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우리는 규칙회의를 연다.
잘 지켜지지 않는 규칙을 하나 고르고
그 규칙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지킬 수 있을지
아이들과 머리를 맞댄다.
‘왜 안 지켰니?’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을까?’
처벌이 아니라 실천의 길을 찾는다.
규칙은 정해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펴보고, 고치고, 다시 살아나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규칙은
아이들과 함께 돌본다.
그래야 학급도 숨 쉰다.
의도는 간단했다.
복도는 위험하고, 다른 반 친구들과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져서
불필요한 갈등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복도에 나가지 말고
쉬는 시간엔 교실에서 쉬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교실이 놀이터가 되었다.
아이들은 교실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래서 쉬는시간에 조용히 쉬고싶었던 아이들은
오히려 교실이 더 시끄러워지니
쉬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났다.
그래서 규칙을 다시 업데이트했다.
‘쉬는 시간엔 교실에서 앉아서 쉬기.’
공간만 정해주는 건 부족했다.
행동의 방식까지 함께 정해야 했다.
규칙은
어른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써야
살아 있는 약속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규칙을 다시 쓴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로.
쉬는 시간의 끝은 늘 분주하다.
놀이는 끝나지 않았고
종은 너무 빨리 울린다.
그래서 만든 규칙이 있었다.
“타이머 1분 전, 놀이는 정리하고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기.”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타이머 소리는 들렸지만
몸은 아직 놀이에 있었고
마음은 아직 멈출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규칙을 바꿨다.
‘1분 전, 손머리하고 선생님 보기.'
잠시 행동을 포즈(pause)하고
몸도 마음도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이렇게 한템포 쉬어가면서
아이들에게 정리해야한다는 싸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준다.
규칙은 지키라고 만든다기보다
아이들의 하루를 더 부드럽게
이어주기 위해 다시 다듬는다.
우리 학급의 하루도
이렇게 다시, 멈추는 법을 배운다.
-3월의 규칙-
-4월의 규칙-
규칙을 어기면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
“규칙 지키라고 했지!”
하지만
규칙은 지키라고 말한다고 지켜지지 않는다.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비로소 지켜진다.
교사는 지키는 걸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규칙은 약속이자 연습이다.
그리고
그 연습이 가능하도록
공간과 시간과 마음을 준비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