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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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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 Dec 15. 2022

연명치료를 거부했는데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예전엔 심장만 멎으면 사망선고를 했는데 이젠 뇌파까지 멈추어야 한다.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50세였던 인간의 평균 수명은 의학 발달의 힘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명과 달리 노화 속도는 이전과 비슷하다 보니 인생 후반기를 병원에서 보내고,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족 간병, 존엄사에 대한 이슈도 불거졌다.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행여라도 다시 온갖 기계들을 몸에 연결한다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싫다. 그렇게까지 나를 괴롭히면서 생을 연장하고 싶진 않다. 가족들은 또 웬 고생인가.

마침 병원에서 연명치료 거부를 안내하는 배너를 보았다. 늘 마음에 담고만 있다가 시간이 난 김에 예약했다.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무조건 병원에서 의료 행위를 안 하는 게 아니랍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전, 담당 선생님이 신청 내용을 자세히 안내해주셨다. 즉,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그래도 가망이 없다 싶을 때, 2명 이상의 의사가 동의했을 때 비로소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CPR, 투석, 인공호흡기 등 딱 7가지만.

선생님이 내 실망하는 눈빛을 보셨는지 웃으며 말씀하셨다.

"많은 분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호호. 혹시 생각이 바뀌셨어요?"

"아니요, 서명하려고요."

언젠가 내 의지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순간, 이 날의 서명이 나의 마음을 전해주길.

마음에 쏙 드는 카피,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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