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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Nov 10. 2024

낭만, 근데 이제 갓생을 곁들인.

공작새 보단 파랑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

이 노래의 BGM으로는 <Lost Stars>를 권합니다.

Take my hand let's see where we wake up tomorrow
제 손을 잡고 내일 아침에 같이 눈 떠봐요
Best laid plans sometimes are just a one night stand
계획을 잘 세워도 가끔은 부질없더라고요
I'd be damned Cupid's demanding back his arrow
큐피드가 화살을 돌려달라네요
So let's get drunk on our tears
그럴 땐 우리 같이 눈물에 취해봐요

- Lost Star 가사 中


어제 작사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커리어를 피봇 할 때, 나의 취준기간을 함께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날 마음에 묘한 울림이 있었는데, 이 감정을 내 브런치에 남기고 싶어 오랜만에 개인적인 글을 써본다.





갓생 후의 낭만

vs

낭만 속의 갓생


최근의 나는 갓생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 갓생 인플루언서분의 미라클모닝 스터디에 몇 개월 째 참여하고 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물론 매일 출근 전, 퇴근 후 어떤 공부나 운동을 했는지 사진으로 인증도 남겨야 한다. 이렇게라도 나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지금의 내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묘한 불안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이미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새벽마다 척척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부럽기도, 어렵기도 한 요즘이었다.


어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특별하다.

첫 번째는 내가 일일이 어떤 일을 왜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서로의 '과정'을 함께했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꾸며낼 필요 없이 솔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커리어부터 사랑, 취향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할 수도, 음악과 함께 서로의 침묵을 존중할 수도 있는 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겉으로 보면 그날 모인 사람들 중 갓생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도 하고, 브런치도 쓰고, 작사가로 창작물도 내고, 다양한 커뮤니티도 활동하고 등등.. 근데 나는 이런 것들을 하는데 항상 효율과 성과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좋아서 시작한 것들인데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성과가 나도 효율적이지 못했던 방법이었다고 느낄 때 조금 자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갓생과는 언뜻 보면 멀어 보이는 낭만.

그 모임에는 내 주위에서 가장 낭만 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제품 기획, 영화 팟캐스트 제작, 크로스핏, 위스키바, 애니메이션 덕질 등 다양한 취미를 깊게 즐기는 사람이었다. 취미 안에서도 취향과 철학이 뚜렷한 사람은 드문데, 내가 느낀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 "너는 도대체 몇 시간을 사는 거야? 언제 그렇게 많은 걸 하는 거야?" 농담 반 진담 반 질문에 그가 답했다. "출퇴근 시간!"


출퇴근시간? 내 주위 갓생러들은 출퇴근 시간에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전자책을 본다.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하며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웃어넘겼던 것 같다. 이후 3차로 그의 단골 위스키바를 갔다. 꽤나 오랜만에 음악을 틀어주는 바를 갔고, 신청곡을 받는다고 해서 "내가 작사한 노래 신청해야지!" 했는데 다들 "여긴 K-POP은 안 틀어줘요."라고 답했다. 띵! 내가 주말이면 얼마나 케이팝 만들기에 열심인데 여긴 이게 소용없다니!


작사가로서 꿈꾸는 순간 중 하나가  길거리에 내가 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인데, 그러려면 평소에 케이팝을 써야 한다. 흔히 말하는 멜론 Top 100이어야만 길에 흘러나오기 때문에 아이돌 앨범에 참여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아주 거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사실 작사가로 살아남으려면 갓생 갖곤 안된다. (가라가라갓갓 갓생이어야함.) 실제로 내가 쓴 노래가 가게에서 흘러나온 적이 있는데, 사실 주변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진 않았었다. 나만 아는 기쁨이었달까.



원제: Keira Knightley - A Step You Can't Take Back (Begin Again)


근데 여기선 이 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만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묘한 충격 속에 내가 정말 엔터업계에서 성과(채택) 내기 위해 쓴 요상한 영어 발음 효율적인 가사가 아닌, 내가 뮤지션으로서 삶의 힘든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쓴 곡 <My Dream>을 신청했다. 얼린 포도와 초콜릿을 입에 녹이던 그때 나의 가사가 또렷하게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작은 위스키바를 감싸 안았다. 비긴어게인에서 술 취한 프로듀서 아저씨가 악기 솔로를 온몸으로 느끼던 장면이 내게도 펼쳐진 순간이었다.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공기에 스며들어 같이 숨 쉬는 것만 같은 그 몽글몽글한 느낌은 꽤 긴 여운을 주었다.


아. 내가 갓생을 쫓느라 낭만은 뒷전이었구나. 성과만 보느라 본질의 즐거움을 놓쳤구나.

그리고 낭만적인 사람들은 그 낭만을 지키기 위해 그 속에서 갓생을 살아내고 있었구나. 사실 출퇴근 시간에 눈 붙이고 쉬고 싶을 텐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또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 자체가 열심히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내는 갓생인 것이었다. 한마디로 열심히 산다는 것이 꼭 생산적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날의 나는 스스로를 새장에 가두지 않고,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게 나의 깃털을 뽐내기 위해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는 공작새 보다 순수한 내 안의 나를 잃지 않고 더 멀리멀리 날고 싶은 파랑새처럼 말이다.


이 글의 BGM으로 추천한 <Lost Stars>는 사실 두 가지의 버전이 있다. 하나의 음악을 두고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은 대중성과 현실을 선택하며, 실제로도 대중들에게 유명한 곡은 Adam Levine의 버전이다. 이 글은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자신의 낭만을 택한 Keira Knightley. 여자 주인공의 버전으로 들어주셨으면 한다 :')



이 글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낭만이 되어주길 바라며,

조금은 더 낭만 있게 살고 싶은

갓생 호소 음악일기 마침.




우린 길 잃은 별들인 걸까요? | Keira Knightley - Lost Stars (출처: song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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