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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Aug 01. 2021

정규직 전환이냐 이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테이시의 인턴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이 글의 BGM으로는 엄정화의 D.I.S.C.O를 권합니다.

방법 따윈 필요 없어
심장소리로 날 느낄 수 있어
첫 키스와 같이 달콤한 이 설렘 속에
시끄러운 음악 속에 이제 날 던져볼래
- D.I.S.C.O 가사 中






 스테이시의 인턴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어느덧 7월을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유독 뜨거웠던 이번 여름을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인턴 계약 만료"다.


지난 3개월 동안 회사는 Product Owner 직무에 유래 없던 인턴을 채용했고, 나 역시 내 가능성을 알아봐 준 고마운 회사에게 단 하루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고, 이론이 아닌 실전을 경험하며 다시 한번 가슴 뛰는 일을 만났음을 실감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반대로 직장 동료들에게 나는 원래 예고에서 대중음악사를 가르치던 강사였다고 하자 다들 하나같이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이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께 나의 지난 글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나의 첫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을 추천한다. 인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스테이시'는 잠시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제 멋대로 Let's go, DISCO

대중음악사를 가르치던 지난 나의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다니는 스테이시의 삶은 "DISCO"다.


1975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패하면서 예산 적자, 물가 상승, 실업률 증가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어려운 현실의 시련에서 벗어나고픈 마음 때문인지, 젊은 청년들 사이에선 디스코 붐이 일게 된다. 화려한 미러볼과 단순한 4/4박자가 특징인 디스코는 흑인 문화에서 시작된 장르이자, 당시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디스코를 출 때만큼은 소외받거나 차별받지 않으며 그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청년문화였다.


당시 디스코 열풍을 일으킨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주인공 토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페인트 가게에서 일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주말 저녁에 디스코텍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미래도 딱히 보이지 않고, 꿈도 없는 토니에게 사장님이 "Feel the future"라고 말하자, 그는 "Fuckin' the future"라고 답한다. 현실 도피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디스코를 출 때만큼은 같이 즐기며 살아있음을 느끼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내가 클래스101을 다니며 느낀 스타트업의 열기는 디스코와 많이 닮아있다. 고객(=클래스메이트)도 크리에이터도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클래스101과 함께하는 여가시간에서 만큼은 그 무엇이든 배우고 또 가르칠 수 있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디스코는 한동안 가벼워 보인다는 이유로 "이게 음악이야?" 하는 비판에 시달린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힙한 노래나 장르들은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다. 3개월 전 잡플래닛의 리뷰들을 보며 인턴 입사를 고심했고, 그때 우연히 전 부대표님의 폴인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클래스101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이거든요. 엄청 젊어요. 그래서 전문 용어로 '겁대가리'가 없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이 친구들은 경험에 의한 레거시(legacy)가 없기 때문에 '안 된다'는 생각을 안 해요.

- 폴인 '마켓·아이템·팀',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세 가지 조건 인터뷰 中






 겁대가리 없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

면접을 볼 때 클래스101이 좋았던, 오퍼 레터를 받았을 때 함께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고심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어떻게 하면 린하게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라는 현 CPO님의 대답 때문이었다.


그 당시 다른 스타트업들과도 티타임이나 연봉 협상 등의 자리를 가졌지만 '자금이 부족해 힘들다', '주니어 개발자들이라 구현이 어렵다', '정부 규제로 인해 운영 중인 기능도 중단해야 한다' 등 여러 제약들이 있었다. 사실 클래스101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작고 빠르게 시작해볼 수 있을지를 먼저 함께 고민해주었다.


그리고 입사 후에도 그 애티튜드는 변함없었다.

그 때문인지 회사 내 다양한 팀들의 합이 K-pop 아이돌의 칼군무보다는 '제 멋대로' 추는 디스코 같았고, 3개월 동안 나는 주어진 무대에서 열정을 다해 즐겼으며, 진심으로 하루하루가 재밌었다.


다시 대중음악사의 관점으로 돌아와

잘 팔리는 음악(= 콘텐츠)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그건 감각이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혹은 유행을 선도하는 영한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복잡한 코드 진행이나 값비싼 샘플링 사운드보다 쉬운 멜로디 라인, 꽂히는 가사가 살아남는다. 번뜩이는 영한 아이디어와 동시에 겁대가리 없는 실행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잘 팔리는 앨범(= 상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콘텐츠의 상품화 과정에는 노련한 기획과 디테일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발견부터 탐색, 주문, 결제, 배송, 감상, 후기 등 상품은 고객 경험이 길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영한 아이디어와 겁대가리 없는 실행력으로만 만족도를 이끌어 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등 소비자가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감상하기 때문에 사운드와 볼륨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믹싱 & 마스터링' 과정을 필요로 하고 이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래서 음악이 앨범으로 발매되는 과정의 마무리엔 반드시 사운드 엔지니어의 손길을 거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음악 감상의 과정과 온라인 클래스 수강 과정은 너무나도 닮아있다. 수강 역시 모바일 앱, 아이패드 앱, PC 웹 등 고객이 가진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앨범은 소비보다는 소장의 가치가 더 높다. 음질 같은 음악의 퀄리티 보다 포토카드 같은 굿즈가 결제의 순간을 결정짓기도 한다. 콘텐츠냐 상품이냐 그 모양새의 변화에서 그래도 구매의 본질은 음악으로 인해 받은 감동, 신남, 위로 등의 고객 경험과 팬심이 아닐까?


결국 핵심은 만드는 주체가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는가?' 그리고 그 가치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은가?' 등이 앞으로 함께 디스코를 추고 음악과 앨범을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Shall we dance?

3개월 동안 일하며 느낀 회사의 강점은 영한 아이디어와 젊은 체력, 겁대가리 없는 실행력으로 트렌디한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것. 동시에 약점은 이를 시장에 내놓으려 전체적인 사운드와 볼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였다.


나는 온전히 음악을 잘 만들고 또 잘 감상하는것에 집중하고 싶은데, 잡음들이 귓가를 맴돌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게 진심으로 아쉬웠다. 작곡가를 기획자, 작사가를 디자이너, 편곡가를 개발자에 비유한다면, 현재의 회사는 퀄리티 높은 산출물과 만족도 높은 고객 경험을 위해 디테일한 기술력과 노련미를 갖춘 전문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영입했다.


당시 나는 정규직 전환과 이직 사이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었고, 새로 오신 CTO님과의 1:1 티타임 때 질문을 8가지나 준비해 갔다 ㄴʕʘ‿ʘʔㄱ 심지어 마인드맵도 그려감.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를 통해 귓가를 맴돌던 노이즈들이 뮤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BO, HRBP, CPO  여러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이곳에서 추는 디스코가, 함께 만들어갈 음악과 앨범의 제작 과정이 지금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며, 즐겁고 글로벌해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사인했다.


3개월 간 인턴으로 느낀 개인적인 배움은 노력과 능력은 다르다는 것이다. 노력은 애쓰는 힘이고, 능력은 해내는 힘이다. 사실 나는 내가 맡은 일을 온전히 다 해내기에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회사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손을 잡기로 했다. 


내일이면 또다시 전쟁 같은 월요일과 8월이 시작된다. 인턴보다 더 뜨겁고 강렬해진 정규직 비트에 나는 다시 몸을 맡기려 한다. 조금씩 내 능력을 키우고 또 발휘해 나갈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즐겁게 미쳐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 . . Shall we dance?


정답 따윈 여긴 없어
몸짓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어
D.I.S.C.O 미친 듯이 춤추고
네 멋대로 Do the disco

- D.I.S.C.O 가사 中





내용 참고

- 폴인 : https://www.folin.co/story/692

- 듣똑라 : https://www.youtube.com/watch?v=2OOIX6NCKKU

-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1255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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