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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Dec 31. 2022

가슴으로 낳은 내 기획 지켜내는 법

이 글의 BGM으로는 기리보이의 <교통정리>를 권합니다.


우리가 자주 걸었던 이 길거리에
우리 둘이 만나지 않게 교통을 정리해 줘요
너무 엇갈려도 너무 엇갈렸어

우리의 교통 우리의 소통
우리의 고통 내비는 먹통

- 교통정리 가사 中





프롤로그

나는 프로덕트 오너로 근무하지만, 때로는 디자인도 직접 하고 있다.

재직 중인 회사는 수년간 서비스해온 곳이라 어드민에 정말 없는 게 없다. 그래서 다른 PO분들은 직접 디자인 할 일이 없는데, 나는 억울(?)하게도 신사업을 맡고 있다 보니 내부 프로덕트도 같이 만들어야 해서 가끔은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현 직장에 인터널 프로덕트 팀이 따로 없다.)


한 번은 조금 큰 스펙의 디자인을 맡았는데, 리뷰하는 UI마다 여러 피드백을 들어야 했다. 아뉘 내가 다 생각하고 갖다 쓴 건디 ㅜ .. 밤새 피그마로 삽질하다 결국 평일 내내 디자인 때문에 야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목이 아프니 씅질이 나면서 PO로서의 결단력이 강해지긴 했지만, 디자이너 분들은 이 고통(?)을 매일 느끼실 거란 생각에 정말 아찔하고 존경스러웠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책.

당시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위 책을 발견하고선 '당장 읽어야지!' 하며 샀던 기억이 난다. 본 제목은 <Articulating Design Decisions>, 번역본 제목은 <당당한 디자인 결정을 위한 9가지 방법>인데, 개인적으로 소제목 <가슴으로 낳은 내 UX디자인 지켜내는 실전 의사소통 전략>이 가장 와닿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구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슴으로 낳은

내 UX 디자인 지켜내는

실전 의사소통 전략




15p

- (면접관) "당신에게 맡길 새 프로젝트가 있다 칩시다. 나에게 가장 먼저 뭘 물어볼 건가요?"

- (작가) "이건 인쇄할 건가요, 웹사이트인가요?", "직접 촬영한 사진을 쓸 건가요, 무료 이미지를 쓸 건가요?", "몇 쪽 정도 준비해야 할까요?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 (면접관) "지금 말한 것 중 그 어느 것도 중요한 게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항상 먼저 물어야 하는 질문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게 무엇입니까?'가 되어야 해요."


✍️ 인사이트

- 무엇(What)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이해관계자와 얼라인 후, 어떻게(How)를 고민할 것.

- 작업 전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질문하고 넘어갈 것.




51p

여러분이 만든 디자인을 구두로 설명해보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전화 통화로 여러분의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메일로는? 여러분의 디자인이 어찌 보이는지 한번 적어보면 이전에 미처 몰랐던 디자인에 관한 근거를 깨닫게 될 것이다.


✍️ 인사이트

- 같이 시안을 보고 있는 게 아닌 상황을 상상하니, 어떻게 생긴 버튼이 어디에 왜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게 된다.  스스로 논리를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연습 과정을 소개하고 싶었다.




87p


이해관계자들의 시작은 매일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가능한 선에서 일반적으로 팀에 존재하는 역할, 그리고 그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알아보자.


Stakeholder Value


책에서 제시한 예시


✍️ 인사이트

책에서 Stakeholder Value라는 표와 함께 각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것들을 중요시하는지, 나는 그래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리해보라는 조언을 주었다. 우측 예시처럼 각 이해관계자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를 보고 나니,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 떠올랐다.


불펌하는 사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엉덩이 맴매

위 사진과 같이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대입해보면 같은 직무라도 그들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나는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고 설득해야 할지 더 명확해진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어서, 다른 PO분들께도 추천해 함께 작성해 보았다. 저 표에 해당되는 몇 분께는 직접 협업할 때 어떤 점에 가치를 두시는지 여쭤보기도 하였다.


이 글을 보신 분들도 새해를 맞아 한번 작성해보시면 좋겠다.

개개인의 '성격'이 아닌, 해당 이해관계자 역할은 협업할 때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에 중점을 두고 작성해보자.





183p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자.


여러분에게 최종 결정 권한이 없다는 걸 인지할 때 비로소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사용자 경험 품질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해야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여러분의 관점과 의견에서 한두 발자국 정도 물러서고 환상에서 벗어나서 이해관계자들을 대면하자. 그들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을 때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인사이트

사실 PO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말 PO가 오너십을 갖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회사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최근 원페이저 리뷰에서 'stacy는 step back 해서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사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그 말을 직접적으로 듣기 전까지는 물러나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잘 실천되지 않는다. 내년의 나는 물러서는 연습을 하려 한다.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함이다.




211p

감사를 표현하자


이해관계자에게 답변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감사 표현이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에서 여러분이 말하고자 하는 바로 전환하기에 가장 정중한 방식이다. 감사 인사는 상대방의 발언을 중요하게 여기고 인정한다고 표현하는 행위다. 아래 에시를 참고해 보자.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같은 의견을 갖는 게 중요하다 보니 이 과정 전반에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말씀하신 부분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결정한 근거를 좀 더 세부적으로 알려드리면 좋을만한 중요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제 설명이 저희가 어떻게 이 문제점에 접근했는지 파악하시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인사이트

정중하면서도 센스 있는 표현이다. 되게 당연한 건데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다음 원페이저 때 써먹어야지.




p.350

어느 왕과 시각장애인 고문 이야기


옛날에 한 왕이 시각장애인을 고문으로 뒀다.

왕은 사람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수박밭을 발견했다. 마침 갈증이 났던 왕은 신하에게 수박을 몇 개 집어오라고 시켰는데, 시각장애인이던 고문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 (왕) 왜 웃는가?
- (신하) 전하, 여기에는 수박이 없습니다.
- (왕) 당신은 시각장애인이 아닌가? 내 두 눈에는 보이는데, 당신은 앞을 못 보지 않는가.
- (신하) 전하, 무언가를 알기에 시력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수박이 열리는 철은 끝났습니다.
수박밭에 수박이 몇 개 남아있을 수 있겠으나 그건 썩은 수박일 것입니다.


왕은 자신이 봤던 수박이 갈증을 해소해줄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다.

여기서 요점은 여러분의 팀에는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도록 도와주고, 여러분이 보지 못하는 관점을 제시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 인사이트

위 이야기를 보고 내가 보지 못하는 관점을 제시해 주고, 내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던 한 동료분이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팀으로 흩어져서 함께 일하지 않지만, 배울 점 많고 내가 정말 존경하던 PO분이셨다. 그분을 보고 처음으로 나도 10년 뒤를 상상해보게 되었다.


10년 차가 된 내 모습은 어떨까?

나도 저분처럼 누군가 보지 못하는 관점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여러분에게는 이런 동료나 리더가 있는가?





에필로그.

솔직히 이 책을 보고 나서도 피드백받기와 수정은 반복됐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습득하고 변화되는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태도,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조금씩 시도해보는 노력, 포기하면 편하다는 마음 대신 끝까지 고객을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가짐.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이다 :')


서두르지 말자.

2022년 나의 마지막 책 독후감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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