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쉬업엔젤스 포트폴리오팀 이야기 1
첫 미팅때는 최재호 대표님 혼자 오셨습니다.
그 당시 실제 운영하고 있던 서비스는 ‘프로필미’로 기존 종이 명함대신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명함을 만들어, 쉽게 전달하고 보관 및 검색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프로필미’ 서비스만으로는 모바일 네트워킹 활성화에 한계를 느껴 ‘리멤버’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중이었고, 두 개의 서비스는 당분간 투트랙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습니다.
‘리멤버’는 기존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모두 종이 명함으로 시작되기에, 이것을 일일이 입력해 모바일로 대이동 시키자는 것으로 출발한 서비스입니다. 이미지 인식기술 등 모두 자동화를 추구하는 트렌드에 역행하는 서비스였지만,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 - 종이 명함)과 자연스럽게 연계시키려는 발상이 정말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미팅때는 제가 다른 팀원들도 같이 보고 싶다고 요청하여 (초기엔 팀이 제일 중요하므로 대표님외에 공동창업자분들도 꼭 만나봐야죠) 다섯 분이 같이 오셨습니다. 각각 CEO/CTO/프론트개발자/백엔드개발자/디자이너로 ICT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개발자들이 인하우스 멤버로 있었고, 기획/개발/디자인 3요소를 골고루 갖춘 팀이었죠.
그 당시 경쟁사들로 ‘프로필미’ 와 유사한 서비스가 ‘다음’의 사내벤처팀인 ‘카드인’ 서비스가 있었고, ‘리멤버’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이미지 인식 기술에 기반한 종이 명함 스캔앱인 ‘캠카드’와 국내업체인 ‘위스캔’이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 재능을 브랜딩하는 소셜 플랫폼인 ‘Yeati’도 넓은 범위에서는 경쟁사가 될 수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구요.
개인적으로 ‘프로필미’는 크게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아 흥미가 별로 가지 않았던 반면, 준비 중인 서비스 ‘리멤버’는 자동화 시대에 오히려 수동으로 입력한다는 역발상이 신선했고 기존 종이 명함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크게 이끌렸습니다. 서구권과 달리 아시아쪽은 아직 링크드인의 점유율이 1%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일본은 신입사원의 명함 교육에만 하루를 할애할 정도로 종이 명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최재호 대표님의 계획대로 향후 아시아쪽의 링크드인 역할로 확장한다면 더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업무상 명함을 많이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이미 경쟁사인 ‘캠카드’앱을 쓰고 있었는데, 각각 다양한 폰트와 레이아웃으로 디자인된 종이 명함들을 그 당시 컴퓨터비젼 기술로 자동인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틀린 글자들을 찾아내고 수정하느니 차라리 그냥 내가 모두 입력하고 말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깐요 .‘리멤버’가 이러한 저의 페인포인트(pain-point)를 확실하게 해결해 준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구요.
최재호 대표님은 예전에 온라인 쇼핑몰 스타트업에서 CMO, 이후 딜로이트 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력이 있었습니다. '컨설턴트는 말만 잘하는것 아니냐'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았는데, 뛰어난 실행력으로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컨설턴트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팀을 만나고 ‘이 팀은 정말 이 서비스를 잘 만들어 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팀원들이 그루폰코리아 출신으로 다년간 서로 손발을 맞춰왔던 팀이었죠.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그 당시 보기 드물게 필요한 멤버들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과,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점, 서로 호흡도 맞춰본 탄탄한 팀워크를 보니 설사 비즈니스모델이 좀 부족하더라도 꼭 이팀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도 마음에 꼭 들었지만요 ^^) 그리고 컨설팅 출신 대표님답게 사업계획서도 깔끔했고, 향후 진행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의 실행력, 비즈니스 모델과 팀을 보고 확신이 생겨 두번의 미팅 후 시드 투자를 결정하였고, 2014년에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리멤버’ 서비스의 특성상 개발비도 필요하지만 종이 명함 입력을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최재호 대표님이 초기에 예상했던 계산에 의하면 후속 투자 유치 이전에 최소 7억 정도는 필요했었죠. 매쉬업엔젤스가 그 당시 엔젤 네트워크 형태로 1~2억 원을 투자하였는데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마침 최재호 대표님이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님과도 투자에 대한 논의 중이라 하여 제가 따로 송은강 대표님께 연락드려보니, 첫 미팅에서 상당히 좋게 봤고 곧 IR과 투심을 진행할 계획인데, 투심 통과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이 후 제가 최재호/송은강 대표님께 다음과 같이 자금 마련에 대한 계획을 제안하게 됩니다.
“일단 매쉬업엔젤스에서는 이미 투자를 결정하였으니 리멤버 초기는 시드 자금으로 운영하고, 이 후 캡스톤에서 투심이 통과되는대로 추가로 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해 총 5억 원의 초기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TIPS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정 되면 R&D자금을 5억원 추가 확보하여 후속 투자 유치 전까지 버틸 자금 총 10억원을 마련해 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이 진행이 되었고, 무사히 후속 투자 유치전까지 버틸 자금을 마련하게 됩니다.
약 5000 다운로드 정도일 때 시드 투자가 진행되었는데, 이후 정기적인 경영 간담회를 통해 큰 방향과 KPI를 뭘로 정할지와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지, 그리고 보안 이슈 등을 같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최재호 대표님께서 워낙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디테일하게 자문을 할 부분은 많지 않았고, 주로 제가 느끼는 몇 가지 주요 포인트들이나 대표님이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를 위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 외에 매쉬업엔젤스 워크샵을 통해 다른 포트폴리오팀들과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교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앤컴퍼니가 '리멤버'를 서비스하던 초기에 네이버 메인 금주의 앱에 선정되어 갑자기 트래픽이 열 배로 늘면서 하루에 가입자 수가 2,500명으로 급증한 적도 있었고, 앱으로 종이 명함을 한 장씩 찍는 대신 대량의 명함들을 수거하여 스캐너로 입력하는 이벤트도 진행하였습니다. 시스템도 점점 안정화 시켜나가며 명함을 입력하는 툴들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합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와중에 남은 자금을 관리/계산하며 누적 가입자수 20만명 무렵에 후속 투자 유치(시리즈A)를 목표로 IR 계획을 잡게 됩니다. 최재호 대표님은 저를 통해 시리즈A 단계에 적합한 VC 몇 분을 소개받아 투자 미팅을 진행했고, 다른 채널을 통해 소개 받은 VC분들과도 투자 미팅을 진행하게 됩니다.
또, ‘클럽딜’과 ‘멀티 클로징’ 방식 중 딜이 깨질 가능성이 높은 ‘클럽딜’ 보다는 조금 번거로운 면이 있더라도 ‘멀티 클로징’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시리즈 A 투자는 대교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하고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CAV)와 캡스톤파트너스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총 20억원을 유치하게 됩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향후 일본 시장 진출 시 도움을 얻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고, 캡스톤파트너스는 드라마앤컴퍼니의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시리즈 A 투자에도 다시 참여했습니다.
아무래도 VC분들의 페인 포인트 중 하나가 명함관리이다 보니 투자를 떠나 고객으로서도 관심 가진 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농담으로 몇몇분들은 “리멤버가 망하면 큰일나니 혹시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유료화를 시켜라. 많은 VC들이 사비를 들여서라도 살릴꺼다”라고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 투자자 외에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님을 비롯해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이 리멤버의 팬이 되어 아낌없는 응원과 홍보를 해 준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당시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서비스가 앞으로 진화할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고, 향후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쪽 관련 시장 동향도 체크하였습니다. 그리고 명함 입력 시스템 운영의 고도화로 인해 효율성이 좋아짐에 따라 명함당 입력 비용이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다시 자금사정을 계산하여 누적 가입자수 50만명, 누적 등록명함 2000만장 무렵에 추가 후속 투자 유치(시리즈B)를 목표로 IR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시리즈A 투자 유치 직후 여러 VC들이 제게 드라마앤컴퍼니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소개를 부탁했고, 그분들 중 시리즈B 단계에 적합한 몇 분을 최재호 대표님께 미리 소개해드립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도 시리즈A 직후에 소개드린 VC중 하나였고, 감사하게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리드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대교인베스트먼트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해 총 65억원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대교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A에 이어 다시 시리즈B에도 참여해주셨고,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담당 심사역은 시리즈A에서 대교인베스트먼트의 담당 심사역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투자자분들에게 신뢰를 쌓으면 투자사를 옮겨도 후속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죠.
드라마앤컴퍼니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제공할 의사가 없냐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데이터의 양이 커집니다. (마치 플리토 사례처럼요) 이정도로 명함 정보가 많아지면서 이제 이미지 프로세싱과 자동인식을 통해 수작업 입력 방식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즉 입력된 명함의 수가 정말 많아지면서 이제 종이 명함을 찍으면 기존에 이미 입력된 명함일 가능성이 커지기에, 같은 명함이 입력되면 이미지를 자동 인식하여 같은 내용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제 조직도 많이 커지면서 업무분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필요성도 생기게 됩니다. 팀 명함첩 기능을 비롯해 인맥 관계 강화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들도 시도하였고, 광고를 비롯한 새로운 수익모델들도 테스트하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갑니다.
그러던 2017년 어느날, 제가 휴가차 제주에 내려갔을 때 최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라인의 신중호 대표님과 몇번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M&A 제안을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신중호 대표님은 가볍게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진중하게 고민하고 제안 주신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라인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최재호 대표님 스스로 먼저 판단을 해야 한다. 이후 M&A를 진행해야겠다고 판단이 된다면 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M&A 관련된 몇 가지 팁들을 알려드렸습니다. M&A가 일반 투자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기에 숙제가 꽤 있긴 했습니다만, 결국 이후 라인과 네이버로부터 신주 유상증자 뒤 다시 구주매입 과정을 통해 M&A가 진행되었습니다.
매쉬업엔젤스의 드라마앤컴퍼니 첫 투자부터 M&A까지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인 만 4년도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후 드라마앤컴퍼니의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과 성장 과정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가끔 티타임 하는 관계정도랄까요?^^) 라인이라는 든든한 글로벌 협력사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앞으로 더욱 성장해가는 ‘리멤버’서비스가 되기를 늘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 2014 Seed Round : MashupAngels, 캡스톤파트너스 5억원 +TIPS 선정
• 2014 Series A : 대교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코리아(CAV) 20억원
• 2015 Series B :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아주IB투자, 대교인베스트먼트 65억원
• 2017 Line&Naver의 유상증자후 M&A
저서 :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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