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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Jan 12. 2021

나는 왜 이 어플을 지우지 못했나? [리멤버] 앱 분석

PD Life Cycle로 분석한 최애 프로덕트_코드스테이츠 PMB 4기


나도 모르는 사이 어른이 되었음을 자각한 적 있는가?
내겐 '명함'이 그런 존재였다.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음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 '미니 CEO'와 비슷한 포지션인 'Co-Producer'로서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함께 재학 중인 실용음악과 동문들과 더불어 옥상달빛, 선우정아, 안예은 등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앨범과 굿즈를 제작했고 이는 텀블벅 성공률 119%로 목표금액을 달성해 본 취지였던 삼성소리샘복지관 기부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후원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초반에는 모금 금액이 많지 않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고 당시 비슷한 후원을 진행하고 있던 카페 브랜드 [이디야] 본사에 연락해 일정을 잡고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명함을 받게 되었는데, 비즈니스 매너를 전혀 몰랐기에 어떻게 받았는지도 자각하지 못했다. 미팅이 끝나고 담당 교수님께서 "너도 이제 사회인이야"하시며 명함 주고받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 이후 졸업과 함께 마케팅 대행사에 입사해 첫 명함이 생기게 되었고 매번 그 날을 떠올리며 최대한 매너 있게 명함을 주고받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으니 바로 '명함 관리'였다. 


미팅을 갖는 모두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것은 아니었던 터라 처음에는 받은 것을 모아두기만 했는데 휴대폰에 저장해두질 않아 전화를 받았을 때 민망한 상황들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모두를 저장하기엔 양이 방대하고 무엇보다 내 카카오톡에 추가되어 서로 사생활을 공유하는 게 싫었다. 





그때 나를 구원한 것은 [리멤버] 앱이었다. 

훗날 초창기 리멤버 앱을 투자하신 투자자분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 "리멤버가 망하면 큰일 나니 혹시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유료화를 시켜라. 많은 VC들이 사비를 들여서라도 살릴 거다"라는 응원을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명함 관리 서비스는 필요한 존재였다. 


리멤버 덕분에 종이 명함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 지갑은 가벼워졌고 저장하지 않은 번호의 전화에도 당황스러운 기색 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 


그랬던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가 내가 퇴사할 즈음 '리멤버 나우'라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런칭했고 

그때부터 나는 운이 좋게 하나의 프로덕트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첫 프로덕트 분석은 [리멤버] 앱으로 정해보았다. 아직은 PM으로서의 시선이 익숙지 않아 

코드스테이츠 프로덕트 부트캠프에서 배운 [PD Life Cycle]을 적용해 분석해 보았다. 

(정말 최선을 다해 분석했다. 12주 뒤의 내가 이 글을 보며 창피해할 만큼 성장하기를 꿈꾸며..)



가장 연한 컬러인 <기회 포착 및 계획>에서 시작해 <솔루션 디자인>, <솔루션 구축>, <솔루션 공유>를 거쳐 

가장 진한 컬러인 <솔루션 평가>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개선해 나가는 사이클이다.


코드스테이츠의 자료를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해당 이미지 사용 시 출처 링크를 꼭 남겨주세요 :')




1. 기회 포착 및 계획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CEO님이 발견한 첫 문제이자 기회는 '종이명함의 한계'였다.

1) 종이 명함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만 넣을 수 있다.
2) 정보가 바뀔 때마다 매번 다시 제작하고 인쇄해야 한다.
3)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반드시 챙겨 다녀야 한다. 
4) 받아서 관리하는 것도 매우 번거롭다.

출처 : 세바시 471회 
2. 솔루션 디자인
처음 그들은 '종이 명함의 한계'로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으로는 '온라인 명함'을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명함을 주고받게 만든다면 앞서 나열한 종이 명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또 온라인상에서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리멤버 앱 출시 전 먼저 시도했던 온라인 명함 앱 [프로필미]


하지만 글의 앞단에서 나의 경험을 말했듯이 

명함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

비즈니스 매너의 일환이기 때문에 

온라인 명함 [프로필미]는 사용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다. 





프로필미는 안 먹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비타민 같은 서비스였다. 
비타민으로는 유저를 모을 수 없다. 
대신 명함에 대한 지속적인 통증인 '명함관리'를 해결하는 폐인 킬러. 
즉, 진통제 같은 서비스 [리멤버]가 출시된다.  - 세바시 인터뷰 中




명함을 촬영하면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명함 관리 앱 [리멤버]


3. 솔루션 구축
당시 명함 관리 앱들은 인식이 정확하지 않아 유저가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리멤버는 이를 문자 인식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신 수기입력을 도입해 솔루션을 구축했다.

유저가 카메라로 명함을 찍어 리멤버로 보내면 타이피스트가 정보를 입력하는 식으로
수기입력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적정 비용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플랜,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을 미리 구상했다고 한다.




삼성 위워크에 설치된 [명함수거함]과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 상품 [명언 부채]


4. 솔루션 공유 (마케팅)
초기 리멤버는 오프라인으로는 [무인명함수거함]을, 온라인으로는 [명언 부채]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리멤버는 스캔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를 더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하루 동안 별도로 제작한 달력, 다이어리와 함께 팝업스토어와 Q&A 세션을 진행했고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삼성 위워크에 [무인명함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했다.
이 수거함 이벤트는 자연스럽게 인증샷의 형태로 온라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는 앞면에는 명언, 뒷면에는 리멤버 홍보 문구를 이용한 명언 부채를 제작해
스캔 대행 할인 상품권과 함께 보내주었고 이는 SNS에 인증샷과 함께
같은 회사 동료에게 나누어지는 등 자연스럽게 바이럴 홍보로 이어졌다.

그 이후로도 오프라인으로는 <경제 전문가들과의 저녁 식사> 이벤트를 개최하고
온라인으로는 테크 블로그를 따로 운영해 보안에 대한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5. 솔루션 평가
처음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CEO님이 정의한 문제는 '종이명함의 한계'와
'OCR (광학적 문자 판독) 기술의 부족함으로 인한 유저의 번거로움'이었다.

이를 타이피스트를 통한 수기입력으로 정확도를 99%까지 끌어올려 폐인 포인트를 해결했고
2018년에는 직장인 가입자 200만, 2020년에는 300만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리멤버는 네이버와 라인플러스에 인수되면서 시큐리티 체크를 통해 보안도 강화했다.

2018년까지는 솔루션 목표를 MAU를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정했고 목표치에 가깝게 이뤄
2019년부터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리멤버는 아시아의 링크드인을 꿈꾸며 콘텐츠 큐레이션 <리멤버 나우>, 질문을 주고받는 <직무 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런칭해 운영하고 있다. 그중 제일 주력하고 있는 것은 <커리어>로 현재 모인 프로필 데이터 수는 70만 명, 앞으로는 채용 플랫폼 서비스로 리크루터가 편하게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게 고도화하는 것과 일본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프리랜서로의 전향을 위해 퇴사할 즈음 리멤버는 두 번째 서비스인 <커리어 나우>를 시작하고 있었다. 





회사는 떠나지만 리멤버는 지울 수 없었다.
명함은 연락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리멤버 덕분에 승진이나 이직 등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나는 그 인연들을 유지할 수 있었다.



끝으로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님의 세바시 강연 영상을 첨부한다.

이 글을 끝까지 본 사람들에게 비타민이자 진통제 같은 인사이트가 되길 바란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앱등이로 시작해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파는 잡스병을 거쳐
혁신을 꿈꾸는 프로덕트 매니저에 도전하다.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 그 100일간의 기록
김긍정 brunch.co.kr/@positive-kim



https://youtu.be/bmtCIGroQyc

세바시 471회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로 승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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