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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Mar 05. 2022

PO 이직 첫 달 회고. 근데 이제 네고왕을 곁들인.

이 글의 BGM으로는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를 권합니다.

집어 집어 집어치워 정신 놓을래
365일 춤만 출래
Mazeltov 힘내 봐, Mazeltov 웃어봐
- Mazeltov 가사 中




 여기어때컴퍼니로의 이직. 

입사한 지 한 달이 좀 넘었다. 은행 앱 속 첫 급여와 회사명이 달라진 것을 보며, 이제 정말 이직을 했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가 아닌, 정말 오롯하고 정직하게 흐른 것 같다. 그만큼 뭐랄까.. 착실한 하루들을 보냈다.


첫 주는 CPO님의 Product Organization.

프로덕트 전략에 따른 각 조직의 역할과 목적, 어떤 프로세스와 R&R로 일해야 하는지 얼라인을 갖는 세션을 들었다. 발표 자료가 영문이었는데, 내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어서 홀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영어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첫째 주에 들은 교육이나 회의에서 몰랐던 영단어들을 다 받아 적어 두었는데, 40개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영어로 문서를 읽고 쓰는 일이 급하진 않지만, 평생 중요한 숙제로 남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나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어떻게 공부하고 습관화할지 고민해야겠다.



출처: http://egloos.zum.com/kiryoan/v/802132

이후 각 팀을 이끄시는 시니어 PO분들의 신입사원 OJT 교육을 들었다. 교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차장 현수막에서부터 중개 플랫폼으로 발전한 숙박 광고의 역사인데, 야놀자의 모태는 인터넷 카페였다는 재밌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새삼 한국 스타트업이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발전했음이 느껴졌다.



숙소에서 우연히 여기어때 광고가 나왔다.

둘째 주는 연휴가 껴있어 가족들과 오션뷰 제트스파 펜션을 다녀왔다. 숙소 탐색부터 최저가 비교, 예약, 포인트 사용, 리뷰까지 달아보며 앱을 직접 사용해 보았다. 휴가지만 앱 써서 간 김에 사장님께 중복 예약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여기어때는 어떤 게 불편한지 여쭤보기도 하고, 일부러 타사 앱도 함께 이용해 보았다. 이때 느낀 점은 온라인 서비스라도, 결국 소비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O2O 플랫폼은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다고 느껴졌다.


셋째 주는 유저 저니 맵을 그리며, 내가 맡게 될 공간대여 사업과 프로덕트를 디테일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원래 음악과 영상 콘텐츠 제작 일을 했어서 평소 연습실, 녹음실, 촬영 스튜디오 대관을 자주 하는 편이었고, 대학생 때 파티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호스트와 게스트. 두 고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프로덕트 오너에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넷째 주는 UX 리서처 분들과 온라인 FGI를 진행했고, 그때 발견한 문제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1 Pager를 작성 및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고객 분들을 만나 궁금했던 것을 질문할 수 있는 경험도 좋았고, 무엇보다 원 페이저 첫 리뷰가 너무 잘 마무리되어 처음으로 입사 후 성취감을 느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준비한 것을 잘 마무리하고,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계속 이 감정을 간직하고, 유지하고 싶다.





 KEEP 

나만의 소프트랜딩 핵심은 1주 차엔 듣고 이해하기, 2주 차엔 직접 고객이 되어보기, 3주 차엔 자사와 타사 분석하기, 4주 차엔 직접 고객을 만나보기였다. 


뭐든 맡은 일은 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내심 자신도 있었다. Search & Discovery에 해당하는 제품은 다 경험해 보았고, 무엇을 전시하는가 상품이 다를 뿐 사실 과정은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PLP, PDP 등 내가 쓰던 약어도 같아 혼자 반가워하기도 했다. (여기서 퀴즈! PLP는 Product List Page, PDP는 Product Detail Page의 줄임말입니다. 그렇다면 SRP, RDP는 무엇일까요? 댓글로 맞춰주세요 :')


내가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것은, 고객을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꾸준한 태도이다. 여기어때컴퍼니의 공식 기사들을 보면 자체 서베이에 대한 기록들이 꽤 주기적으로 쌓여온 걸 볼 수 있다. 앱에서도 유저에게 '리서치 참여하기'를 유도하고, 사내 서베이나 UT도 활발하다. 앞으로 정성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걸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





 Problem 

입사 후 아쉬웠던 점은 아직 한 달 차인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틈이 없다.

이미 각 팀의 전략과 로드맵, KPI 등이 세세히 짜여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번 검증해보는데 리소스를 써보자는 말을 할 틈이 없었다. 입사를 앞두고 3주간 쉬면서, 나는 '여행업계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뭐가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곤 비즈니스 임팩트가 있어 보이는 세 문제 중 하나는 현장 파악을 위해 답사까지 다녀왔다. '안된다'는 전제 없이 함께 고민해주고 언제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어야,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시작점부터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공간대여, 해외 항공 등 기존에 계획한 신사업 준비로 너무 바쁜 시기에 내가 합류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아무래도 입사 직후다 보니 거절을 잘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업무 시간 관리가 효율적이지 못했다. 일단 히스토리 파악을 위해 일부러 초대되는 모든 회의를 참석하다 보니, 내가 문제를 잘 정의하고 여러 가설을 도출하기 위한 시간을 잘 확보하질 못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다시 미리 문서를 공유해 기본적인 회의 시간을 줄이고, 필수로 참석해야 할 회의인지 아닌지 주최자께 확인 질문을 드리려 한다. 나의 페이스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직은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인 단계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문제 같다.





 TRY 

본격적으로 시도를 마음먹은 것은, 협업을 통해 여러 직무의 강점을 습득하는 것이다.

우선 UX Researcher 분들과 일을 하면서, 사전 리쿠르팅과 모더레이터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FGI, 서베이, UT 등 다양한 정성적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싶다.


두 번째는 생각도 못했는데, 프로젝트 매니저분과 협업을 하게 되었다.

웹사이트 팀에서 앱 기반 서비스로 이직했더니, 모든 일정 관련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이 배포 날짜가 아니라 앱 버전이라는 통일성이 있어 좋았다. 일정 조율할 때, 변화를 공유할 때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디테일을 배워가려 한다.


세 번째는 사심이긴 한데, UX Writer 분들과 온전히 라이팅에만 집중해 디자인 리뷰를 진행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의 야매 유엑스 라이팅과는 정말 다르다. φ(^∇^ ) 헤헤. 고객에게 노출되는 문구는 정말 중요하다. 통일된 보이스 톤을 갖추면서도 원하는 액션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고민과 수정 과정들을 옆에서 보고 배우려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변화는 Business Owner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마케팅 혹은 자발적으로 유입된 유저를 어떻게 하면 그다음 퍼널로 잘 이동시킬까 가 고민이었다면, 이직 후에는 '어떤 제품을 먼저 런칭해야, 와우 포인트가 되어 많은 유입을 끌어올 수 있는가'로 관점이 바뀌었다. 여기어때는 purchased가 아니라 booked의 개념이기 때문에, 같은 상품(= 공간)을 두고 다른 플랫폼이 아닌 우리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 공간대여는 아직 MLP 단계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많이 배우고, 함께 도전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느껴졌다.





 에필로그. 

5주 차에는 여행왕 X 네고왕 프로모션이 시작됐다.

나는 여기어때의 신사업인 공간대여 PO로 합류하게 되었다.

아육대 협찬이나 박재범 님과의 TV CF 런칭  연예인 마케팅을   경험해 보았지만, 네고왕은 확실히 달랐다. 애초에 유저들이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제가 '브랜드 인지' 아니라 '파격 할인'이다 보니, 유입뿐만 아니라 가입과 결제가 보장된 보기 드문 마케팅이랄까. 덕분에 정말 압도적인 J커브를 보았다. 


공간대여 네고왕 이벤트 페이지 디자인 리뷰를 하며, 황광희 님 보이스 톤으로 혜택을 말하면 어떨까 의견을 내보았지만 반영되진 못했다. 쭈륵. 쨌든 엄청난 유입과 가입, 쿠폰 다운, 알림 수신 동의, 결제 등이 보장된 마케팅을 앞두고, 프로덕트는 어떤 걸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한 달을 글로 되돌아보니 '많이 배워야겠다'는 문장이 반복되는데, 사실 큰 그림을 보면서도 디테일은 어떻게 갖추는 걸까? 그런 걸 경력이라고 하는 걸까? 한 달 밖에 안됐는데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새로운 환경이라 인풋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어떤 순서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ㅎ_ㅎ


조금은 생각이 많은

1차 셀프 리뷰 마침.

매거진의 이전글 A/B 테스트 세팅 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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