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 '3장 힉의 법칙'
* 힉의 법칙이란,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에 비례해서 늘어난다고 예측한 법칙
힉의 법칙은 인지부하(인터페이스를 익히고 인터렉션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자원의 양)를 줄이기 위해 복잡한 작업을 잘게 나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힉의 법칙을 처음 읽고나서, '당연한 얘기를 굳이 법칙으로 만드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선택지가 한눈에 많고 그 내용이 복잡하면 의사결정에 오래 걸린다고,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놀랍게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법칙에 반하는 결정에 대해 내가 종종 고민하기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꽤 당연해 보이는, 굳이 증명하고 이름을 왜 붙였나 싶은) 법칙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기 때문에 한번쯤 다시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줄 장치가 필요하다. 같은 결론이더라도 '아 이건 당연히 이렇지'라고 머릿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지해버리는 것과 '이런 법칙이나 통념이 있고, 그 사례에는 이런 게 있구나'라고 한번 더 심사숙고해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다르다.
'힉의 법칙'이 유용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앱 메뉴를 재구성 하는 기획에서 였다. 보통 유저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너무 많은 depth를 거치게 되면, 좋은 유저 시나리오라고 볼 수 없다. 때로는 어떤 앱에서 문제 해결의 목적 자체가 'depth 줄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depth를 줄인다는 것은 때로는 줄여진 한 단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요약/압축해서 넣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에 여기서 '힉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depth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힉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에 더 많은 정보를 표출해줄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명확한 정답은 없고, 그 때 그 때 사례에 따라 힉의 법칙과 멀어진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운전 중 유저가 지도 앱에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햄버거 메뉴 버튼을 눌렀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원하는 기능을 선택했다면, 운전 중이니까 빨리 한 화면에 최대한 보여주는게 좋을까 아니면 주행 중이니까 간결하고 큼지막한 내용으로 2-3번 단계를 거쳐 보여주는게 좋을까? 최고의 답을 내기 위해 머리싸매고 눈물머금고 그림 그리는 디자이너의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다른 사례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할 사람 +1)
위 사례와 비슷한 고민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낸 건 아니고 머리 맞대고 방향성을 잡는 중이다. 하지만 운전 중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힉이 법칙을 더 강력하게 활용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힉의 법칙 그래프는 로그 함수형태로 우상향하는데, 주변 시야까지 신경써야하는 상황에서 그 우상향 그래프가 더 가파르게 변하지 않을까. 즉, 선택지가 많은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서 반응 시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길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depth를 줄이기 위해 한 페이지에 풍부한 정보를 담는 것보다, 명확하게 인지해서 단계를 넘어가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내일 요런 내용에 대해 팀원이랑 논의하기로 했는데, 좀 더 풍성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