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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르뚜가 Apr 16. 2023

12월 퇴사, 4월 재취업 약 5개월의 소회

내일모레 다시 출근하기 전에


22년 12월에 퇴사하고 4월 18일 다시 출근하기까지, 약 4.5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무얼 하였는가.


이룬 것 


#운전면허 

그렇다. 나는 3N살까지 살아오는 동안 면허가 없는 사람이었다. 귀차니즘도 있었지만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자취생에게 차는 필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있으면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났겠지. 그랬던 나에게도 면허는 이제는 슬슬 필요할 것 같아서 백수가 된 김에 면허를 취득했다. 필기는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기능시험에서 한 번 불합격하는 쓴 맛을 보고(주변 그 누구도 기능시험에 떨어졌단 이가 없었는데. 이참에 내 신체 순발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후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을 지나 최종 합격을 했고 전체 과정은 약 1개월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긴 여정이더라. 최종 합격증을 발급받던 날, 정말 오랜만에 '성취감'이란 걸 느꼈다. 


#운동하는 일상

퇴사 후 바로 개인 PT 30회, 부가세 포함 165만 원을 결제했다. 그리고 주 2회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근성장이 잘 되는 편이라 재미를 붙였다. 재취업 이후의 목표는 운동을 일상생활에 완전히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한 번 운태기가 지나가고 지금도 살짝 운태기가 남아있는 상태라 조금 걱정인데, 운동의 습관화는 꼭 이루어야 하는 올해 목표다. 백수라 시간이 여유로워서 덕분에 유튜브 운동 콘텐츠도 많이 챙겨봤다. 근성장, 린매스업, 랩틴 어쩌구.. 지금 약간 선무당 된 상태인데 현실은 헬린이 그 자체. 

어디서 봤는데, 백수가 헬스를 하면 안 된다고. 백수가 헬스를 하게 되면 '운동'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어 버려서 운동을 다녀오면 그날 하루를 꽉 채워 살았다고 만족스러워한다나. 그게 나여서 할 말이 없는데, 베스트 댓글이 그거였다. 운동이라도 하는 게 낫지. 맞지, 암만! 


#취향의 발견 

나이가 들수록 '취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취향은 쌓이는 것이어서 짧은 시간에 꾸며낼 수 없다. 선명한 취향이란 건 얼마나 나를 돌보고 사랑해 주었는지에 대한 성적표 같아서 이렇다 할 취향이 없던 나는 때때로 슬퍼졌다. (상대적인 것이지만) 내가 가진 취향은 단편적이고 매우 얕아서, 쉬이 말라버리는 빗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취미 생활을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과오도 한몫 거들었다. 20대를 건강한 취미 없이 흘려보내면 30대 들어 내면의 깊이에 차이가 벌어진다. 아까 말했듯 취향은 쌓이는 거라 이 차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점점 더 벌어지게 되니까. 절약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을 풍요롭고 단단하게 채워 나가기 위해서 취향을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작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는 게 가장 한탄스럽다. 오메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최근에는 취향을 쌓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지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조금씩 지원해 주는 것이다. 브런치에 월에 한 번, 그 달에 내 입맛에 맞았던 것들에 대해 글쓰기도 시작했다. 늦었다고 후회할 시간에 지금에라도 시작해야지 뭐. 1년간 잘 모았다가 요래조래 잘 뭉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되길.


계획 대비 이루지 못한 것

#부모님과 유럽 여행 

딱히 계획했던 것 아니지만 막상 4월에 다시 취업을 하고 되돌아보니, 그래도 가장 긴 시간 여유가 있는 때였는데 해외여행 한 번 다녀올걸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다만 혼자가 아닌 부모님과 함께 떠나고 싶은데,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직장인이 되면 더 기회가 없을 텐데 향후 5년 이내 가능하려나. 이제 두 분 다 연로하셔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부모님과의 해외(유럽) 여행은 항상 숙제처럼 마음에 무겁게 남아 있다. 


#개인 브랜드 사업 계획서 

쉬는 동안 "내 브랜드를 론칭한다!" 하는 각오로 사업계획서를 A-Z 써보려고 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건 내 귀차니즘 때문이다. 생각보다 나는 더 게을렀고, 더 놈팽이 재질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몇 번 시장조사를 나간 적은 있지만 결국 5개월 동안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그냥 놀아버린 사람이 됐다. 이건 좀 반성해야 한다. 결국 이 부분을 채우지 못한 채 재취업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니 회사를 다니면서 이건 차차 준비를 해야 한다. 


#프리랜서 일로 수익 모델 만들어두기 

이 부분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나름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운영해 보는 등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5개월 안에 입금되는 돈은 당연히 없었다. (유튜버가 수익을 내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그 외 개인 단위로 할 수 있을만한 프리랜서 업무를 시도해봤어야 했는데, 여기서도 역시 나의 귀차니즘과 게으름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만 후에 수익이 될 만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위해 여러 번의 미팅에 참석했다. 그 결과 A 프로젝트는 진전이 없었지만 B 프로젝트는 의외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 안에 한 파트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올해 최선을 다해 내 역할을 잘 수행해보려고 한다. 이런 류의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가 처음이라 어떤 과정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종합해 보면 

결국 나는 5개월 동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쉬었다는 게 결론이다. 그 외엔 딱히 전개된 게 없음. 그래서 아직 마음의 준비도 덜 됐고, 더 놀겠다면 백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지만 조금은 갑작스럽게 재취업하게 되었다. 내 성향 상 백수 생활을 더 한들 앞으로의 5개월이 지난 5개월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더라(23년 1분기 ver.)

어느 정도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 (출퇴근 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팀플 참여에 적합) 

도전적이지 못함 (실행력 낮은 편)

계획이 촘촘해야 움직이는 스타일 (나를 내가 설득해야 움직임) 

생각보다 노는 게 체질 (노는 거 안 질려! 누구는 일을 안 하면 불안하다던데 난 왜 아닐까)


23년 2분기의 목표는

1. 새 직장과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B) 진행을 일상에 안착시키기 

 ㄴ 사이드 프로젝트로 부수입 올리기 


2. 운동 습관화 (개인 PT 연장 등록) 

 ㄴ 정성적 목표: 운동 습관화 (매일 루틴으로 만들어 23년 하반기까지 유지) 

 ㄴ 정량적 목표: PT선생님과 함께 근성장 목표치 세우기 

 ㄴ 8월에 비키니 입자!! 


3. 콘텐츠는 손에서 놓지 말자  

 ㄴ 유튜브 채널 최소 월 1회는 영상 기록하기 (편집이 점점 빨라지면 더 자주 업로드 가능할 수도?) 

 ㄴ 월간 브런치 기록 

 ㄴ 개인 프로젝트 슬랙에 차곡차곡 기록하기


4. 개인 브랜드 사업계획서 쓰기 

 ㄴ 사이드 프로젝트(B)로 스터디한 내용 적용해서 작성해 보기 

 ㄴ 상세 액션 플랜 구조 짜기 (예상 투자금 산정해서 계획 세울 것) 


2분기에는 이 정도만 노력해 주어도 대단히 잘한 거라고 칭찬해 줘야겠다. 별 거 없다고? 생각보다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나는 갓생을 살기에 게으른 성향이라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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