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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Aug 07. 2022

우리가 만든 제품의 사용법을 알려주며 느낀 점.

튜토리얼 영상을 직접 만들다.

이 글의 BGM으로는 멜로망스의 ‘고백’을 권합니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야

- 고백 가사 中





 제품 런칭 시연.


입사 직후, 나는 내가 맡게 된 사업과 제품의 유저 저니 맵을 그리며 여러 문제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게스트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시간만큼 공간을 대여할 수 없어, 호스트가 정한 시간에 맞춰야 하는 예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스트는 고객에게 예약 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줄 수 없어 공실율이 높고, 타 플랫폼에 비해 직접 예약 시간 조율을 위해 응대해야 하는 피로도가 높다"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단위로 공간을 판매하고 예약할 수 있게 만들어, 공실율을 줄이고 예약 건수를 높이려 노력했다. 더 편하게 예약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여러 유형의 고객들을 직접 만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곤 내부 관리자들을 위해 제품의 사용법을 공개적으로 시연했다.
스테이지 서버에 정성스럽게 '숙대입시 오피스'라는 공간을 만들어 직접 호스트가 된 것처럼 시연했고, 호스트와 관리자들을 위한 판매와 관리 시스템 데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발표였다. 열심히 디자인한 플로우와 개발한 기능들을 하나하나 매끄럽게 잘 시연했고, 함께 작업한 PO, 디자이너, 라이터, 리서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백엔드 엔지니어, iOS 개발자, AOS 개발자, QA, DA 등 모든 작업자들의 노고와 이름을 불러주며 감사를 표했다.



우리의 첫 데모 :')





스테이시! 오늘 발표 잘하셨는데,

호스트분들을 위해서도 튜토리얼을 만들면 어떨까요?”


사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제안이었다.

고객을 위한 튜토리얼이라.. 내 머릿속은 이미 스티브잡스가 된 기분이었다.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찍으려다 여름이라 참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Final Cut Pro X를 켰다. 과거에 영상편집했던 일을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역시 배우면 언젠간 다 쓸데가 있다.


처음엔 플로우를 따라 유저 시나리오를 짰다.

요금제 등록 화면 진입 -> 요일별 시간제 요금 등록 화면 진입 -> 월요일 요금 일괄 입력 / 개별 수정 -> 최종 확인 및 저장 -> 최초 등록된 요일 요금 복사하여 다른 요일에도 일괄 입력하기 등.


두 번째는 각 시나리오 별 대본을 작성했다.

디테일하게 월요일 요금을 일괄 입력할 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얼마로 할 건지, 최종 확인 후 저장하기 전 백버튼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등등. 이때 나는 FGI때 만났던 고객 분들 중, 시간제 예약이 없어 가장 불편해하셨던 한 40대 여성 호스트 분을 다시 만나 설명한다는 상상으로 대본을 썼다. 어떤 것들이 왜 불편하다고 말씀 주셨던 분을 생각하며 대본을 쓰니..


어떤 기능을 가진 어떻게 생긴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설명을 해야 했다.

튜토리얼이란 “이렇게 저렇게 잘하면 돼요. 참 쉽죠?” 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의 사용법을 알려주며 느낀 점.

요금 한 번에 '적용'이 아니라 '입력'인데 이걸 내가 놓쳤다. ㅎ_ㅎ

이미 제품은 다 만들었고 앱스토어 심사요청을 앞두고 있는데 그제야 놓친 것들이 또 보이기 시작했다.

만들 땐 이 기능이 편한 것 같았는데, 이 워딩이 친절한 것 같았는데, 이 플로우가 명확한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아닌 것들. 그리곤 깨달았다.


이 제품에 대해서 고객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 우리 동료들도 나의 고객이라는 점을.

단순히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왜 이런 디자인으로, 이런 워딩으로, 이런 플로우로 진행하게 되었는지 그 맥락을 더 설명해주었다면, 호스트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더 높은 이해도로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결과만 공유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as-is와 to-be 뿐만 아니라 작업의 배경과 목적, how-to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에게는, 오너십 보다 프로덕트가 먼저다.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다 보니 강한 오너십을 갖고, 새롭게 만드는 것에 많은 집중을 가했다. 제품을 직접 설명해보면서 느낀 건데 이번 건은 변경이 아닌 추가하는 건이라 큰 무리는 없었지만, 기존에 있던 제품의 워딩이나 기능을 변경하는 경우였다면 꽤나 복잡할 것 같았다. 이미 기존 제품에 학습되어 익숙한 고객들에게 변경사항을 설명하고 다시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그 누구보다도 PO가 기존 정책과 엣지 케이스들을 정말 잘 알아야 했다. (물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_ㅠ) 


마지막으로 더 디테일한 시각으로 발전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속에서 성장을 느끼기 마련인데, 처음으로 냉정하게 결과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고 개선점을 찾았던 순간이었다. 사실 정책, 화면, 기능 하나하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한 달도 안 됐는데 개선점이 보이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그 짧은 순간에도 내가 성장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아쉬워서 뿌듯한

오묘한 런칭일기 마침.





에필로그.

열정 열정 열정

 리더분께  칭찬을 들었다. 누구든 다음 칭찬은 애티튜드뿐만 아니라 "스테이시가 함께하는 팀이 진짜 개쩌는 제품과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되면 좋겠다. 나는 결과를 넘어 성과를 만드는 PO이고 싶다. 이런 욕심 때문에 솔직히 어느 작은 것도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자꾸 망설이게 되는  자신을 마주한 날들이  있었다.


어렵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조금씩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알아가는  같은 요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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