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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Sep 20. 2022

비개발자도 인프콘 다녀온 썰 푼다.txt

이 글의 BGM으로는 선우정아 님의 <Invisible Treasure>를 권합니다.

조금씩 보이네 긴 기다림 끝에
발견한 나의 diamond
깊은 어둠 속에 나를 캐어 내
다듬어지지 않은 pure soul 

- Invisible Treasure 가사 中





나의 첫 테크 컨퍼런스

지난 8월 말, 인프런에서 개최한 테크 컨퍼런스인 '인프콘'에 다녀왔다.


오프라인 테크 컨퍼런스는 처음이라 하루하루 설렘 가득하게 기다렸다. 위치도 여기어때 오피스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코엑스라 좋았다! 오전에 회의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반차를 써서 코엑스로 향했다. 사실 인프콘 부스인 '그랜드볼룸'이 찾기 애매한 위치였는데, 검은색 백팩을 멘 분들이 하나같이 한 방향으로 향해서 따라갔더니 인프콘 부스가 나왔다.. ʕ•ᴥ•ʔ ㅋㅋ



우선 생각했던 것보다 참가자분들이 훨씬 많았고, 행사는 세 가지의 이벤트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1) 네트워킹을 위한 기업부스
2) 공개방송
3) 각 주제 별 발표 세션
좌: 인프콘 발표 타임 테이블 / 우: 내가 들었던 발표 타임 테이블

사실 기업부스는 개발자 채용 목적이다 보니 나는 PO라 해당이 되지 않아서 가볍게 구경만 했고, 공개방송보다는 여러 연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3번 '각 주제 별 발표 세션'에 시간을 쏟기로 계획했었다. ENTJ 답게 미리 컬러 처리해둠..(^□^*) 


비개발자도 들을만한 세션이 많아서 좋았다. 

인프콘 홈페이지의 세션 설명을 꼼꼼하게 읽은 뒤, 나는 아래와 같이 총 7개의 세션을 듣기로 결정했다. 

1.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비전공자 개발자의 지난 4년 회고
2. 데이터 인프라 없이 데이터로 성장하는 서비스 만들기
3. 우리는 오늘도 성장합니다
4. 나와 팀을 성장시키는 리뷰들
5. 지금 당장 DevOps를 해야 하는 이유
6. (레거시 시스템) 개편의 기술
7. 서버비 0원, 클라우드 큐 도입으로 해냈습니다!





내가 들었던 세션들


1.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비전공자 개발자의 지난 4년 회고"
부제: 좋았던 선택 vs 후회되는 선택 (연사: Pixelic 한정수 님)


우선 해당 세션을 선택했던 이유는 연사님이 29살에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하셨다는 부분이 신기해서였다. 

20대 후반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서 그 시작의 감정이 궁금했었다. 연사님께서 각 연차별로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좋았던 것과 후회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회고 형태의 발표 자체가 신선했던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 사건들의 순서가 타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잘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쨌든 가장 기억에 남는 배움은 2년 차 때 후회되는 선택 중 하나가 '레거시 코드에 불만을 가진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당시에 내가 레거시를 개선해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는 계속 레거시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저 연차일 때 이를 불만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더 파고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며 후회되는 선택으로 꼽아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레거시들을 조금 더 이해하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달까? 조금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일이 더 많은 걸 알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생각되자 애정이 더해졌다. 




2. "데이터 인프라 없이 데이터로 성장하는 서비스 만들기"
(연사: 데이터리안 윤선미 님)


해당 세션을 선택했던 이유는 인프라나 엔지니어의 리소스를 최소화하면서도 데이터를 설계부터 적재, 분석해나가는 과정이 궁금해서였다. 사실 세션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방법이었고,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의 난이도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쉬웠었다.


오히려 이 세션을 듣고 배웠던 점은 데이터 분석가의 입장이었던 것 같다.
세션 내용 중에 "일단 출시해보고, 데이터는 쌓이는 것 보고 나중에 생각하자."라는 기획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는 DA분의 고민이 있었는데,, (뜨끔),, 요즘 데이터 정확성도 데이터 분석 환경도 고민이 참 많았는데 "그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분석도 하고 개선도 하고 원래 동시에 하는 거예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라는 말씀이 위로도 되고 많이 와닿았다. 원래 같이 해나가는 건데 너무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욕심냈구나 하는 자기반성도 들고, 우리 DA분도 같은 고민을 했었겠구나 하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걸 배웠던 세션.




3. "우리는 오늘도 성장합니다"
부제: 인프랩 프론트엔드 업무 프로세스 변천사 (연사: 인프랩 장우현 님)


해당 세션을 선택했던 이유는 '변천사'라는 단어에 꽂혀 적은 인원에서 점점 더 커지면서 어떻게 신규 구축 건과 기존 운영 건을, 비즈니스를 위한 건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건을 병행해 나갔는지 등 프론트엔드 업무 분배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내용이 달랐다.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소프트 스킬에 대한 내용이었고 진척률 트래킹과 데일리 스크럼/회고 등 정말 인프랩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대한 것과는 달랐지만 가볍게 다른 회사는 어떻게 일하는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데일리 회고 때 3F를 활용한다는 대목이었다.
보통은 Keep 지켜나갈 것, Problem 문제였던 것, Try 개선해나갈 것으로 진행하는데

3F는 Fact 오늘 있었던 사실, Feeling 느꼈던 감정, Finding 발견한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사실에 기반해 감정을 기록한다는 접근이 신선했다. 자연스럽게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는 회고 방법이지 않을까? 




4. "나와 팀을 성장시키는 리뷰들"
부제: 코드 리뷰만 리뷰가 아니라니까? (연사: 무신사 박미정 님)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해당 연사님이 운영하시는 한 커뮤니티를 내게 소개해준 적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꾸준하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며, 개발자가 아님에도 나 역시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었고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해당 세션을 듣게 되었다.


우선 해당 세션은 코드 리뷰뿐만 아니라 요구사항 분석부터 설계, 구현, 테스트, 배포, 장애 등 일련의 과정들에서 각각 리뷰가 필요하며, 어떤 것들이 검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전달 방식이랄까? 핵심만 짚어주시면서도, 나긋하고 명확한 발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었다. 너무 좋은 내용들이어서 집중력을 잃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뭐랄까.. 개발과는 별개로 일을 잘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아우라셨다 +_+


가장 크게 와닿았던 배움은 아무래도 내가 PO라서 그런지 요구사항 분석 리뷰 부분이었다.

요구사항 분석은 결국 요구와 조건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주셨는데 '특정 프로모션을 위해 1:N 쿠폰 발급 기능을 사내 어드민에 한 달 만에 구현해달라는 요구사항을 받게 되었다'라고 가정해보자. 당시 해당 서비스는 쿠폰 발급 기능을 외부 서드파티 툴을 쓰고 있었는데, 이미 그 툴에 해당 기능이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사내 어드민에 해당 기능이 부재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능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진짜 문제였던 셈이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PO도 정책을 잘 알아야 개발 범위가 축소되고,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여 다른 팀과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우선순위 높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개발자분들의 관점에서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세션 :') 




5. "지금 당장 DevOps를 해야 하는 이유"
(연사: 퍼플아이오 김충섭 님)


해당 세션은 다른 회사는 어떤 것들을 어떻게 자동화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듣게 되었다.

비즈니스의 타이밍에 맞게 제품의 속도가 따라갈 수 있도록 개발과 배포를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개개인이 더 빠르게 작업하고 테스트하는 것보다는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개선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나는 개발 지식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보니 듣는 내내 웹에 국한된 이야기인지, 각 스토어의 심사에 영향을 받는 앱도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인지 스스로 파악이 어려워서 아쉬웠다. 전에 맡은 제품은 웹사이트 기반이었고, 지금은 앱 기반 제품이다 보니 PO 입장에서도 배포의 방식과 주기가 다른 점이 커뮤니케이션할 때나 일정을 산정할 때 꽤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내가 배포에 대한 지식이 많질 않다 보니, 좋은 세션을 들어도 흡수가 잘 안 되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우리 서비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나중에 다시 복습해봐야겠다.




6. "(레거시 시스템) 개편의 기술"
부제: 배달 플랫폼에서 겪은 N번의 개편 경험기 (연사: 우아한형제들 권용근 님)


해당 세션은 내가 지금 개편까지는 아니고,, 레거시 개선을 진행 중이라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듣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어때와 배달의민족이 프로덕트 기획의 관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다. '여행'과 '배달'은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거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O2O 플랫폼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UX 벤치마킹할 때 많이 참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기저기 얽혀있는 스파게티 코드들의 의존성을 사이드 이펙트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변경하며, 변경 대상에 대한 경계를 '통합'과 '분리'로 경계를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도메인 이해도의 수준이 다르면,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은 의사결정 및 작업 과정에 큰 부담을 갖게 되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벤트 스토밍을 해보길 추천한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기획한 것을 리뷰하기에만 바빴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았다. 미리 같이 도메인 이해도를 높이면 좋았을 텐데 하는 배움을 얻게 되어 재밌었다. 나는 PO로서 어떤 걸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된 세션.




7. "서버비 0원, 클라우드 큐 도입으로 해냈습니다!"
(연사: 카카오모빌리티 조현영 님)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들었던 내용 중 가장 기술 중심적인 세션이라 어려웠다.

엑싯하기 전까지 매 시간이 아닌 특정 시간에만 몰리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어떻게 서버를 분리하고 어떤 툴들로 관리해왔는지 그 과정을 공유해주셨다. 데이터를 처리할 때, push와 pull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이번 세션을 통해 또 한 번 느꼈던 점은.. 앞단에 보이는 것만 관리하다가 서버 구축이나 유지 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절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고이 접어졌다. 사실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다. 진짜 현실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세션. 





Invisible Treasure 

인프콘 다녀온 후기를 선우정아 님의 'Invisible Treasure' 가사에 비유해 보았다.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가 되기 직전의 순수한 보물들을 발견하고 캐낼 수 있는 곳. 내가 가진 장점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두려울 때가 있겠지만, 사실 그것들은 언제나 든든하게 내 안에서 나를 채워주고 있다.


자신의 삽질을 공유하는 지식 공유자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박수를 보내는 참가자들도 모두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배우고, 나누고, 성장해서 투명 보물들이 자신만의 다이아몬드를 다듬어 빛낼 수 있기를 :')

조금씩 보이네 긴 기다림 끝에
발견한 나의 diamond
깊은 어둠 속에 나를 캐어 내
다듬어지지 않은 pure soul 

- Invisible Treasure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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