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밖 고객에 대해 가장 실감 났던 순간.
이 글의 BGM으로는 임영웅의 <온기>를 권합니다.
아무리 먼 길을 떠났어도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이 길 끝에 떠오르는 태양을 만날 때까지
난 곁에 있어요
- 온기 가사 中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신규 입사자분들에게 약 2주간 온보딩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경우, 신규 입사자분들이 입사하시면 2회 차에 걸쳐 내가 맡고 있는 글로벌 제품에 대한 개밥먹기 미션을 주고, 미션 완수 후 정책을 설명해 주는 온보딩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는 한 분이 국내 제품과 글로벌 제품은 어떤 것이 다르냐는 질문을 주었다.
표면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언어'와 '통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어 대신 모든 화면에서의 설명은 영어로 표기해야 하고, 가격표기와 실제 결제는 한화(₩) 대신 달러(USD)로 진행된다. 간편 결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토스나 카카오가 아닌 페이팔과 애플이 된다는 차이도 있을 것이다. 가끔 리뷰나 VOC를 살펴볼 때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등을 마주한다는 것도 특징일 수 있겠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글로벌 제품을 만든다는 건 위 내용 정도였는데, 실제로 1년 가까이 만들어가며 느끼는 건 본질적으로 고객 그리고 고객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배송을 수취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지 않은 국가도 있고, 세금의 기준이 국가별로 달라서 신경 써야 하는 디테일도 다르다. 환율이 올라 기쁠 때도 있고, 달력을 볼 때 미국 공휴일도 같이 신경 쓰게 되는 직업병(?)도 생겼다.
고객이 한국 밖에 있다는 것이 가장 실감이 났을 때는 다름 아닌 '전쟁'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더 이상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해 제품단에서 대응을 해야 하거나, 고객이 직접 전쟁 때문에 더 이상 서비스를 쓸 수 없다며 어떠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지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는 뉴스를 통해 전쟁소식을 접할 때면 북한과 관련 있지 않은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글로벌 제품을 맡은 이후로는 그렇지 않다.
나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K-pop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취미생활은 사치가 되고, 평범한 일상으로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직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이 얼마나 씁쓸한 일인가..
이처럼 글로벌 제품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수반되는 일이다.
단순히 다양한 언어와 통화에 적응하거나 여러 국가의 규정을 준수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사회적 환경과 경제적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재밌기도 하다.
다시 이야기의 서막으로 돌아와, 신규 입사자 분들이 매번 하는 질문인 '글로벌 제품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본질적으로는 고객이 다르고,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문화의 연결을 만든다는 게 이 업의 보상과 기쁨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는 블랙프라이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연례행사 같은 프로모션이지만, 나는 글로벌 PM으로서 미국인들이 가장 크게 반응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라 기대가 된다. 모든 경쟁사가 참전하는 1년에 단 한번뿐인 가격할인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며,
PM 일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