협연이란 점도, 곡의 분위기도 신선했다. 뭐랄까, 익숙한 합창의 형태가 아니라 실험적인 형태의 음과 목소리로 채워진 "행위 예술"같았다. 영화 <겟아웃>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음악을 눈앞에서 실황으로 보다니.. 돈가스, 불고기만 먹던 사람이 통영에 가서 '멍게'라는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난생처음 입에 넣어 본 것 같은 그 정도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뛰어난 공연장, 세계적인 음악가들,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 등 이토록 높은 수준의 음악제인데 비해 티켓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다. 대뜸 비용 이야기라 머쓱하긴 한데, 서울에서 했다면 좌석별로 못해도 1.5~2배씩은 더 비쌌을 텐데. 정말 매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단 말이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도 너무 너무나 좋았다. 


+ 사족을 달자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실제로 본 것도 신기했음..! 가장 좋았고 재미있었던 프로그램은 <김석욱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더 좋은 자리로 예매하지 못했던 게 아쉬울 뿐!


#3월의 책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오이대왕≫,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


3월엔 열정에 비해 책을 한 권밖에 읽지 못했다. <오이대왕>은 가볍게 읽을 책을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게 생각나 다시 꺼내 든 책이다. 오이대왕의 독특한 말투(번역이 맛깔나게 잘 되었나 봄)와 책 곳곳에 있는 특유의 삽화가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오이대왕'이라는 캐릭터가 한 가족과 얽히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엉뚱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이라 몰입해서 훌렁훌렁 읽기 좋았다. 이전에 읽었을 때도, 지금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건 가족들 사는 모습은 유럽이나 여기나 비슷하구나.. 하는? 내용이 무겁지 않고 짧아서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3월의 전시 (또 갔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예술의 전당, 22.12.20 ~ 23.04.09) 


2월에 이어 3월에 한 번 더 갔고, 4월 초에 또 갔으니 이 전시만 총 세 번을 갔다. 그만큼 너무 좋았단 말이지. 2월에 갔을 땐 어쩌다 시간이 맞아 도슨트를 들었는데, 도슨트를 너무 열정적으로 들었던 건지 다시 곱씹어 작품을 천천히 돌아볼 체력이 소진되어 그냥 돌아왔었다. 3월 두 번째 방문에서는 하나하나 도슨트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 

최근 취미로 유화를 처음으로 그려 보았는데, 생각보다 유화라는 장르가 농도와 질감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직접 그려보면서야 알게 되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에서는 그런 유화 표현의 다양성을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붓 외에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자연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그의 천재성을 보자면 정말 감탄과 존경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캔버스에 그래도 옮겨 놓았는지! 정말 '예술'이구나..! 갈 때마다 입을 벌리고 감상하고 돌아오게 된다. 


#앙드레 브라질리에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삶과 철학, 그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는 느끼고 온 것 같다. 전시회를 가고 그림 구경은 좋아하지만 역시 미술도 문외한이다 보니(머쓱) 그동안 관람했던 전시 중에 몇몇은 나에겐 조금 난해하고 어려웠던 것들이 있었는데,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는 그에 비해서는 직관적이고 쉬웠달까. 전시를 통해 작가와 소통하는 것 같은 느낌은 오랜만에 느껴본다. 도슨트의 영향도 컸고, 전시 중간중간 작가의 철학에 대한 코멘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주최 팀의 애정이 가득 느껴졌던 전시 구성

도슨트 설명이 없었다면 몰랐을 포인트이긴 한데, 주최 팀이 정말 오랜 기간 애정을 가지고 이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전시를 풍요롭게 구성하기 위해 또 작가의 메시지를 더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포인트가 전시장 곳곳에서 느껴진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들 별로 섹션을 분류하고, 각 공간마다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음악, 향, 소품 등 보는 것 외의 감각들을 세심하게 자극해 주는 요소들의 배치가 돋보인다. 전시 끝에 다다르면 이 전시를 통틀어 전달하고 싶었던 작가의 메시지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모든 악기의 소리가 폭죽처럼 터지듯이 촤르르 펼쳐지는데, 그 순간이 너무 황홀하고 감동이었다. 이 전시 그냥 쭉 한국에서 계속했으면 좋겠다. 삶이 힘들고 우울한 날에 언제든 가면 나를 위로해 줄 것 같아서. (그럴 리 없으니 대신 도록을 구매했다.)



3월의 취향 기록은 여기까지.

지금 4월 중순인데, 남은 4월은 더 풍요롭게 취향껏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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