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리 Jan 12. 2021

 죽음 앞에서 후회했던 두 가지

- Day 1 -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인해, 임신 막달에는 커져가는 자궁에 눌려서 나는 임신 기간 내내 양껏 음식을 먹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위한 영양 공급이 먼저라며 내키지 않아도 간식보다는 식사 위주로 배를 채웠더랬다.


출산 예정일 딱 일주일 전, 아침부터 은근히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힘을 쓰려면 밥을 충분히 먹어야겠지?'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려는 순간 생기 가득한  포도와 사과가 나를 유혹했다.

'으으.. 딱 한 조각만 먹을까?'

사과 한 조각을 곁들인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남편에게 말했다.

"진통이 시작됐어!"



병원 도착 후 4시간 만에 아들이 세상에 나왔다.

'이제 곧 출산 선배들이 말하던 '대우주의 평화로움' 같은 느낌이 찾아오는 건가..?!'

그러나 평화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추위와 통증에 나도 모르게 '추워요, 아파요'란 말을 반복했다.  


실컷 먹은 점심밥도 누운 채로 다 토해버렸다. 간호사 분이 아기의 얼굴을 보여주었지만 실루엣만 뿌옇게 보일 뿐이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의식을 잃고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환자분 이름이 뭐예요? 여기가 어디예요?"

"포리.. 병원.."

나의 대답과 동시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내 옷을 벗겼다.

'어머 멋 뭐 하시는 거예요!'

당황스러워한 틈도 없이 불현듯 싸한 느낌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 지금 죽는구나.'


살면서 처음이었다. 타국 바닷물에 쓸려나갔던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죽고 싶다고 일부러 생각할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설고도 생생한 느낌이었다.


사라지는 의식과 함께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려고 하는 그 순간 빛의 속도로 떠오른 엄마의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낮에 먹었던 맛난 사과.


'그냥 사과 하나 다 먹고 나올 걸.. 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