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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Jul 03. 2022

22년 2분기 독서결산.txt

이 글의 BGM으로는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OST <손 닿으면>을 권합니다. 

음, 세상은 언제나 낯설고
오늘은 그냥 제자리
그래 잠깐 혼자서 또 웃고
어제를 지우고 내일을 그리지

- 손 닿으면 가사 中




프롤로그

오프라인으로 만난 한 구독자분께서 지난 <주니어 프로덕트 오너의 1분기 독서결산.txt> 글이 좋았다는 말씀을 주셔서, 2분기 독서결산도 준비했다. 시작된 3분기는 더 많은 독서량보다는 루틴한 독서/글쓰기 습관을 잡아나가는데 의의를 두려 한다. 쨌든 이번 글도 읽은 순서대로 소개 후, 에필로그에 추천하는 책과 그 이유를 담았다.

2분기 독서 결산.txt

4월
- 팔리는 프로덕트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합니다

5월
-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 당신만 모르는 일의 법칙

6월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책상 생활자를 위한 달리기 생활 1화~6화





4월

#팔리는 프로덕트


"폐인 포인트"는 말 그대로 고객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포인트다.
"이 고통을 해결해준다면 기분이 좋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돈이라도 기꺼이 지불하겠다."라고 할 만한 고통이어야 한다. 


뱅크샐러드의 전 CPO님이 쓰신 책으로,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발견하여 구매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수학의 정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정갈한 목차에 유익한 내용인데, 동기부여가 들끓기보단 되려 차분해지는 느낌이랄까? 그 이유를 곱씹어 봤을 때, 작가 중심적인 내용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찾아보니 탈잉 클래스의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한 버전이었고, 부제도 '바이블'이라고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독서 회고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2분기에 읽은 유일한 제품 관련 책이다.

3분기에는 업무 관련 책을 더 많이 봐야겠다. 쨌든 "페인 포인트"를 이 고통이 해결된다면 기분이 좋다 정도가 아니라, 고객이 눈물을 흘리며 돈까지 지불하겠다 정도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가장 신선했다.


'내가 맡은 공간대여 제품과, 공간대여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정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할 만큼 불편한 문제가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나는 지금 그 정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되짚어보게 된 문장.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 풀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 줍시다."


동생이 추천해서 읽게 된 책.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먹먹한 감정에 휩싸였다. 요즘 진지하게 '느림'이 잘 안 된다. 분명 나는 느림의 미학을 좋아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 초록이 가득한 거리를 천천히 거니는 것,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하지만 지금의 나는 '빠름'에 중독되어 있다. 
대충 보고, 빨리 걷고, 홧김에 말하고, 섣불리 선택하고.. 그래서 3분기의 목표는 지금보다 일도, 일상도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져보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시간 속 순간들을 감사해하며 즐겨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보며 이해한 '축제처럼 사는 것'이다. 





#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합니다. 

이 책은 당시 FLO에서 제공하는 윌라 오디오북 콘텐츠의 일환으로, '들었던' 책이라 별도로 기록해둔 문장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전은 '한 달 동안 쓰레기 모으기'였다.

이게 듣고 나니까 너무 신경이 쓰여서, 나도 한번 내가 버리는 쓰레기들을 관찰해봤다. 내 소비의 가장 큰 건수를 차지하는 것은 단연 커피인데, 관찰하고 보니 플라스틱 잔뿐만 아니라 빨대와 비닐 껍데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다시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있다. 


이 책을 듣고 시작한 나만의 도전은 '하루에 하나씩 물건과 마음 버리기'다. 

하루에 하나씩 안 쓰는 물건을 찾아 버리거나 당근 거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하루를 되돌아보며 버리고 싶은 감정을 기록한다. 그날 겪은 창피함일 때도 있고,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미련이나 후회 등도 있다. 이 글을 보신 분들도, 최근 버리고 싶은 감정이 있는지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5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현실 세계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은 대개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이 책은 유튜버 '챌린지유'님이  <생산성 수직상승, 연초에 꼭 읽어야 하는 인생 책 best 5> 영상에서 '나는 가난한 아빠처럼 생각하고 있더라'라며 추천을 해주셨는데, 나는 과연 부자처럼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가 어렸을 적 친구 아버지의 가게에서 무보수로 일을 하다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선택의 기로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계산해보며 가난한 아빠처럼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계산에 그치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똑똑하고도 용감한 사람이고 싶다. 





#당신만 모르는 일의 법칙 51

"이렇게 혼자일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하거나 일할 때 능률이 더 오르고 작업 효과가 개선되는 것을 '사회적 촉진 효과(social facilitation effect)'라고 하며, '관중 효과'라고도 부른다."


이 책은 1분기 때 읽은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처럼 직장생활에서의 심리를 다룬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고르게 되었다. 1분기에 읽은 책 '브레이킹 루틴'에서도 타인과의 레버리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또 한 번 커뮤니티나 리추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원하는 습관을 갖거나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기보단 같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루틴화 해나가는 것이다. 


사실 여러 명일 필요 없이, 마음 맞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한 것 같다.

회사에서 지나가는 말로 "영어공부 해야하는데.." 라고 했더니, 한 직장동료가 그날 저녁 바로 슬랙으로 "스테이시, 저랑 스터디 할래요?" 라며 제안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마다 프로덕트와 관련된 아티클 하나를 선정해 번역하고 작문하며, 몰랐던 영단어를 40개씩 수집하고 외워 게임으로 된 테스트를 보고 있다. 솔직히 혼자선 절대로 안 했을 것이다. "함께"라는 힘은 꽤나 강력했고, 한 명으로도 충분히 의지할 수 있으며, 나 역시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루틴과 관계는 단단하게 가져가고 싶다. 





6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특정한 누군가와의 사이라기보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사이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었다. 독자의 얼굴은 직접 볼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관념적인 인간관계다. 그러나 나는 일관되게 그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관계를, 나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 정해서 인생을 보내왔다." 


하루키는 아침에 글을 쓰고 저녁에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꾸준함과 시간관리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자신에게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소설에 전념하는 환경일 만드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우선수위가 높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직접적으로 추억을 쌓아온 관계보다, 불특정 다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저 대목을 읽은 순간, 나는 하루키가 작가로서 얼마나 독자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상실감을 겪고 있었다.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더 이상 관심사가 일치하지도 않고, 평소 추억을 쌓는 시간도 없으니 근황을 나누어도 서로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도 주니어가 어떻게 PO로 일하고 있는지, PO로 일하면서 브런치는 어떻게 꾸준히 쓰는지 나는 늘 나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어느 쪽을 만나도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곤 했다. 물론 그래서 더 소중해진 인연들도 있다. 하지만 씁쓸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독자의 얼굴은 직접 볼 수 없지만, 나 자신에게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인간관계로 정해서 인생을 보내왔다"라고 말하는 하루키가 진심으로 멋있었다. 나는 지금껏 커피챗 요청에 모두 응해왔다. 하루키도 못 보는 독자를 나는 직접 만나 함께 커피까지 마실 수 있다. PO로 이직하면서 내 인생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고,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 대목을 보며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불특정 다수이지만 나에게도 독자들은 친구처럼 소중한 관계다. 그러니 희미해져 가는 인연들에 대한 아쉬움은, 서운함은, 미련은 여기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책상 생활자를 위한 달리기 생활 (1화~6화)


"더 답답했던 건 이 괴로움의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이 꽉 막힌 것 같은 가슴은 뭐지? 실패하다니. 내가 지다니. 이런 마음인 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느릿느릿 할아버지와 뒤뚱뒤뚱 미국 청년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사실 그들은 마라톤이 처음인 나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성실하게 연습해왔고, 그중 꽤 많은 사람들은 벌써 몇 번의 실패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시간을 보지 못한 채 당연히 내가 더 잘해야 된다는 오만을 떨고 있었던 거다 나는.

아니 사실은 이런 생각도 이미 틀려먹었다.
애초부터 마라톤이란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경쟁 경기가 아닌데 나 혼자 그들을 경쟁 상대로 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잘못된 거냐 나란 놈. 나는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고작 한 번 시도했고 한 번 쓴 맛을 보았을 뿐이다. '마라톤을 얕보고 오만하게 덤비다가 실패했답니다' 하는 걸로 나의 마라톤 이야기를 끝낼 순 없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겸손하게 연습하고 다시 도전해서 안 다치고 완주 성공했습니다'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우연찮게 6월에는 달리기와 관련된 책들만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푸시 알림으로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다. 장인성 님의 새 책은 못 참지! 내가 소개한 위 대목도 장인성 님이 쓰신 내용이다. 


"그들의 시간을 보지 못한 채, 당연히 내가 더 잘해야 된다는 오만을 떨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가장 와닿았다. 나 역시 그랬던 순간들이 있었고, 반대로 나의 시간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크고 작게 상처받은 순간들도 떠올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겸손하게 연습하고, 다시 도전해서, 안 다치고 완주 성공했습니다.' 이 4가지 단계인 것 같다. 시작된 3분기는 배우기 - 연습하기 - 도전하기 - 성공하기를 반복하려 한다. 





에필로그

2분기 독서결산 추천 책은 <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합니다>, <책상 생활자를 위한 달리기 생활> 두 권이다. 


개인적으로 '오디오북'이라는 독서경험이 꽤 좋았어서, 한 번도 경험해보신 적 없다면 <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합니다>를 입문서로 추천드리고 싶다. 적당한 길이감의 동기부여 문장들을 들으며, 아침 구름을 마주하는 출근하는 길이 꽤나 안정적인 하루의 시작을 이끌어주었다. FLO에서는 제공이 종료되어,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한국타잔이 여러 가지 도전을 하며 느꼈던 점을 공유하는 내용으로, 다소 짧은 호흡으로 목차들이 구성되어 있어 출퇴근하는 지하철이나 한강에서 산책하며 가볍게 듣기 좋다. 



<책상 생활자를 위한 달리기 생활>은 밀리의 서재에서만 독서가 가능하다. 

책의 분량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충분히 출퇴근 시간에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달리기를 통해 얻은 배움에 대한 내용도 좋지만, 두 작가분 다 문장 자체가 구성력 있고 깔끔해서 필사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프로필에도 적어줄 정도로 "깔쌈한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김상민 님의 글이 그러했다. 문장들이 굉장히 깔끔하고, 시점과 표현 구성도 쌈박하다.


책을 보고 작가 소개에 기재된 작가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하였다. 마침 라이브로 Q&A 중이셔서, 어떻게 '달리기'와 '글쓰기'를 지속하시는지 그 시간관리 비법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어떤 시간을 정해놓고 하지 않고 관성처럼 한다고 답해주셨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한다는 답변이었다. 달리기와 글쓰기처럼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일들이 '관성'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아야 할까?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라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벌써 2022년도 절반이 흘렀다. 

나도 관성처럼 글을 쓰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3분기는 조금 더 업무 관련 책들을 읽고, '독서'와 '글쓰기' 두 습관이 내 하루에 당연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아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당장 오늘 저녁 어떤 음식을 먹어야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고, 허기진 감정의 양식을 쌓으려면 누구의 음악과 어떤 영화를 베필 삼아야 하는지, 엉망이 된 오늘을 추스리기 위해 남은 시간을 뭐로 채워야 할지 또렷이 알고 있는 것이야말로 내 삶을 단단하게 받히는 힘이자 튼실한 뿌리다. 

- 책상 달리기를 위한 달리기 생활 6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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